안하무인 동화작가 고문영의 활약상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걸크러시나 카리스마 정도가 아니다. 서늘하고 고혹적인 히로인의 탄생이다. 그리고 이를 빚어낸 것은 서예지라는 배우의 맹활약이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방송되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는 tvN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였다. 김수현의 군복무 후 첫 드라마이자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었고 KBS2 '동백꽃 필 무렵' SBS '스토브리그'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시청률 요정'으로 불리게 된 오정세가 출연하며 SBS '질투의 화신'으로 디테일한 연출력을 입증했던 박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맹활약을 펼칠 여자 주인공에 서예지가 낙점됐으니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고문영은 대놓고 특이한 캐릭터다. 무표정으로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를 썰고 붉은 와인을 곁들이는 기묘함이 그의 첫인상이다. 싸인을 받겠다고 다가온 아이를 귓속말로 울려 보내는 냉혹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명색이 로맨틱 코미디인데 천진한 말괄량이도 청순가련도 아닌 살벌한 악녀로서 눈도장을 찍은 고문영에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움을 느꼈을 터다.
남자 주인공 문강태와의 첫 만남도 기묘하다. 병원에서 당당하게 흡연을 하고 이를 저지하는 문강태에게 "운명을 믿어요?"라고 맥락 없이 묻는다. 이후엔 자식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한 환자에게 칼부림을 하는 반사회적인 성격도 마음껏 뽐낸다. 문강태가 이 역시 막아서자 "이건 환자가 아니라 벌레"라며 맞선다.
고문영은 고혹적인 컬러와 화려한 프린팅, 과감한 액세서리, 플리츠 디테일의 원피스 등 줄곧 과장된 스타일링과 함께 활약한다. 서예지는 모델로서 이를 소화해내고 배우로서 열연을 펼친다. 난해할 수도 있는 패션에 거부감을 덜어내는 서예지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어떻게 보면 올드하고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헤어 메이크업을 통해 고문영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던 그의 계획은 통했다. 반사회적 성격이라는 설정 때문에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이 펼쳐지지만 이를 설레게 만드는 아이러니는 서예지라서 가능했다.
고문영만큼 남자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여자주인공이 있을까. 소문영은 집착을 넘어 발칙함까지 갖췄다. 문강태가 "예뻐서" 탐이 난다며 접근하고 "억지로 갈라놔도 떨어질 수 없는 내 빨간구두" "내 안전핀이 돼줘"라며 구애한다. 문강태가 떠난 먼 거리의 병원까지 찾아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네는 전대미문의 '직진' 히로인이다.
모든 캐릭터가 그렇듯 인간적인 매력도 숨어있다. 그런데 그 인간미마저 차진 욕설과 함께라 강렬하다. 너무 매운 짬뽕에 욕설, 산길 주행중 차를 막아선 고라니에 욕설, 자폐 스펙트럼 문상태(오정세 분)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팬들에 욕설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해외 버전에는 이 대사들이 묵음처리 없이 나온다고 알려지자 팬들은 이를 듣기 위해 해외 넷플릭스로 우회 가입하자는 움직임까지 생겼다.
섬뜩한 반사회주의 성향, 공감능력마저 결여됐던 고문영은 이런 코믹함이 덧입혀지며 한층 더 다채로운 빛깔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이제 '안전핀'이라고 여기는 문강태의 활약과 함께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강태는 그가 옳은 선택을 할 때마다 "잘했다" "예쁘다"며 칭찬해주고 괴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머리칼도 스스로 자른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그들이 베일에 싸인 과거를 파헤치며 로맨스를 완성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고혹적이었던 스타일링도 변화를 준다. 제작진은 "앞으로 고문영은 좀 더 일상적이고 부드러워진 실루엣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예지는 이를 또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해낼 터다. 한때 얇은 허리 때문에 'CG설'도 불러왔던 그의 비주얼은 이제 일상 속 친숙한 고문영을 빚어낸다.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서 풋풋한 매력을 뽐내던 변덕쟁이 노수영이 이렇게 성장할 줄은 그 어떤 드라마 팬들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