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통합' 열정 가수, "남진 나훈아보다 잘 할 수 있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김수찬(26)은 '프린수찬'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그는 가창 실력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활약으로 '가요계 열정남'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 '프린스'다운 면모를 인정받았지만, '트로트 킹'의 자리까지 일찌감치 예약해놓은 셈이다.
'미스터트롯'은 코로나19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전국민적 호응과 사랑을 받았고, 그 중심에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쇼맨십으로 활력을 불어넣은 김수찬이 있다. 그는 "비록 최종 결승 진출자 멤버에 합류하진 못했어도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다"면서 "그 이유는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충분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다 소화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로트 가수라서 정통 가요만 잘 부르면 된다는 편견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이번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유머감각과 토크 순발력까지, 필요하다면 뭐든 잘 하는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의 쇼맨십은 '미스터트롯' 방영기간 내내 본선진출자 48명 중 단연 으뜸으로 회자됐다. 무엇보다 다양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트롯' 4라운드에서 후순위에 뒤처진 위기의 순간(팀 기부미션 메들리 4위)을 뒤바꾼 수훈갑이기도 하다. 팀 에이스 대표로 나선 그는 '나팔바지'와 '아모르파티'를 불러 단번에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김수찬은 인천 학익고 시절 담임선생님(조안나) 결혼식 축가를 불러 일약 '교내 인기스타'로 등극했다. 재능을 알아본 당시 교장선생님(윤재로)이 인천청소년가요제(2010년) 출전을 권유했고, 그는 보란듯이 대상을 수상했다. 내친김에 그해 8월 '전국노래자랑'(여름특집 대천편)에 도전해 역시 1등(최우수상)을 거머쥔다.
그는 오랜기간 '리틀 남진'으로 통했다. 남진의 '나야나'로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SBS '내가 진짜스타'에 도전해 '둥지'(남진)를 멋들어지게 소화한 뒤 붙여진 영광의 꼬리표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가수가 인정한 꿈나무란 자부심도 크지만 이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김수찬으로 거듭날 때"라고 말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김수찬을 직접 만났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스터트롯' 최종 결승 진출 문턱에서 좌절돼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했다. 임영웅과 대결한 준결승에서 극찬을 받고도 300대 0이라는 점수를 받았는데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과 기대감이 '1'도 없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서운하지는 않았어요. 작은 실수라도 했다면 속상했을 수는 있겠죠. 성격상 훌훌 털어버리는 스타일이고, 긍정 마인드여서 결과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해요. 전 지금의 제 모습과 이미지, 기량을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준결승 상대 영웅이 형은 제가 선택했잖아요. 상대가 강력한 우승 후보여서 한번 제대로 대결을 해보고 싶었어요. 만약에 제가 음이탈 같은 실수가 있었다면 동정표 1~2개쯤은 나오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저는 결과와 관계없이 대만족해요. 지금도 당시 주어진 무대만큼은 완벽하게 해냈다고 생각해요.
'미스터트롯' 신동부로 참가한 김수찬은 결승 진출까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막강 후보였다. 경연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결승 진출은 기정사실처럼 통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연달아 의외의 선택을 했다. 김수찬은 준결승전 1라운드 레전드 미션곡으로 어머니가 추천한 주현미의 '첫정'을 택했다. '첫정'은 특유의 고음과 꺾기가 많아 난이도가 높은 곡이다. 김수찬은 마술을 곁들이며 '첫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훌륭히 소화했다. 준결승전 2라운드 듀엣미션에서도 임영웅을 대결 상대로 골라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마스터와 레전드 가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경연프로그램 특성상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음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 아닌가. 굳이 최 강자와 대결을 선택한 이유가 여전히 궁금하다.
안 그래도 많은 분들이 너무 의외였다고 말을 해요. 정작 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바로 전 라운드에서 누가 1등을 했는지가 중요했으니까요. 무엇보다 남진 선생님이 레전드로 와 계셨고 주현미, 설운도 선배님도 자리하셨잖아요. 영웅이 형도, 저도 현역이니까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마음보다는 마스터분들, 레전드분들, 시청자분들께 프로다운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영웅이 형을 상대로 택해 '울면서 후회하네'를 불렀을 거예요. 실제로 남진 선생님이 '수찬이가 정통 트로트도 되는구나' 하시며 칭찬을 하셨어요. 덕분에 쿨한 상남자로 당당함을 보여줬고요.
김수찬은 임영웅을 준결승 상대로 지목한 것에 대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뜻밖의 선택에 장윤정 마스터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남진, 주현미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현미는 자신의 노래를 선곡한 김수찬에게 "'첫정'이 디테일한 기교가 많은데 다 살리면서 퍼포먼스까지 잘했다"고 평가했다. 준결승까지 경연 기간 내내 그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바탕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을 형성했다. 팀 기부미션(영탁 안성훈 남승민 등) 당시 메들리(여자일생-1234-뿐이고-부초같은 인생)를 불러 4위를 기록한 뒤, 팀 에이스로 나가 일거에 2위로 올라서는 반전을 일궈내기도 했다.
-가요계에서 일찌감치 '프린수찬'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이번 '미스터트롯'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뒤 팬들이 더 공감하는 분위기다.
원래도 '끼쟁이' '끼수찬'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어요. 재작년부터 팬카페를 중심으로 팬들 사이에 '프린수찬'(프린스 수찬)으로 불리더니 자연스럽게 애칭이 됐어요. 어쨌든 '왕자'란 호칭은 과분하고 영광스럽죠. 그런데 이번 '미스터트롯' 이후 새로운 별칭이 생겼어요. 갑자기 '수친놈'(미친수찬)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제 또래의 젊은 팬 중 한분이 '무대에 미치고, 드립도 미쳤다'는 뜻으로 불렀는데 다들 공감한거죠. 어감이나 표현이 좀 과격하긴 한데 그렇다고 기분 나쁠 이유는 없죠. 누구도 상상못할 임팩트 있는 극찬이잖아요.
-트로트 신동 출신 아닌가? KBS1 '전국노래자랑'과 JTBC '히든싱어 2' 남진 편을 통해 주목 받았다. SBS '내가 진짜스타'에서도 인상깊은 무대를 보여줬다.
'미스터트롯'에 함께 도전한 홍잠언이나 정동원이가 진짜 트로트 신동이죠. 저는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으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때가 고 1때였으니까 신동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요. 그리고 더 어렸을 때는 트로트에 별 관심도 없었어요. 2010년 3월 새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우연히 담임선생님 결혼 축가를 불렀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빗장이 풀린듯 트로트와 연이 닿았어요. '인천청소년가요제'(6월) '전국노래자랑'(8월) '내가 진짜스타'(10월) 등 화제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이 모두 같은 해에 줄줄이 이어졌거든요. 잠언이나 동원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중요한 건 '신동이냐 아니냐' 보다는 자신감인 것같아요.
김수찬은 '미스터트롯' 첫번째 라운드를 고1 당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불렀던 남진의 '나야나'로 올하트를 받고 통과했다. 그는 "여러 곡을 놓고 고민을 하다 이 곡이야말로 '리틀 남진'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면서 "저를 가수로 출발하게 한 계기를 만들었으니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2라운드 팀미션(김수찬 양지원 김희재 이찬원 김경민)에서는 현철의 '내마음 별과같이'를, 3라운드 데스매치에서는 계은숙의 '노래하며 춤추며'를 불렀다. 김정수의 '당신'을 선곡한 노지훈에 밀려 탈락의 고비를 맞았지만 끼쟁이답게 마스터들의 적극 지지와 응원으로 패자부활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10년 가까이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알린 기성가수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신인으로 되돌아가 경쟁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같다.
송가인 누나를 보면서 용기를 냈어요. 가인이 누나도 10여년 가까이 무명가수로 활동하다 '미스트롯'으로 트로트계 퀸이 됐잖아요. 저 역시 그동안 다양한 무대를 경험해온 만큼 색다른 도전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좋아하는 트로트 활성화에도 일조할 좋은 기회였고요. 방송은 기성가수들, 특히 신인들은 설자리가 매우 한정적이잖아요. 가인이 누나처럼 우승이란 결과를 내진 못했어도 전국민이 '끼수찬'의 활약을 확실히 인정해주신 것같아 만족스러워요. 팬들은 가수 개인의 자존심을 동정하거나 이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눈 앞에 보여지는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걸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김수찬은 2012년 5월 1집 '오디션'을 내며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첫 곡이 '오디션'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오디션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저의 진면목을 대중에 소개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간다 간다' '딱 보면 알아요' '대구 아가씨' '평행선' '사랑의 해결사' 등의 곡으로 활동했다. 현역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화제 프로그램에 도전을 계속했다. JTBC '히든싱어'(2014년) 남진편에서도 1등을 차지하며 왕중왕 전까지 진출했다. 그는 "왕중왕 전 당시 휘성 편 우승자가 대상을 했는데 아마도 지금처럼 트로트 열풍이 불 때라면 제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아쉬운 속내를 밝혔다.
-젊은 기성 가수로는 막강 인기파워를 자랑하는 '미스터트롯' 신드롬 수혜자가 됐다. 가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셈인데 마지막으로 향후 특별한 계획이나 희망사항이 있으면 얘기해달라.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가수활동을 워낙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저도 어느덧 10년이 됐어요. 그동안 몇차례 콜라보 무대와 선배님들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가슴에 차곡 차곡 다져온 다짐이에요. 아직은 폭발적인 히트곡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은 건 많거든요. 혹시라도 건방진 말씀처럼 들린다면 용서해주세요. 솔직히 저는 나훈아 선생님 컴백 콘서트를 보면서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욕이 넘쳤어요. 대선배님의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저를 위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강한 도전의지를 만들어준 느낌이죠.
김수찬은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출전자 중에서도 유독 열정적인 도전자로 각인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상승시킨 덕분이다. 27살 국민오빠로 전국의 이모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행운도 얻었다. 김수찬에 대한 이런 분위기는 최근 방송된 KBS1 '아침마당' 미혼우리새끼 편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아직은 결혼을 언급하기 이른 나이기도 하지만 노래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가수로서 김수찬의 매력은 자신감이다. 수십년 내공을 쌓은 대선배가수들과 같은 무대서 만나도 전혀 주눅 드는 법이 없다. 이런 당찬 면모는 끼의 발산이란 긍정에너지로 표출되곤 한다. 그가 자신의 멘토이자 오랜 사제지간 유대감을 공유해온 가수 남진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잖느냐"며 "첫 대면 때 이미 범상치가 않았다"고 말했다.
남진의 칭찬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남진 콘서트에 고정 게스트로 자주 섰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남진은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된다는 말은 옛 얘기"라며 "이는 관객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대선배 가수로부터 자신의 다양한 끼와 무대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김수찬은 '미스터트롯' 화제의 주인공들이 출격하는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이어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김호중 장민호 김희재 등 결승 진출자들을 포함한 노지훈 영기 신인선 유지광 나태주 김경민 등 준결승 진출자들과 준비 중인 토크콘서트에서도 마음껏 끼를 분출한다는 각오다.
콘서트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트로트뿐만 아니라 성악과 발라드, 댄스 등 여러 장르의 선곡으로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뷔페 무대'를 발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봐도 다같이 졸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세대통합 볼거리를 앞으로 1~2년 내에 꼭 준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비쳤다. 인터뷰 내내 도드라진 이런 자신감은 몸에 밴듯 바른 겸손함이 더해져 더욱 돋보였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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