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기방도령' 7월 10일 개봉
[더팩트|종로=박슬기 기자] 해원이 선한 눈을 하고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작은 체구와 여린 심성으로 어찌 제 목소리를 낼까 싶은데 하고자 하는 말은 한다. 배우 정소민은 바로 그 점이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 속 해원의 매력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조선시대 여성답지 않게 자아를 가지고 올곧은 성품을 가진 게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정소민을 만났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그는 마치 영화 '기방도령' 속 해원이 2019년 현실로 나타난 듯했다. 그리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지난 10일 개봉한 '기방도령'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 '기방도령'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다음 장이 너무 궁금했어요. 비행기 안에서 봤는데, 피곤한 상태라 조금만 보다가 자려고 했는데 도저히 손에서 놓질 못하겠더라고요. 끊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한 번에 후루룩 보고 결심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정소민은 이번 작품으로 데뷔 이래 첫 사극에 도전했다. 단아한 이미지의 그가 9년 만에 처음 도전했다는 말은 다소 놀라웠다. "떨리기보단 설렜어요. 데뷔 초부터 사극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만나게 됐네요. 오랫동안 한국 무용을 해서 한복이 평상복만큼이나 편해서 좋았어요."
'기방도령'이 코미디 장르인 만큼 재밌는 장면과 '말장난'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극 중 해원 역시 오빠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정소민에게 "웃음이 났을 것 같은데 어떻게 촬영했냐"고 묻자 "재밌는 장면인 줄 모르고 진지하게 임했다"며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슬픈 과거를 정말 촉촉하게 말했는데, 편집을 재밌게 했더라고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진지한 상황이었죠. 허색과 가까워지는 첫 장면이었던 만큼 진심을 다했는데 재밌게 나왔네요. 하하."
차분히 말을 이어가던 정소민은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고나희 양(알순 역)의 이야기가 나오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 나희는 실제로 더 귀엽다. '기방도령'에 출연한 배우 통틀어서 가장 친하다"며 "이틀에 한 번씩 연락할 정도다. 현장에서 '밥 메이트'였는데 너무 사랑스러웠다. 최근에는 이태원에서 같이 만나서 놀았다"고 말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소민은 2010년 SBS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미스코리아' '빅맨' '디데이' 등으로 연기력을 다진 그는 2017년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미영 역으로 사랑을 받았다. 또 그 해 촬영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많은 사람의 '인생 드라마'라 꼽히며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저 역시도 끝나고 나서 많은 여운이 남았어요.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준 작품이죠. 약자인데도 덤덤하게 자기 얘기를 할 줄 아는 인물의 모습에 매료됐고 많이 배웠어요. 찍으면서도 위로를 받았죠."
정소민은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서 선한 인물을 많이 맡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이 난다고 했다. 그 배경에는 영화 '골든슬럼버'가 있었다.
"영화 '골든슬럼버'에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죠. 굳이 분류하자면 악역 스파이였는데 액션 장면을 위해 두 달간 액션 스쿨을 다녔죠. 그때 동원 선배님 대역하는 분이 풀 파워로 하라고 하셔서 온 힘을 다해서 기술을 걸었더니 기절 직전에 그만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얼굴엔 실핏줄이 다 터진 채로 말이죠. 그 말 듣고 너무 죄송했는데, '기술이 제대로 걸렸구나'라는 쾌감이 느껴졌어요. 그때 이후로 긴 호흡의 액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여자가 액션을 할 수 있는 대본이 흔하지가 않은 게 현실이네요."
캐릭터 면에서는 비교적 좁은 선택지를 가진 그지만 현재 영화, 예능, 라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SBS파워FM '정소민의 영 스트리트'에서는 청취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고, SBS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예능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우연한 기회에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뭐가 많아졌네요. 하하."
배우 10년 차.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소민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배우로서 '어떻게 돼야겠다'라기보다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라는 고민이 커요. 그게 곧 배우로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20대 때는 정서적으로, 상황적으로 오르락 내리락이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는데, 20대 후반부터는 30대 초반인 지금까진 제가 벌려놓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30대는 나의 정체성을 더 확고하게 구축해나가는 시기가 될 것 같네요. 배우로서는 미미하더라도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2017년 영화 '아빠는 딸' 이후로 약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정소민은 관객들에게 바라는 건 없다고 했다. 단지 그는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은 힘들고 지치는데 편안하게 극장 오셔서 마음껏 웃고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정소민의 말에 "평소에 댓글이나 주변 평가를 많이 신경 쓰는 편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용해야할 것든을 수용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은 저의 의견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말들을 많이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 흔들리기보단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정소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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