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성장하고 싶어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tvN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에 5중대 4인방으로 출연해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배우 유수빈. 아직 시청자들에게 '김주먹'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것처럼 그도 '사랑의 불시착'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종영 후 인터뷰를 돌며 '사랑의 불시착'을 돌아보고 김주먹을 떠나보내고 있는 유수빈을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며칠 동안 반복된 인터뷰에 익숙해진 듯 자리에 앉더니 자리에 놓인 노트북을 두드리며 기자 흉내를 내 웃음을 자아냈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 유수빈이 먼저 "종영 소감부터 할까요?"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촬영할 때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회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며 "섭섭하고 아쉽고. 한동안 마음이 헛헛했다. 진짜 끝났구나 싶었다. 마지막 촬영 때도 평소 분위기랑 비슷해서 실감이 안 났다"고 말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유수빈은 열혈 한류 팬인 북한군 김주먹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는 김주먹 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은 총 세 번이나 봤다. SBS '별에서 온 그대' 팬이었던 그는 박지은 작가의 신작인 만큼 욕심을 내 오디션을 준비했다. 상대역 대사까지 통째로 외우고 어떤 대사에서 어떤 리액션을 할지 전부 계산해서 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1~3차 오디션을 모두 잘 못 봤다. 특히 3차는 정말 못 봐서 안 될 줄 알았다"고 털어놓으며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1차 때는 편한 거로 해보라고 해서 표치수(양경원 분) 연기를 했어요. 반말 대사가 많았거든요. 2차 때 감독님께서 주먹이를 해보라고 하셔서 그 역할로 봤는데 사실 저는 대본 봤을 때부터 제가 김주먹일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표치수, 금은동(탕준상 분)은 나이대가 안 맞고 박광범(이신영 분)은 잘생겨야 해서 당연히 김주먹 역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긴장하다 보니 몸이 굳어서 오디션을 잘 못 봤죠. 오디션 때도 별 반응이 없어서 '난 안 됐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합격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합격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환호를 지를 만큼 좋았다는 유수빈은 "박지은 작가님이랑 작업을 한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나중에 작가님을 뵀을 때 '팬이에요' 이런 말은 못 했지만 먼발치에서 혼자 기뻐했다"며 웃었다.
캐스팅 후 유수빈은 북한 사투리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북한 사투리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고 연습했지만 그가 준비한 함경북도 사투리가 아닌 평안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더욱 힘들었다.
"사투리 선생님이 계셔서 다 가르쳐 주셨어요. 처음에는 함경북도랑 평안도 사투리 억양 차이가 심해서 바꾸는 데 애를 먹었는데 선생님이 잘 잡아주셨어요. 사투리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려고 촬영장에서 쉴 때도 5중대원들끼리도 계속 사투리를 쓰고 심지어 집에서도 썼어요. 저 도와주신다고 어머니도 북한 사투리를 쓰셨어요. (웃음)"
배우들의 열연과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전개로 '사랑의 불시착'은 역대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유수빈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라는 질문에 "인기라기보다는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길을 다니다 보면 '김주먹이다'라고 하시더라. 제 이름은 잘 모르신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주먹으로 불리는 것도 좋다며 "드라마를 집중해서 봐주셨다는 거니까 너무 감사하다"고 웃었다.
그는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유수빈은 "촬영 중 대기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사인지 들고 달려오셨는데 제 이름이 기억이 안 나셨나 보다. '김..만두!' 이러셔서 '저 김주먹입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한동안 촬영장에서 '김만두'로 불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유수빈에게 '사랑의 불시착'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그는 "운을 끌어다 쓴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잘 되는 작품을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해봤다.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미 있는 작품을 무사히 마친 유수빈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인기나 비중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천천히 성장해나가고 싶다. 연기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제 모습을 느낄 때 뿌듯하고 재밌다. 그런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의 불시착'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그는 김주먹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북한 사투리 요청에 "잠시만요. 까먹었어요"라며 웃더니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시청자 여러분 김주먹입니다. 이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네다. 앞으로 주먹이는 군 생활 열심히할테니까니 여러분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라겠습네다. 항상 건강하시고, 진심을 다해 감사합니다. 행복하시라요."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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