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사건' 휘말리며 절망, 기업 CEO 스타강사로 우뚝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인 권영찬(50)은 연예계 '행복 바이러스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국내 유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자기계발' '열정' '꿈과 희망' '나눔과 봉사' 등 다양한 주제를 '행복'이란 하나의 쟁반에 담아내는 행복재테크 스타강사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화려한 조명이 분출하는 연예계에는 역설적으로 그늘도 많은 게 사실이다. 권영찬은 연예계 데뷔 이후 누구보다 좌절의 아픔을 많이 겪었다. 그의 솔직하면서도 고통스런 경험담은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동병상련의 위로를 주고 있다. 또 타고난 언변과 재치 익살은 '연예인 1호 상담심리학 박사'란 호칭에 걸맞는 유쾌한 웃음의 원천이 됐다.
권영찬은 자수성가형 개그맨으로 성공했지만, 예기치 않은 억울한 송사(성폭행 무고)에 휘말렸다. 2005년 6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한 여성을 강간치상했다는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는 좌절했다. 억울함이 가려진 여론몰이의 주홍글씨는 이후 대법원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그를 긴 어둠의 터널 속에 가뒀다.
"살다 보면 내가 잘못한 일이 없어도 이유 없이 날벼락을 맞는 일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까지 쌓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당시 권영찬을 고소한 여성은 무고죄와 위증죄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캐나다로 도주해 현재까지 도망자 신세다.
"얼굴이 알려진 대가로, 억울해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줍니다. 자칫 불행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커요. 저 또한 심한 우울증과 피해 강박증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겪어봐서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알아요."
그는 현재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행복재테크 상담코칭 컨설팅연구소와 연예인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봉사 마인드로 출발한 강연전문기업 권영찬닷컴은 직접 경험한 아픔과 고통이 밑거름이 돼 그를 한 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데뷔 30년, 그의 굴곡진 연예계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연전문기업 권영찬닷컴을 운영 중인데 강연자로는 본인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계 다양한 스타강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들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잖아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힘을 보태면 시너지가 더 커지는 이치예요. 출발은 미미했지만 다양한 개성파 강사님들이 합류하면서 막강해졌어요. 전엔 모든 기준이 방송이었다면 지금은 대기업 강의 스케줄을 고려해 출연 여부를 조정해야할 만큼 비중도 크게 바뀌었어요. 물론 단순히 수익과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고, 나름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을 찾습니다. 강연 수익금의 10~30%는 이웃을 위해 나눈다는 원칙이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있잖아요. 저는 이제서야 제 스스로 인정하는 방식을 체득해 행복합니다.
그가 운영하는 권영찬닷컴에는 이호선 박사, 최일구 전 앵커, 김경일 교수, 김동성, 앤디황(영어 국내 1호 코치), 최형만, 황기순, 이성직 상담심리학 교수 등 40여명의 스타강사가 소속돼 있다. 스스로 대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열정과 꿈'에 대한 강연 역량을 극대화한 뒤 2014년 삼성전자 대표 강사로 선임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서 월 10~15회의 행복재테크, 성공재테크, 파워스피치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연예인 1호 상담심리학 박사'라는 이색 칭호가 붙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저는 데뷔 후 오직 인기와 돈과 명예만을 뒤쫓다 어느 순간 바닥으로 추락했어요. 스스로 '고난 3종 세트'라고 부르는데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렸고, 세트장이 무너져 척추 골절과 발뒤꿈치뼈가 27조각으로 으스러지는 대형사고를 당하고, 코스닥 M&A에 뛰어들어 수십억을 날리기도 했어요. 상담심리학 박사는 이런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소중한 결실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늦깎이 향학열에 불타는 분들이 꽤 많은데 저도 그 중 한명이에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한 저한테 '박사'라는 의미는 그래서 더 특별해요. 아마도 평범했더라면 다시 공부에 매달릴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권영찬은 KBS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MBN '동치미' 채널A '행복한 아침' 등에 10년째 단순 예능인 패널이 아닌 상담심리전문가로 방송에 고정 출연 중이다. 그는 "처음엔 단지 제 억울한 얘기를 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호응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가 이미지가 굳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센터에서 인턴과정을 진행했다. 이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상담코칭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국민대학교 문화교차학 문화심리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데뷔 후 누구보다 반듯한 이미지로 승승장구 하지 않았나. '꽃뱀' 사건은 결국 무고로 판명났지만 한순간에 모든 걸 빼앗아 가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기를 치려고 작정한 사람한테 걸려들면 절대 헤어나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나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접근한 일당들이 옭아매는 데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당시 저는 너무 잘 나갔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허점도 많았어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른 일도 아닌 성폭행이란 주홍글씨가 씌워지는 순간 절망이었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조차도 현실은 냉혹했어요. 억울해도 다 포기하고 내려놔야 했으니까요. 다행스럽게 진실은 곧 밝혀졌고 저는 더 단단해졌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다 소중한 삶의 경험이 됐더라고요.
권영찬은 레스토랑 '권영찬의 짝궁뎅이'에 이어 '개그개그 피씨방'이란 PC방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성공하면서 한때 월 고정수익 3000만원의 탄탄대로 사업가로 입지를 굳혔다. 호사다마인지, 잘 나가던 그는 2005년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무너진다. 평소 예의 바르고, 선행을 많이 해온 연예인이란 이미지 때문에 더 치명상을 입었다. 1심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2년6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를 무고한 여성은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주해 잠적했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역시 가족이 가장 큰 버팀목이다. 특히 아내의 믿음과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들었다.
화불단행이라고 힘든 일은 겹친다고 하잖아요.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자꾸 안 좋은 일만 반복되더라고요. 투자 실수로 30억이란 큰 돈을 날렸을 땐 '벌어서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꽃뱀사건에 휘말리고나니 저 자신부터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설상가상 촬영 중 사고로 중상을 입고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어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의 믿음과 격려가 없었다면 우울증까지 겹친 저는극단적인 나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을 거예요. 결혼 후 아내는 난임으로 많이 힘들었고 저는 그런 아내를 위해 모든걸 감수했어요. 주로 해외 여객근무를 많이 해 소중하게 탄생한 두 아이 육아는 거의 제가 했어요. 가족이란 울타리가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같아요.
아내 김영심 씨는 항공 승무원이다. 두 자녀 권도연(10), 권우연(7)은 각각 2번, 4번의 인공수정을 거쳐 출산했다. 권영찬은 "저한테 닥친 불행보다도 인공수정 실패를 반복하면서 아내가 힘들어할 때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아내 대신 두 아이 육아를 책임져온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청예단의 학교폭력 예방 상담사, (사)한부모가정사랑회의 운영위원을 맡아 한부모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사)한국코치협회의 홍보대사와 강원도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남자 연예인 중에선 몇 안 되는 홈쇼핑 '완판남'으로 불린다. 홈쇼핑은 일반 방송과 달라서 유명도나 인지도만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들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상품 구매력은 진행자나 판매자가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생성되기가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특정 제품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공감대를 줄 수 있어야하고, 오랜 신뢰와 믿음이 쌓여야 해요. 저는 상담코칭 전문가로 심리학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기업 강연자로 활동하다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마음을 동시에 읽을 수 있어요. 제품에 대한 만족감의 수준을 넘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감성 마케팅인 셈이죠. 주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마음과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없어요.
권영찬에게 붙은 '연예인 홈쇼핑 완판남'은 그가 기록한 객관적인 판매 이력 때문이다. 그는 1999년부터 6년간 한경희 스팀청소기 홈쇼핑 담당 마케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업계 최고의 매출을 달성하며 스팀청소기를 10대 베스트셀러 상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 기능성 쓰레기통 매직캔을 단독 런칭해 800억원의 매출(2012년~ 2018년), 노터치 파워슬라이드 청소기 400억 매출(2016~2019)을 잇달아 달성하며 '홈쇼핑 매진남'이란 브랜드를 얻었다. 마케팅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현재는 벤처기업 (주)올스웰의 마케팅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얼마 전 ㈔한부모가정사랑회가 주관한 의미있는 나눔 행사를 후원하지 않았나. 뜻깊은 이웃사랑 실천에 감동 받았다는 누리꾼들 반응이 많았다.
코로나19로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였는데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했어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손 소독 및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 모두가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 그늘진 곳이 생기게 마련이죠. 한 부모 가정 어린이들은 아예 외출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취약해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참여한 많은 분들이 고마워 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권영찬은 지난 11일 ㈔한부모가정사랑회 서울특별시지부에서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2020 GOGO 봄 소풍, 벚꽃 길' 나눔 행사를 후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한 가운데 야외에서 기분전환과 힐링을 통한 미래 꿈나무들의 희망을 찾아주는 행사다. 권영찬은 이날 행사 진행 등 재능기부와 함께 400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기부했다. 그는 "기부액은 많지 않더라도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째 예능인으로 살면서 정상과 바닥을 모두 경험했다. 아쉬움이나 후회스런 일이 많을텐데 마지막으로 향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밝혀달라.
기쁨도, 즐거움도, 보람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저한테는 아쉬움이 훨씬 더 많아요. 잘 나갈 때는 그저 '연예인 권영찬'을 앞세우고 자랑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알았어요. 넘어져 좌절한 뒤에야 그동안의 삶이 오직 돈과 명예, 인기만을 좇는 것이었고, 그런 목적론적인 삶의 방식이 완전히 잘못됐음을 깨달았죠. 경험상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가끔은 실패를 맛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다시 못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더 굳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뒤늦게 이런 이치를 깨달은 만큼 이제부터라도 목적을 위한 삶이 아니라 존재가 이끄는 진면목의 삶을 완성하고 싶어요. 먼저 나누고 베풀고 배려하면 가능해진다고 믿어요.
그는 박사학위논문 '내 삶의 굴곡에 대한 문화교차학적 분석'(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교차학 협동과정 문화심리사회학전공) 결어(結語)에서 이렇게 썼다. "기회가 주어지면 어려운 환경에 처한 후배나 동료들에게 작은 안내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겪은 것처럼 때로는 돈이나 명예와 권력 등 목적을 좇다가 역경에 처한 동료들을 접하게 된다. 그들에게 '당신은 당신 삶 속에서의 주인이며 주연 배우'라는 자명한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내 삶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면 당신과 우리의 삶도 소중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권영찬은 모두 3번의 데뷔 과정을 거치는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91년 KBS 1회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뒤 이듬해인 92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적을 옮긴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 짧은 M본부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KBS 2회 개그콘테스트에 도전해 동상 입상한다. "맘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시절이었어요. "
그는 연예계 진출 이후 진실한 삶이야말로 타고난 재능이나 끼, 자신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미스터트롯' 최종 우승자로 우뚝 선 가수 임영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실력과 재능도 중요하지만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진정성 있는 휴먼 스토리가 더 가슴 찡하게 와닿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현재 그는 커넬대학교 한국캠퍼스 상담학 교수,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강한 직장인의 태도나 자세에 대해서는 "성공하면 내 덕, 실패하면 당신 탓이라는 자본주의 생리가 수많은 스트레스를 양산한다"면서 "경쟁보다는 상부상조해 해결해간다는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영찬은 방송인이면서 '행복재테크 강사'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을 위한 행복한 동기부여나 소통을 위한 온라인 강연자로 끝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 사내방송국과 함께한 '밀레니얼 세대 직원 간 소통 교육'은 스타강사로서 그의 존재감을 극명히 보여줄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예능 끼로 다져진 자신감과 열정 못지 않게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을 강조하며 스스로 반짝였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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