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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59-정종철] 요리 인플루언서 '9단', "방송 미련 없다"

  • 연예 | 2019-10-14 01:12
"아이들 학교 보내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정종철은 요즘 SNS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요리를 하길 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동률 기자

'개콘스타' 10년 뒤 현주소...SNS와 유튜브에서 더 유명한 '살림 9단'

[더팩트|강일홍 기자] 정종철(42)은 '개그콘서트'의 전설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전성기 시절 그는 '옥동자' '마빡이' '옥장군' 등 그가 등장한 인기 코너와 함께 다양한 별칭이 따라다녔다. 워낙 색깔이 강렬해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에도 이름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정종철은 타고난 재주꾼이다. 어린시절부터 동물 울음소리를 유독 잘 흉내냈다고 한다. 개그맨 데뷔 후엔 전자 오락실 '게임 효과음'을 똑같이 흉내내며 인기를 누렸다. 군복무 직후 냉면집 주방 일을 하다 TV에 등장한 심현섭을 보고, '나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개그 공채(KBS 15기)에 도전했다.

정종철이 선보인 비트박스(Beatbox)는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입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했다. 그가 누린 인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동시에 정종철은 자신의 외모를 역설적 반전으로 풀어냈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얼굴도 못 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적어도 내 얼굴 정도는 돼야지!'

'개콘세대'를 리드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가 어느 순간 방송에서 사라져 궁금증을 던졌다. 그후 10년 뒤 SNS와 유튜브를 통해 그는 '살림 9단'이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방송보다는 집안 일과 자녀교육에 올인한 뒤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정종철은 '옥주부'라는 새로운 별칭에 걸맞게 첫 만남부터 달랐다. "잠깐만요, 하던 거 얼른 마치고 해요, 대신 제가 맛있는 주스 한잔 드릴게요." 약속된 시간에 그의 집을 방문한 필자는 그가 설거지 등 주방에서 하던 일을 모두 끝낼 때가지 기다려야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정종철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종철은 영락없는 가정주부였다. 앞치마를 두른 '자기애'(自己愛)와 함께 시종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에서부터 스페셜인터뷰이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정종철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정종철은 영락없는 가정주부였다. 앞치마를 두른 '자기애'(自己愛)와 함께 시종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에서부터 스페셜인터뷰이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정종철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옥주부'라는 별명이 붙어 궁금했는데, 오늘 직접 집에 와서 보니 실감이 난다. 주방에서 이뤄지는 행동이 매우 자연스러워 더 놀랐다.

헤헤헤, 그럼 잠깐 보여주고 폼잡기 위해 하는 걸로 아셨나요? 진짭니다 진짜예요. 저한테 이제 집안 일은 일상이 됐어요. 세 아이들 아침 준비해 학교 보내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후딱 지나가요. 짬이 생겨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으면 소소한 행복이고요. 보통 가정에서 평범한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빠짐없이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저는 덤으로 집안 일이나 일상의 얘기들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소개해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별도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죠.

정종철은 하루 일과가 주로 집에서 이뤄진다. 방송 선후배들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잘 안 만난다. 동네 마트에서 만나는 주부들과 소통하는게 더 편하다고 한다. 주고받는 내용도 자녀교육 문제나 김치 깍두기 레시피 등 주로 가정 살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는 "난 술도 잘 못 하는데 친구들 만나봐야 술이나 먹자고 하니 피곤할 뿐"이라며 "관심사가 바뀌니 행동 패턴도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는 말투조차 영락없는 가정주부였다.

-보통은 남편이 아내의 집안 일을 분담해 어느 정도 거들어주기만 해도 칭찬을 받는다. 이렇게 주부 역할을 다 해버리면 아내가 하는 일은 뭔가.

집안 일이라고 해서 다 똑같진 않아요. 아무리 제가 능숙하게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순 없으니까요. 무겁고 거친 일들은 당연히 제가 하지만 부드럽고 섬세한 일은 아내가 해야 매끄럽죠.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소소한 일부터 웬만한 건 제가 많이 하는 편인데, 그래도 부부가 함께 해야 보완관계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마트나 시장에도 함께 가고, 가전제품 사용후기 같은 유튜브 촬영도 함께 하면서 많이 느끼죠. 각자 따로 할 일을 구분하거나 역할분담을 하지는 않아요.

정종철이 주부 일에 매진하게 된 것은 아내를 위해서였다. 한때 그도 힘들었다. 아내 황규림과의 갈등 때문이다. 정종철은 결혼 후에도 오직 방송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아내와 가족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아내는 시들어갔다. 결국 자신과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것도 궁극적으로 보면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인데 본말이 전도되고 본질을 벗어나니 결국 헛된 꿈이고 욕심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숟가락 하나 양말 한짝도 다 제 자리가 있다." 정종철은 SNS에 살림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옥주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자랑한다. /이동률 기자

-얼마나 심각했길래 잘나가던 방송 스타가 집안에 눌러 앉게 됐는지 궁금하다. 방송활동을 재개할 마음은 없나?

어느날인가 일 나갈 때 아내가 가방에 편지를 써줬는데 그게 바로 유언장이었어요. 그 편지를 부들부들 떨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집사람을 지켜야겠단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마침 방송사 쪽과의 약간 불편한 일들이 겹치던 때였어요. 이때다 싶더라고요. '마빡이'를 끝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했죠. 그런데 막상 아내 곁에만 있게 되니까 할 일이 없었어요. 무언가를 해야했는데, 기왕이면 아내를 위한 일을 찾다가, 아니 정확하게는 아내의 일을 거들다가 아예 앞치마를 두르게 된거죠.

정종철은 SNS에 살림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옥주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자랑하고 꽃꽂이, 목공예까지 섭렵했다. 그는 "전 정말 나쁜 남자였다. 돈을 많이 벌어주면 남자로서 할 일은 다 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 황규림이 우울증에 걸렸던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방송활동 재개여부에 대해서는 "이제 방송엔 크게 미련이 없다. 언젠가는 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은 SNS와 유튜브 활동만으로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집안 살림을 마음 먹는다고 해서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특별한 노하우나 비결이 있나.

살림의 기본은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숟가락 하나 양말 한짝도 다 제 위치가 있어요. 아내를 거들어준다고 양말과 속옷을 개서 아무 데나 놔둬버리면,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일거리를 만드는 꼴이에요. 행여 설거지라도 해서 아내한테 점수를 따고 싶으시다면 사후 정리정돈을 잘해야 합니다. 주방 어디에도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할 줄 알아야해요. 주부경력 10년 된 제 노하우예요. 누군가 이렇게 꼼꼼하게 집안 일을 하는 걸 보고 마치 '득도한 주부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헤헤헤.

정종철은 '득도'라는 표현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다. 그는 "인기 개그맨이란 네임밸류에만 매몰돼 있다가 자칫 모든 걸 잃을 뻔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인기란 건 얻을수록 더 위로 올라가고 싶기 때문에 아무리 쫓아가도 끝이 없다"면서 "한발 물러나 내려놔보니 그 이치를 깨우치게 되더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좋아요." 사진은 지난해 3월 정종철이 동료개그맨 김형인의 결혼식에 세 자녀와 나란히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그렇다면 10년 전 과거와 비교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 아내는 어느정도 만족해 하나.

어떤 부부나 사랑과 질투, 권태와 다툼은 있게 마련이죠. 정도의 차이일 뿐 그 부분은 저도 인정해요. 그런데 저는 명성만 쫓다 모든 걸 잃을 뻔 했어요. 아내는 우울증으로 극단의 선택까지 고민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얼마 전 아내가 '불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내가 또 뭘 잘못 하고 있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알고보니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너무 고맙고 가슴이 찡해져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애쓴 저의 10년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종철은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누린 주인공이다. 아내와 결혼한 뒤엔 개그 선후배들이 부러워할 만큼 애틋한 부부 금실을 보여주며 깊은 애정을 자랑했다. 그건 일종의 허상이었다. 정종철이 승승장구한 만큼 아내 황규림은 외로움에 휩싸였다. 산후 우울증까지 앓으면서 삶의 의미를 잃었다. 그는 "아내가 스트레스로 96kg까지 체중이 불었다"면서 "무엇보다 아내가 미소를 되찾고 아이들이 아빠와 맘껏 소통하는 가족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을텐데 가정 경제는 어떻게 꾸려가나? 별도의 수입원이 있는 건가?

저는 동네서 소문난 알뜰주부예요. 걱정할 만큼은 아니고 신기하게도 잘 굴러갑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소득은 천양지차로 바뀌었어요. 많이 줄었지만 '힘들다' '불편하다' 이런 생각은 아직 해본 일이 없어요. 알뜰하게 절약하고, 부족하면 좀 덜 쓰면 되요. 어쨌든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한 대외활동은 당연히 해야죠. 가끔 행사를 뛰고 있고, 비트박스에 재능이 있는 후배들과 작은 기획사를 운영해요. 많지는 않지만 역시 제 소득활동의 기반인 셈이죠.

그는 완벽한 영상 전문가다. 취미로 동영상을 제작한 게 뒤늦게 인기 유튜버로 발돋움한 계기가 됐다. 유튜브를 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면서 17만 팔로어를 갖고 있다. 그는 "당초 유튜브는 제 주력이 아니었는데 주특기가 살아나는 것 같아 차츰 욕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장비를 활용한 프로 수준의 편집 실력을 갖췄고, 동영상 촬영용 영상카메라만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익보다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굳이 방송출연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종철의 하루 일과 시작의 중심은 주방이다. 그는 앞치마를 두른 자신의 모형 캐릭터를 주방에 올려놓고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이동률 기자
정종철의 하루 일과 시작의 중심은 주방이다. 그는 앞치마를 두른 자신의 모형 캐릭터를 주방에 올려놓고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이동률 기자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요즘엔 또 다양한 주방용 목공예품도 만들고 있지 않나?

소문날 만큼은 아니라도 제가 요리는 좀 하는 편이죠. 개그맨 데뷔 전엔 직접 요리사로 식당 주방 일을 본 적도 있고요. 방송에 매달릴 때는 바빠서 못했지만, 지금은 제가 해준 음식을 아내와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거 보면 그게 행복이에요. 흐뭇하고 뿌듯하죠. 공예도 사실은 주방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다가 하게 된 건데요. 냄비 받침이나 도마 같은 걸 만들어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경기도 양주에 제 공방이 따로 있는데 틈날 때마다 그곳서 작업하는 재미에 삽니다.

정종철은 충북 제천이 고향이다. 어려서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 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물 울음이나 전자음 등 소리 흉내를 잘 냈다. 또 손재주가 뛰어났던 그는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물건들을 고안해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다. 고교 졸업후 일찌감치 한정식 요리사 자격증을 땄지만 정작 군복무 시절엔 취사병이 아닌 제도병으로 근무했다. 전역후 냉면집 주방장으로 일하다 개그콘테스트에 도전해 방송에 입문한다. 데뷔하자마자 일약 '개그콘서트' 인기몰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정종철은 전성기 시절 '옥동자' '마빡이' '옥장군' 등 그가 등장한 인기 코너와 함께 다양한 별칭이 따라다녔다. 사진은 '마빡이'로 통하던 때 개그코너 장면. /더팩트 DB
정종철은 전성기 시절 '옥동자' '마빡이' '옥장군' 등 그가 등장한 인기 코너와 함께 다양한 별칭이 따라다녔다. 사진은 '마빡이'로 통하던 때 개그코너 장면. /더팩트 DB

"요리를 하고 집안 일을 함께 해보세요. 부부금실도 깊어지고 어느 순간 저절로 재미도 생겨요. 효과는 일석이조예요." 정종철은 요즘 SNS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요리를 하길 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의 SNS(인스타그램) 팔로우는 17만명에 이른다. 자신의 살림 노하우를 담은 책도 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런 소신을 적극 전파한다는 각오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아빠의 자상하고 따뜻한 보살핌이 늘 필요해요. 그 시기도 중요하죠. 아빠곰이 아기곰을 늘 가까이서 지켜주듯 필요한 걸 채워주고, 때론 친구처럼 함께 놀아줘야 밝게 성장할 수 있죠." 정종철은 가족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누구보다 절감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끝없이 가족들과 소통하고 교감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아내 황규림과 소소한 일상 얘기들을 주고받았고,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시후, 시현, 시아)과의 유대감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빠 못지않게 비트박스 실력을 갖춘 큰 아들 시후는 낯선 손님(필자 등 취재진)을 대하는 모습까지 거리낌이 없었다. 예의 바르고 명랑 쾌활했다.

정종철은 자신의 일상에 대해 진심어린 만족감을 드러내고 표시했다. 그를 아는 지인들도 "지금껏 저렇게 행복해 보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멘토인 선배 개그맨 박준형은 "종철이는 탤런트적 재능도 특별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희생할 수 있는 강단진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는 특별했다. 앞치마를 두른 '자기애'(自己愛)와 함께 시종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에서부터 스페셜인터뷰이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eel@tf.co.kr

정종철은 전성기 시절 '옥동자' '마빡이' '옥장군' 등 그가 등장한 인기 코너와 함께 다양한 별칭이 따라다녔다. 사진은 '마빡이'로 통하던 때 개그코너 장면.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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