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이승기 "'배가본드'는 전환점"
[더팩트|문수연 기자]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이 된 이승기는 그동안 가수, 예능인, 배우로서 꾸준히 활동을 펼치며 쉼없이 달려왔다. 이제 대중에게 너무나도 친근해진 그이지만 이승기는 액션 배우로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일을 너무 많이 했다"고 했지만 "원래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승기. 그는 "이제 조금은 쉬고 싶다"며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렇다고 활동 전면 중단이 아니다. 제가 쉰다고 생각하는 것도 남들이 일하는 정도일 거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늘 열정적인 그가 특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인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정경순, 연출 유인식)의 마지막 방송을 앞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이승기를 만났다. 그를 한 단계 성장시켜준 작품인 만큼 남다른 의미를 지녔기에 그는 오랜만에 기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전 제작으로 진행돼 지난 5월 촬영을 마치고 9월 첫 방송된 '배가본드'. 이승기는 출연자이자 시청자의 입장으로 작품을 보고 있다며 "드라마에만 집중하니까 훨씬 더 재밌게 모니터를 할 수 있더라. 촬영하면서 모니터를 하면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상황들이 보인다. 그런데 사전 제작이다보니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 엔딩을 보면 순간적으로 뭐가 나오는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다음을 기대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승기에게 '배가본드'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다른 감정, 눈빛을 보여줬고 거친 이미지까지 갖게해줬기 때문이다. 평소 즐겨하던 운동과 액션스쿨에서의 배움 덕분인지 그는 액션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고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액션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이승기는 "사실 배우가 이렇게 큰 작품에서 액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 '이승기 생각보다 액션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앞으로 좀 더 해보고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넀다.
10개 중 7~8개의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는 이승기의 비결은 바로 군대였다. "군대에서는 이러다 죽겠는데' 싶은 것에서 몇 번을 더 하더라. 그래도 몸이 버티는 걸 보면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이승기는 입대 초반 턱걸이를 세 개도 못하는 자신에게 충격받아 운동을 시작하며 체력을 길렀다. 현재는 요가원에 다니며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는 "15년간 연예인을 하며 늘 긴장하고 살다 보니까 몸이 뻣뻣하더라. 그래서 요가를 하게 됐는데 큰 욕심은 안 내면서 하고 있다"며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는 걸 깨달아서 직접 요가원에 가서 하고 있다. 예전에는 야심 차게 운동기구를 샀는데 지금은 싸게 사갈 사람 없나 알아보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늘 열심히, 알차게, 바른 생활을 해오고 있는 이승기였기에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긴장의 끈을 한순간도 놓을 수 없었을 터였다. 스트레스는 없는지 묻는 말에 "왜 없겠냐. 당연히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잘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취미에 빠져서 극복하고 있다"며 "보통 스트레스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받는 게 아니면 일적인 건 거기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데서 해소하는 건 해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 일로써 가져가는 스트레스는 숙명이다. 다만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찾는 거다"라고 달관한 모습을 보였다.
늘 절제하는 삶을 사는 듯한 그의 모습에 일탈을 꿈꾼 적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지금 나쁜 짓을 하면 생을 걸어야 한다"며 "그러면 제가 다른 쪽(사회부) 기자님들을 만나야 된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술을 좋아한다는 그는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푼다며 "술도 안 먹으면 뭐하겠냐"고 물어 웃음을 안겼다. 이승기는 주종은 가리지 않는다며 "위스키나 고량주 같은 센 술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소주가 좋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기를 보니 이러한 모습이 그가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이승기의 팬들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자자할 정도로 꾸준한 응원과 사랑으로 유명하다.
팬들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이승기는 "우리 팬들이 하는 걸 보고 다른 데서 벤치마킹도 해간다고 하더라. 저도 팬분들도 뿌듯하다. 저 이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팬들과 오랫동안 끈끈하게 지내고 있을 테지만 특히나 저희 팬들 같은 경우에는 저랑 비슷한 것 같다. 팬과 연예인 성향이 닮아가는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너무 유난스럽지도 않고 너무 드러나게도 아니고 옆에서 지켜봐주면서 응원해준다. 너무 감사하다"며 진심을 가득 담아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뜨거운 사랑 속에 작품을 마친 이승기는 한달 반 남짓 남은 올해 연말 동안 촬영, 예비군 등 특별한 계획 없이 보낼 예정이다. 다만 이 사이에 생길 송년회에서 지인들과 회포를 풀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에게 한 기자가 "좋은 숙취 해소제를 알고 있다"고 하자 "알려 달라"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묻는 이승기.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이승기가 롱런을 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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