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택'은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더팩트|문수연 기자] 모델 도상우,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전남친, '내 딸, 금사월' 주세훈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았지만 TV조선 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이하 '간택')으로 달라졌다. 도상우는 뜻을 숨긴 대군 이재화 역을 맡아 순박함과 야망,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도상우는 '간택'을 '새로운 시작', '터닝 포인트'라고 정의했다. 배우 인생에서 큰 의미로 남을 작품을 만났다는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 달 전 촬영을 마친 '간택'을 다시 돌아봤다.
도상우에게 '간택'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2016년 4월 입대해 군 복무 기간 1년 8개월간 연기에 목말라 있던 그는 전역 후에 작품 활동을 하긴 했지만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에서는 조연이었고, KBS2 '드라마 스페셜-감전의 이해'는 단막극이었다. 긴 시간 갈증을 해소하고 있지 못했던 도상우는 '간택' 이재화 역 제안을 받고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재화는 이중적인 면이 매력적인 캐릭터라 욕심이 났어요. 이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하고 나면 제가 얼마나 성장할까 궁금하기도 했죠. 그렇게 미팅, 오디션을 마쳤는데 사실 오디션 때는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고향인 부산에서 어머니 일을 도와드리다가 캐스팅 연락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기다림의 시간들 때문에 연기가 고팠던 상황이라 더 기뻤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기쁨 뒤에는 걱정이 따랐다. 도상우는 '간택'으로 사극 연기, 사투리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됐다. 그는 여러 드라마, 영화를 찾아보고 흥선대원군을 모티브로 삼아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혼자 준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는 확인받기 위해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기도 했다.
"원래 연기 선생님께 배우지는 않는데 초반에는 불안한 마음이 커서 선생님을 찾아갔고 조언을 받으며 캐릭터를 보완했어요. 사극 말투는 녹음을 많이 해서 들어보며 준비했어요. 이상하면 삭제하고 또다시 녹음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들려보고 여쭤보기도 했죠."
그러나 복병은 사투리였다. 부산이 고향인 도상우이기에 사투리 연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배우 생활을 시작하며 표준어를 쓰기 위해 노력했던 탓에 사투리 연기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서울에 온지 13년이 됐다는 도상우는 "모델 시절에는 계속 사투리를 쓰다가 연기를 시작하면서 고치기 시작했다. 처음 드라마 찍을 때는 사투리 억양이 남아 있어서 혼도 많이 났고 그러면서 많이 고쳤다. 그러다 보니 사투리를 많이 까먹어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고향에 가서 사투리를 계속 써보기도 했다. 또 녹음을 해서 고향 친구들한테 들려주고 체크하며 어색한 부분을 고쳐나갔다"고 밝혔다.
이토록 열정적으로 작품을 준비했기에 도상우에게는 시청자의 호평이 뒤따랐다. 하지만 스스로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제 연기를 보면 아쉬움은 항상 있지만 이번에는 유독 많이 보였다. 사극이다 보니 발성, 발음, 호흡이 부족하다는 게 명확하게 보이더라. 앞으로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싶다. 예전에는 연기하는 걸 보기 급급했는데 '간택'은 아쉬움이 많이 보여서 뜻깊다"고 말했다.
'간택'을 통해 도상우의 길고 길었던 연기 갈증은 해소될 수 있었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그는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며 거듭 '초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각오를 다졌다.
도상우의 초심은 '절실함'이었다. 모델 생활을 하던 중 운 좋게 오디션 기회를 얻어 캐스팅이 돼 연기를 시작하게 된 도상우는 큰 재미를 느끼고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직업이 된 후에는 힘든 마음이 커졌다. "알면 알수록 힘든 게 연기"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 좌절감보다 희열과 행복이 더 컸기에 그는 '굶어 죽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공백기가 찾아오면서 그의 다짐은 흔들렸다. 도상우는 "나이는 먹어가는데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저도 어머니한테 좋은 거 해드리고 싶은데 안 되니 혼란이 있었다.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럴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좋은 회사를 만나 '간택'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슬럼프를 이겨낸 도상우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늙어서까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됐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빨리, 쉬지 않고 하고 싶다는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풀어진 연기를 해보고 싶지만 그게 아니더라고 안 해봤던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열정과 설렘이 눈빛에서부터 묻어나오는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도상우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며 웃었다. 이어 "시청자들이 '저 친구가 나오면 꼭 봐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제가 부족하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좀 더 성장한다면 저도 어쩌면 그런 배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계획은 다작이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다 좋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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