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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확' 달라진 MD시장<상>] 책받침은 옛말, 모든 물품이 '스타 굿즈'

  • 연예 | 2019-08-06 05:00
지난 7월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불법으로 제작된 굿즈들을 판매 및 구매를 하고 있다. /시즈오카=배정한 기자
지난 7월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불법으로 제작된 굿즈들을 판매 및 구매를 하고 있다. /시즈오카=배정한 기자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음악팬들이라면 좋아하던 가수의 얼굴이 담긴 책받침을 사용하며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은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책받침에 있는 가수의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 시절.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그 정도였다. 요즘 팬들의 환경과 아주 다른 모습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최근 K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MD(MerchanDise의 줄임말· 상품) 시장도 동반 성장했다. 이젠 책받침에만 한정된 게 아닌,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대부분의 물품이 스타들의 얼굴이나 로고가 새겨진 MD로 만들어져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더팩트>는 음악 산업의 커다란 축을 이루는 K팝 MD 시장에 대해 조명한다.<편집자 주>

일본 시즈오카에서 다양한 국적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판매한 불법 MD들. /시즈오카=배정한 기자
일본 시즈오카에서 다양한 국적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판매한 불법 MD들. /시즈오카=배정한 기자

K팝 영향력 확장→인기 아이돌 글로벌 MD 산업 '급성장'

[더팩트|박슬기 기자] 국내 MD 시장의 태동기는 1990년대다. H.O.T, 젝스키스, 김건모 등 음반 시장이 컸던 당시 음악팬들은 너도나도 음반을 사러 레코드 가게로 향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집고, 그 옆에 있는 포스터, 책받침, 볼펜, 배지 등에도 손을 뻗었다. CD를 사면 자연스럽게 MD까지 사게 되는 구조였다.

이후 음반 시장이 축소되고, 음원 시장이 커지면서 MD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레코드 가게에서 MD를 사는 일은 점점 줄어들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시장으로 변화했다. 아울러 K팝이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전문 판매 사이트의 시대가 열렸다.

◆ 오프라인→온라인, 급성장한 국내 MD 시장

온라인샵에 앞장선 건,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다. 우리나라의 대형 기획사로 꼽히는 이 두 회사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열고, 각 아티스트의 MD 상품을 판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TOWN&STORE'를, YG엔터테인먼트는 'YG-ESHOP'이라는 이름의 판매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한 MD 대행사의 대표는 "온라인몰로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서 발생하는 수익도 크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 '빅히트샵'에서 '위플리'라는 전용 판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온라인이 아닌 모바일로 바꾸면서 구매 방법을 간소화했다.

방탄소년단이 대세 그룹인 만큼 MD상품은 가는 곳마다 매진 행렬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방탄소년단의 MD 판매율이 평균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MD 제작과 관련돼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MD의 90%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의 작년 매출이 4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책받침 판매 수준의 MD 매출이 20여년 만에 상전벽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전용 MD애플리케이션 '위플리'에서 판매하는 방탄소년단 MD. /위플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전용 MD애플리케이션 '위플리'에서 판매하는 방탄소년단 MD. /위플리

기획사 MD 매출은 MD 대행업체 매출의 3배수 정도로 잡는다. 여기에는 디자인 비용, 배송 비용, 유통 수수료 등이 다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상품에 따라 수익률은 10~15% 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가 아닌 이상 MD 상품이 꾸준히 팔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이 콘서트 또는 팬미팅을 위한 MD를 만든다. 팬덤 규모가 클수록 MD 종류도 많은데, 아니면 재고가 많이 쌓인다. 그래서 애초에 적게 만들거나 남는 재고는 온라인샵을 활용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아이돌 그룹이 속해있는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표적인 MD는 응원봉이다. 최소 제작 개수가 5천 개에서 1만 개다. 응원봉 단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1만 개일 때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 개수가 많아질수록 단가가 내려가고, 응원봉 디자인마다 가격이 달라 정확한 가격이나 수치를 말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제일 잘 팔리는 MD는 포토북이다. 지류는 종이가 비싸고, 인쇄, 수정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 마진이 적게 남지만,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MD기 때문에 잘 팔린다. 그 외에 요즘 인기 있는 아이템은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 아이템'(가수의 팬임을 알 수 없는 작은 로고가 새겨진 MD를 이르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D 수익이 많은 건 분명하지만 방탄소년단이나 엑소가 아닌 이상 MD로 거둬들이는 수익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며 "팬덤이 크면 클수록, 또 공연장이 클수록 MD 수익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아이돌 MD 시장이 클 수 밖에 없는 건 팬덤하고 연관돼있어서다. 일반적인 소비시장하고는 다른데 그 이유는 스타와 관련한 MD는 실용성이 없어도 팬들이 구매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K팝이 글로벌한 인기를 얻으면서 MD 시장 역시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MD 사기만 해? 이벤트도 한다!

팬라이트에서 진행한 콘서트 모습. /팬라이트 홈페이지
팬라이트에서 진행한 콘서트 모습. /팬라이트 홈페이지

국내 MD 산업은 커질 대로 커졌다. 만들 수 있는 모든 물품에 아티스트의 이름과 로고를 새겨 판매한다. 이 가운데서 MD를 활용한 응원문화도 진화했다. 콘서트에서 응원봉을 사용해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방식이다.

이를 세계 최초로 시도한 곳이 바로 팬라이트(FANLIGHT)라는 회사다. 무선 제어 기술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데 이는 팬라이트만의 특허기술이다. 이 회사는 빅뱅, 엑소, 샤이니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담당했다.

팬라이트를 설립한 최경일 회장은 <더팩트>와 만나 "공연이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했다. 가수만 무대를 꾸미는 게 아니라 가수와 팬이 하나가 돼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면 이만큼 '의미 있는 게 어딨겠나'라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콘서트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응원봉 색깔. /팬라이트 홈페이지
콘서트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응원봉 색깔. /팬라이트 홈페이지

최근 공연에선 팬들이 들고 있는 응원봉의 색깔이 음악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팬들이 일일이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팬라이트의 원격제어로 이뤄진다.

특허 기술력의 핵심은 좌석에 일일이 데이터를 넣는 게 아니라 티켓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큐알(QR)코드를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즉 응원봉과 큐알코드를 연결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연 석의 규모도 크게 상관할 필요없다. 다만 해외는 국내처럼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위해 티켓에 큐알코드를 넣어 해결했다. 최 회장은 "현재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특허 등록을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응원문화가 확대되고 있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급성장 MD 산업, 위법 행위도 '증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판매중인 그룹 엑소 MD샵. /SMTOWN&STORE 홈페이지 캡처
SM엔터테인먼트에서 판매중인 그룹 엑소 MD샵. /SMTOWN&STORE 홈페이지 캡처

한 MD 대행사 대표는 "이젠 음악으로 얻는 수익보다 MD 수익이 더 커지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류열풍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팬의 규모가 커졌고, 기획사들은 이 부분을 활용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만큼 MD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학용품이나 슬로건에 국한돼있던 MD에서 이젠 화보집과 포토북, DVD는 기본이고, 휴대폰 케이스, 슬리퍼, 컵, 키링, 폰케이스, 쿠션, 각종 액세서리, 의류, 뷰티용품 등 그 종류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심지어 쓰레기통, 아티스트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 소주잔 등도 판매한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초기비용만 들이면 남는 장사기 때문에 MD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엔터사들은 MD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부수적인 수익을 얻는 한편 또 다른 신인 발굴에도 힘을 쓴다.

YG ESHOP에서는 아티스트별 MD가 판매중이다. 해당 사진은 블랙핑크 MD. /YG ESHOP 홈페이지 캡처
YG ESHOP에서는 아티스트별 MD가 판매중이다. 해당 사진은 블랙핑크 MD. /YG ESHOP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으로 각 엔터테인먼트의 위법행위도 적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아이돌 기획사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아이돌 굿즈 등을 판매하면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8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4개 사업자의 경우 공표 명령 포함)과 함께 과태료 총 31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8개 사업자에는 YG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소속사들이 포함돼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인기 아이돌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하거나 모델로 삼은 상품인 아이돌굿즈(MD) 시장이 크게 성장을 하고 있으나, 아이돌굿즈(MD) 판매 사업자 대부분이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아이돌 팬덤의 주 연령층이 10대부터 20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잘 알지 못하여 구매 후 실제 피해를 보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취약 소비자층이라고 볼 수 있는 어린 소비자들을 적극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판매업자들의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게 됐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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