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캐릭터에 긍정 에너지 배웠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최근 윤지온은 '집콕' 중이다. 촬영 스케줄에 잠시 멀리했던 드라마와 영화로 하루를 보내고 직접 만든 요리로 허기를 달랬다. 이 휴식 동안 천사들이 넥타이를 메고 사무적인 삶을 살아가는 브라질 드라마 '수호천사 울리', 평범한 10대 마녀 사브리나의 삶을 그린 미드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판타지라는 말에 그는 "다들 가뜩이나 힘든 요즘인 데, 현실 반영이 돼 있으면 보기 꺼리게 된다"며 미소를 보였다.
윤지온의 최근작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역시 그의 쉼터와 같은 SF 판타지 장르였다. 윤지온은 주인공인 사이코메트리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 분)의 동료 오세훈 순경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세훈은 동백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뿜어내는 긍정 에너지는 초능력을 웃돌았다. 반장 구경탄(고창석 분) 동백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자칫 무거워질 작품에서 쉼표 역할을 했다. 기억을 읽는 동백의 신체접촉마저 의식하지 않았다. 속까지 긍정 에너지로 꽉 차있는 오세훈이었다.
윤지온은 사회부 기자 강지은(전효성 분)과의 로맨스로도 '메모리스트'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초반부 알 듯 말 듯 미묘한 감정선으로 대화를 건네던 그는 후반부 숨겨왔던 마음을 꺼내며 안방극장에 설렘을 전했다. "작품 시작할 때 오세훈과 나는 50%가 닮아 있었다. 하지만 끝나고 보니 오세훈 그 자체가 됐다"는 윤지온은 <더팩트>와의 인터뷰 내내 긍정 에너지를 뿜어냈다.
Q. '메모리스트'를 처음 시작할 당시 어떤 마음이었다.
"SF 형사물로 알고 있었다. 액션이 많을 거라는 것도. 재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봤고 실제로 정말 재미있게 했다. 내가 직접적으로 초능력을 사용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웃음). 그래도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럽다."
Q. 작품에 임하기 전 따로 준비했던 부분이 있나.
"오세훈 캐릭터가 동백 반장님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 두 분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였다. 승호랑 굉장히 연락을 자주 했다. 만나서 밥도 많이 먹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Q. 많은 이야기 끝에 유승호는 어떤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나.
"굉장히 겸손한 친구. 인성이 바른 아이라고 할 수 있다. 경력이 긴 친구라서 처세술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인간 그 자체로도 정말 좋은 사람이다."
Q. 고창석은 어땠나. 드라마에서 티격태격하는 호흡으로 많은 재미를 줬다.
"구경탄 반장님(웃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따뜻한 분이다. 현장에서도 사석에서도 잘 챙겨준다. 의식하고 배려하는 게 아니라 배려가 몸에 베신 것 같다. 반장님 옆에 있으면 웃음이 끊길 일이 없다."
Q. 오세훈 캐릭터의 기본 구성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쉽게 밝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돼 있었다. 하지만 반장님 동백이 같은 분들만큼의 에너지는 못 따라가겠더라(웃음). 그리고 제작발표회 때 '동백 바라기'라고 말씀드렸었다. 그 키워드를 품고 작품에 임했다. 동백에게 할말은 하되 그가 명령하면 또 군말 없이 해내는 게 세훈이다."
Q. '메모리스트'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 참고했던 부분이 있나. 그리고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
"오세훈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인물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친구가 던지는 대사와 말투를 참고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범인의 정체였다. 분위기도 아마 드라마가 원작보다 조금 더 무겁게 흘렀을 거다. 원작에서의 참고보다는 외국 형사 드라마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위트를 담으려고 표현했다. 그 위트가 반장님과 얽힌 장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Q. 인간 윤지온과 메모리스트 오세훈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50%정도 닮아 있었다. 뒤로 갈수록 점점 싱크가 맞춰지면서 100%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나도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세훈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밝은 에너지를 표현하는 방법을 세훈이에게 많이 배웠다."
Q. '메모리스트'를 촬영하며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들었나.
"다른 걸 다 떠나서 '지우개가 누구야?'가 가장 많았다(웃음). 승호가 잘 생겼냐고도 많이 물어보더라. 난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티비로만 보는 너는 모를 거야'라고 해줬다. 지우개의 정체는 우리도 중후반부에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스포하지 않기 위해 꼭꼭 숨겨뒀다."
Q. 유승호 고창석과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애드리브도 많았을 것 같다.
"리허설을 하는 도중에 완성되기도 하고 촬영 도중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했다. 6부에서 반장님에게 사극 톤으로 장난치는 부분이 있다. '쇤네가 복사를 해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컷이 안 나더라(웃음).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애드리브를 했고 그게 방송으로 다 나왔다. 실제로 방송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Q. 유승호 고창석이 연기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준 부분도 있나.
"반장님은 그거 다 괜찮다고 하신다. 상대를 전적으로 믿고 연기에 임해주신다. 도움이 아니라 믿음과 자신감을 줬다. 승호는 내게 '형이 이 드라마를 살린 거야'라고 해줬다. 세훈이 역할이 아마 극에서 쉼표 역할을 해줬을 거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환기시켜준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나 싶다."
Q. 전효성과 짙지는 않았지만 나름 로맨스도 펼쳤다.
"처음에는 나도 러브라인이 있는 줄은 몰랐다. 4부까지 촬영하며 '이 대사가 관심을 표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은 했다. 우리 둘의 러브라인이 메인은 아니니까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없다. '사심'은 아니고(웃음) '팬심'으로 촬영했다."
Q. '메모리스트' 종영 후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느낌도 받나.
"다른 무엇보다 여유를 많이 배웠다. 승호와 세영이 고창석 선배가 본보기를 내게 잘 보여줬다. 그 여유라는 게 웃음일 수도 있고 배려일 수도 있다. 함께하다 보니 그런걸 몸소 느끼게 됐다. 그들은 여유롭게 연기하고 그 남은 여유로 상대방을 배려한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예전의 나는 급했다. 부담이 있었고 카메라 앞에 서면 굳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하니 정말 두려울 게 없었다."
Q. 지금의 윤지온은 배우로서 어디까지 성장한 것 같나.
"항상 부족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다. 조금 더 잘 하고 싶다는 갈증이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기 모습에 만족하면 성장이 끝난다. 어떤 작품 출연진에 윤지온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사람들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봐주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16부작 드라마가 끝났으니 특별한 계획을 세웠을 것 같기도 하다.
"세훈이에게 받은 에너지를 배웠다. 그 에너지가 내 삶을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세훈이보다 더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장르는 상관 없다. 로맨스도 브로맨스도(웃음) 뭐든 좋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