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걸그룹 'OK', 프로듀서 겸 리더 샤인(Shine) 승희 비하인드 스토리
[더팩트|강일홍 기자]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꿈을 포기하는 대신 땀 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더 큰 보람과 행복을 찾겠다."
3040 트로트 걸그룹 멤버로 변신한 배우 홍승희(42·샤인 승희). 스스로의 다짐대로 그는 40대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늘씬한 외모와 비주얼로 리더 겸 프로듀서로 참여해 팀을 이끌고 있다. 99년 아이돌 걸그룹 '키스' 보컬로 활동한 지 21년만이다.
"처음엔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음반을 내고 안무와 춤, 노래 연습을 하면서 왜 말렸는지 비로소 실감이 났어요.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직접 뛰어다니며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데 당연히 두 배 세 배 힘들죠. 힘든 만큼 반드시 결실을 일궈내야 해요."
5인조 트로트 걸그룹 'OK'는 홍승희가 프로듀서 겸 리더로 결성돼 곧 출발을 앞두고 있다. 멤버들은 배우와 가수, 카레이싱 모델부터 평범한 회사원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 한 데 뭉쳤다. 모두 자신만의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해온 만큼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조화'를 극대화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리더 샤인 승희를 비롯해 비니(선호빈) 우린(지우린) 아영(조아영) 지혜(김지혜) 등 3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멤버 전원이 골드미스다. 홍승희는 "나이는 제가 가장 많고 막내와 10살 가량 차이가 나지만 어떤 그룹보다 결속력이 강하다"면서 "무대에 서면 저마다 아름다운 빛을 내는 다섯 송이 꽃"이라고 말했다.
홍승희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뭔가 다르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면서 "트로트 붐에 편승한 화제성 이미지로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노래 실력 못지 않게 확실한 퍼포먼스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복안이다.
최근 녹음을 끝낸 '몰라 몰라'와 'OK' 등 트로트 댄스곡에는 모든 연령층이 다 좋아할 '섹시, 발랄, 귀여움'의 코드를 두루 녹여냈다. 팀 리더 홍승희를 만나 골드 미스들의 꿈과 희망, 열정을 직접 들어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걸그룹을 결성하고 리더로 나섰다. 단순히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는 것과는 그 의미가 달라보인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어요. 실패를 무릅쓰고 과감히 도전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게 제 믿음이에요. 제 나이에 걸그룹 도전은 모험일 수도 있어요. 심지어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홀로 음반을 내고 데뷔하면 더 쉽고 편할 수도 있겠죠. 그런 평범한 선택은 하나마나라는 게 제 생각이죠. 우린 모두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할 시점에 만나 같은 뜻으로 의기투합했어요. 각자의 열정 에너지를 긍정마인드로 발산시키면 만사 OK란 공감대로 뭉쳤어요. 그래서 그룹 이름도 'OK'잖아요.
홍승희는 방송사 공채 출신의 정통파 연기자로 활동했다. 95년 MBC 탤런트공채 24기로 정준호 황수정 이성재 박용우 이종수 조미령 최지나 등과 함께 데뷔했다. 정준호 등 몇몇과는 지금도 각별히 교감하고 지낸다. 연기자 데뷔 전부터 모델 활동을 활발하게 한 데다 걸그룹 멤버 제안을 많이 받았을 만큼 끼와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배우 입문 후엔 동기들에 비해 두각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데뷔 시절 신인이란 이유로 일정기간 활동을 규제하는 방송사의 여러 제약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었다"고 했다. 뒤늦은 그의 걸그룹 활동은 그런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한 돌파구이기도 하다.
-그룹으로 활동하게 되면 멤버들끼리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다른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저를 포함해 비니, 우린, 아영, 지혜까지 우리 멤버들은 모두 골드미스예요. 일단 팀에 대한 각오나 기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해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연예계 생리를 더이상 모르는 게 없을 만큼 경험도 많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뿐 누구한테든 간섭 받는 걸 원치 않아요. 아쉬운 게 있다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뛰고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각오도 그렇고요. 모두가 공감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죠.
KBS 공채탤런트(20기) 출신인 비니(선호빈)는 그룹 '레이디티' 멤버에 이어 '엠싸이코걸스' 멤버와 이색 트로트 3인조 '몸빼걸스'로도 활동했다. 모터쇼 등 레이싱모델로 활동한 우린(지우린)은 팀의 섹시 아이콘이다. 특유의 섹시한 매력을 앞세워 럭셔리 휴대폰 케이스 '엘라'와 이든화장품 전속모델로 활동했다. 오로라 전 멤버 아영(조아영)은 2008년 싱글 '괜찮아요'와 지난해 정규앨법 '속았네'를 발표하고 솔로로 활동했다. 지혜(김지혜)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홈쇼핑 스포츠모델로 변신한 뒤 팀에 합류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열기와 함께 정통트로트가 대세를 이루면서 기존 세미트로트마저 주춤한 분위기인데 한 술 더떠 트로트 댄스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네, 맞는 지적이에요. 안그래도 정통트로트로 회귀하는 분위기인데 세미트로트보다 빠른 댄스 장르로 한 단계 더 뛰어넘는게 은근히 걱정되긴 했어요. 이럴 때일수록 틈새를 공략해 정면 승부를 해야죠. 다 똑같은 스타일, 천편일률적 그림은 결국 식상할 수밖에 없어요. 대중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에요. 그룹 활동의 특성상 활발한 움직임은 필수이고, 여기에 부합하는 신나는 댄스 장르로 바람을 일으킨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죠.
타이틀곡 '몰라몰라'는 빠르고 신나는 리듬을 장착한 트로트 댄스 장르다. 홍승희는 "트로트 확산과 더불어 우리 팀이 공략해야할 주 대상층은 4060 세대"라면서 "우월한 체형과 몸매를 앞세워 10대 아이돌 걸그룹이 보여줄 수 없는 원숙하고 농염한 매력을 맘껏 발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보컬과 랩, 율동 등 각각의 역할 분담을 통해 폭발력을 극대화한다는 각오다. 서브 타이틀 곡으로 준비한 'OK' 역시 댄스 바람몰이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좀 특별한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어떤 콘셉트인지 미리 귀띔해달라.
걸그룹 멤버로는 모두 나이가 넘치잖아요. 아이돌과 경쟁하려면 차별화 콘셉트가 있어야 해요. 골드미스들의 5가지 짝사랑을 주제로, 연하남부터 재력을 갖춘 50대 중후반까지 대상 층은 각각 다르지만 사모의 마음을 염두에 둔 간절함을 담아낼 거예요. 이성에 대한 호감도는 나이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 다르잖아요. 또 어떤 매력을 풍기느냐가 중요하지 요즘엔 잘 생기고 못생긴 것에 대한 구분도 의미가 없어요. 섹시 발랄 귀여움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여러 상황설정을 통해 반전 재미를 듬뿍 담으려고 해요.
'OK' 뮤비는 7월 중 본격 촬영에 들어가 여름 바닷가와 골프장, 스튜디오 등을 오가며 한달가량 찍을 예정이다. 우선 배우로 데뷔해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는 비니는 클럽에서 만난 미소년 연하남에 빠져드는 과정을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대기업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 지혜는 직장 상사를, 우린은 헬스클럽 몸짬 남자에게 각각 반해가는 모습을 담는다. 오로라 활동 당시 다이어트의 힘든 고통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아영은 예상 밖의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에 관심 갖는 반전 사랑을 그려내고, 맏언니 승희는 중년의 재력가 남자와 진한 로맨스를 펼친다.
-데뷔 초창기 활발히 연기활동을 하다 브라운관을 떠났는데 개인적으로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정식 입문했는데 울타리가 아니라 제약이 더 많았어요. 저는 데뷔 전부터 잡지, 카탈로그, CF 등에 많이 출연 중이었거든요. 2~3년의 의무 전속기간 중 방송사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외부 활동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 기간 동안에는 연기 트레이닝 차원에서 조·단역 같은 작은 역할이 고작이었으니 사실상 공백이 된거죠. 전속이 끝나자마자 KBS 드라마에 잠깐 출연했는데 MBC에선 아예 일을 거의 안주더라고요. 밉보인거죠. 홍콩과 싱가포르서 활동하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연기생활을 접었어요.
홍승희는 1990년대 후반 잠시 싱가포르에서 슈퍼모델로 활동했다. 당시 패션모델 전문기획사 모델라인을 통해 해외 무대 제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오디션을 거쳐 홍콩영화 '흑우'(Black rain)와 국내 영화 '베사메무쵸' 등에 출연했다. 잠깐이지만 그 무렵 걸그룹 '키스'에서도 보컬로 활동했다. 그는 "여고시절 잡지 표지모델 선발 때도 그랬지만 웬만큼 규모가 큰 오디션에서도 탈락해본 적이 없다"면서 "성장한 옷차림 등 외모보다는 항상 사전 치밀하게 준비한 돋보이는 퍼포먼스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사업가로 변신한 뒤엔 국내 첫 파티슈즈(수제화) 사업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룹활동은 단순히 노래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지 않나. 춤과 안무 등 차별화 무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인데 자신있는지.
자신이 없었다면 나올 생각도 못했겠죠. 사실 어떤 콘셉트로 어필해야할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젊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와도 달라야하고, 기존 아이돌 걸그룹과도 뚜렷이 구별돼야 하잖아요. 단 하나의 동작도 완벽하게, 임팩트 있게 보여주기 위해 3개월 전부터 매주 두 세 번씩 만나 강도높은 연습을 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을 7월까진 구슬땀을 흘릴 각오예요. 코로나 여파로 당초 예정된 일정이 조금 늦춰졌는데 그게 저희들한테는 오히려 한숨 돌릴 전화위복이 됐어요.
'OK'는 7월 하순부터 본격 출격할 예정이다. 코로나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당초보다 2~3개월 늦춰졌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김에 해변 비키니 차림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시원한 여름 콘셉트로 방향을 틀었다. 정식 데뷔를 앞두고 맛보기 공략 포인트도 준비 중이다. 그룹 결성 후 처음으로 태진아의 신곡 발표 무대(KBS2 '뮤직뱅크')에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그는 "일종의 궁금증 유발 전략"이라면서 "태진아 선배님의 요청으로 무대에 함께 서는 건 맞지만 정식 데뷔 전까지는 가벼운 율동과 이미지만 살짝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홍승희는 최고의 한류 아이돌들과 일본에서 뮤지컬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슈퍼쥬니어의 성민, 초신성의 성제, 성모, 지혁, 더블에스501의 허영생, FT아일랜드의 승현, 유키스의 수현 캐빈 기섭 등이 출연한 한류 창작 뮤지컬 '‘썸머스노우'(2013년)는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두 차례 공연돼 대성황을 이뤘다.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고가의 티켓이 모두 매진을 기록할 만큼 성황을 이뤘어요. 모든 관심이 한류 스타에 집중되다 보니 같은 무대에 섰는데도 국내 언론이나 관객들한테 제 존재는 거의 부각되지 못했죠. 아쉽긴 하지만 지금도 짜릿한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연기와 춤 노래 등 다재다능한 탤런트적 끼와 열정을 갖춘 그에겐 유독 아쉬움이 많다. 직접 결성한 걸그룹 멤버로 과감한 도전장을 낸 건 더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배우로서는 아쉬움이 없지만 가수로서는 많이 아쉽다. 걸그룹 'OK'를 통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다." 인터뷰 말미, 진지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그의 다짐이 귓전을 울렸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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