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父 역할만 두 번…미담 이유 알았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SBS '미녀 공심이'에서는 남궁민, KBS2 '최강 배달꾼'에서는 고경표, 영화 '동주'와 '청년경찰'에서는 강하늘, 최근 스크린에 걸린 '결백'에서는 신혜선의 아버지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연극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고 이제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 중인 친근하고 그럼에도 새로운 아버지의 얼굴이다.
지난 7일 <더팩트> 사옥에 찾아온 최홍일은 인터뷰 시작 전 사진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동행한 스태프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유를 물으니 "사진을 찍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열연을 펼쳐왔던 그는 아직 사진 촬영이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사진 촬영만큼이나 낯선 인터뷰였지만 그는 차츰 진솔함을 찾아가며 30년이 훌쩍 넘은 배우로서의 삶을 되짚었다.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가 서대문구에 살았는데 대흥극장이라는 동시 상영하는 작은 극장이 하나 있었어요. 거기 가서 매일같이 영화를 봤어요. 연기라는 게 참 멋지다고 느꼈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연극을 몇 편 봤는데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서울예술대학교가 남산에 있던 시절 최홍일은 배우의 꿈을 품고 입학했다. 영화과 전공이었지만 그의 주 무대는 촬영장이 아닌 연극이었다. 연극과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몇 편의 단편영화를 촬영하고 나서는 연극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다.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제가 연극과 출신인 줄 안다"며 그는 인생에 있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연극이라고 강조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연극배우의 삶은 참 힘들어요. 그래도 꾸준히 연기하면서 살았는데 40대 초반이 되니 갑자기 너무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어디에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어요. 고생하고 있던 아내한테 용기를 내서 말했죠. 그러니 아내가 '당신 두 딸이랑 나를 누가 300억에 사겠다고 하면 팔 거야?'라고 묻길래 아니라고 했어요. 그 말은 제가 이미 300억 부자라는 뜻이었어요."
이후 그는 연극 '윤이상, 나비 이마주'라는 작품으로 다시 연기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했고 '왕은 죽어가다'를 통해서는 인간 최홍일 그리고 아버지 최홍일이란 무엇인지 곱씹게 됐다. 이와 더불어 최홍일은 연기자로서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2016년 SBS '원티드'에서 혼외자를 폭로 당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경찰청장 역할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그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활동 2막을 열었다.
"방송과 영화에 많이 출연하게 된 건 큰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집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예요.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저 '저 사람 연기 괜찮아'라고 듣고 싶고 두 딸과 집사람에게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언제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요. 언젠가는 내가 연기하는 걸 보고 만족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꿈은 이뤄진다고들 하잖아요."
앞서 언급한 아버지 역할은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후배들과의 접점이 됐다. 최근 개봉한 '결백'을 통해서는 신혜선의 아버지로 열연을 펼쳤고 '청년경찰' '동주'를 통해서는 두 차례나 강하늘의 아버지가 됐다.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이지만 그는 두 사람에게 나름의 배움을 얻었다.
"하늘이는 참 열심히 하고 섬세해요. 미담이 많이 나올 만해요. 저는 사람 얼굴을 잘 익히지 못해서 누군가 제게 인사를 하면 식은땀부터 흘려요(웃음). 하늘이는 모든 스탭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다 알더라고요.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에요. 자꾸 관심이 가고 훌륭한 배우죠. 신혜선 씨는 하늘이처럼 사담을 나눌 정도로 친해지지 않았지만 배우로서 호흡이 참 좋다고 느꼈어요."
"후배들한테 참 많이 배워요. 뭔가 좋다고 할 수 있는 몇몇 요소는 후배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참 열심히 해요. 신인 시절 저보다 더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또 반성하게 돼요. 그게 되려 힘이 되기도 하고요."
최홍일은 아직도 아버지 역할이 그저 좋기만 하다. 세월을 지나 겹겹이 쌓인 속내가 연기할 때 더욱 매력적이라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두 딸의 아버지인 현재의 자신을 마주한다. 그에게 아버지 연기는 버겁게 느껴지는 동시에 묘한 흥분을 동반하는 기분 좋은 일이다. "쓸모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가진 중견 배우 최홍일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중에 친숙한 배우들의 아버지로 활약하며 한 발 더 다가설 예정이다.
"나이가 들은 덕분에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배우로서 정말 좋은 일이에요. 저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연기를 이렇게 해야 했던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못했지'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항상 그래요.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면 부럽고 질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배우로서라면 뭐든 잘하고 싶어요."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