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이병헌 재회작
[더팩트|박슬기 기자] 섬세하고 담백하다. 절제된 감정이 한데 모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열연, 우민호 감독의 세련된 연출은 2020년 새로운 웰메이드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이야기다.
1979년 10월 26일. 근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그려졌다. 영화는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다루며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극 중 김규평)은 왜 그랬을까?
이 작품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의 충성경쟁으로 시작한다. 박통은 자신의 비리가 파헤쳐지고 장기집권으로 비난이 이어지자 불안해한다. 그러자 2인자들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시작한다.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이 달콤한 한마디로 말이다.
김규평은 박통의 자리보전을 위해 노력한다. 그릇된 선택을 하는 박통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탱크 하나로 모든 걸 무력화 시키려는 곽상천이 망쳐버린다. 누구보다 이성적인 김규평이지만 곽상천과 부딪힐 때면 이성을 잃는다.
하늘은 무심하게도 매번 곽상천의 손을 들어준다. 박통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버틴 김규평은 결국 이성의 끈을 놓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 박통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다.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우민호 감독은 이 40일간의 과정을 촘촘하면서도 축약적으로 표현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과감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했다. 특히 앞서 그가 연출한 '마약왕'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필요없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대거 빠져 담백하다. 편향적인 시선을 거둬내기 위한 그의 노력이 잘 담겼다.
우 감독의 연출도 연출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의 8할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병헌과 이성민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 숨소리마저 철저하게 계산하고 연기를 했다.
이병헌은 김규평 그 자체다. 실제인물인 김재규의 영상을 찾아 작은 습관까지 눈여겨 본 그의 노력이 잘 엿보인다. 또 이성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상을 담당한 사람에게 의상을 부탁할 정도로 캐릭터에 신경 썼다. 그동안 다른 역사극에서 보여줬던 인물과 차원이 다른 싱크로율이다.
이희준, 곽도원, 김소진 역시 두말할 것 없다.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은 캐릭터를 위해 25kg을 증량했는데, 바지 위로 튀어나온 뱃살마저 미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분노 유발 캐릭터를 완성했다. 곽도원은 박용각을 역동적인 캐릭터로 표현해 영화의 리듬감을 살렸다. 또 로비스트 데보라 심으로 출연한 김소진은 그 어떤 남자배우들보다 강렬한 카리스마 연기를 펼쳐 시선을 압도했다. 그가 아닌 데보라 심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남산의 부장들'은 완성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뤘다. 근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뤄 다소 무겁기는 하나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산의 부장들'은 15세 관람가이며 상영 시간은 11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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