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퀸' 콘서트 12억 소송에 휘말린 이후 '후폭풍' 현실화
[더팩트|강일홍 기자] #1:토요일인 지난 13일 북한산 백운대는 발 디딜 틈이 거의 없었다. 백운대 정상에 꽂힌 태극기 앞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하려는 등산객들이 땡볕 날씨에도 줄을 지었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청춘남녀가 유독 많았다. 파란 눈의 젊은 남녀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20여 년간 주말마다 산행을 해온 필자의 눈에 낯선 풍경일 정도였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일지 새로운 등산 문화로 자리잡을 지 궁금했다.
#2: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화요일인 지난 9일 경기 가평의 한 멤버십 골프장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소위 명문 골프장으로 알려진 곳임에도 매 홀 앞 팀 플레이를 지켜봐야할 만큼 '기다림 골프'를 해야했다. 주말도 아닌 평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평소 할인 이벤트를 해온 중저가 퍼블릭 골프장에서도 새벽 시간대까지 예약이 가득 차는 추세라고 한다. 그만큼 필드를 찾는 골퍼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전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상이지만, 무엇보다 이는 코로나의 우울함을 털어내기 위함이다. 산행의 묘미나 골프 라운드의 즐거움은 활력과 생동감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등산객들의 레깅스 차림은 과감한 새로운 산행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국내 골프장이 정체를 빚는 이유도 하늘길이 막힌 뒤 골퍼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게 마련, 바로 퇴로를 기약할 수 없는 공연계다.
◆ 코로나 정국 장기화 속 '미스터 트롯' 공연 세 번째 연기 '공연계 한숨'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공연계를 덮은 그림자는 짙어가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공연 재개를 기다리던 공연관계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중적 콘서트의 첫 출발점으로 기대됐던 '내일은 미스터 트롯' 공연이 세번째 연기됐다. 그동안 티켓 취소는커녕 '미스터 트롯' 공연만은 반드시 보겠다는 일념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온 관객들의 아쉬움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공연계는 상징적으로나마 '미스터 트롯' 공연이 답답한 코로나 그림자를 벗는 신호탄이 돼주길 바랐다. 이는 올해 예정돼 있는 공연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티켓파워를 가진 대표 콘텐츠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스터 트롯' 콘서트는 앞서 두 차례 연기에도 티켓 취소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거꾸로 공연 일정이 임박할 때마다 새로운 티켓 구매를 문의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트로트 콘서트에 대한 기대치는 살아있지만 공연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그 열기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연계는 '미스트롯' 이후 쏟아진 트로트 열기 속에 엄청난 콘서트 흥행을 맛봤음에도 치명적 코로나 변수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려했던 일은 콘서트가 중단된 뒤 공연관계자들끼리 벌어진 소송전으로 확인됐다.
◆ '공연계 새로운 역사' 쓴 공연기획자 K씨 대박 성공 vs 코로나 그림자
종편채널 MBN을 통해 방영돼 주목을 받았던 주부대상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퀸'은 최근 콘서트 불발에 따른 공연기획사 간 피해를 둘러싸고 12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공연제작사와 기획사들이 공연 판권을 받는 조건의 투자에 나섰지만 코로나로 장기간 공연이 막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다. 유일한 탈출구는 공연 재개밖에 없지만 식은 열기를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스트롯'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콘서트 흥행을 일궜다. 공연기획자 K씨는 투자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대박을 일궈내며 공연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공연계는 이후 새로운 '로또'를 꿈꾸며 종편과 지상파에 앞다퉈 제작비를 끌어모아 투자했다. 코로나 변수가 아니었더라도 모두 다 알고 가는 길은 안전할지언정 평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의 짙은 그림자에 결국 '쪽박'을 찬 셈이 됐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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