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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김래원'] '롱 리브 더 킹'으로 물 만났네

  • 연예 | 2019-06-14 05:00
배우 김래원은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에서 조직 보스 장세출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김래원은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에서 조직 보스 장세출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롱 리브 더 킹' 6월 19일 개봉

[더팩트|종로=박슬기 기자] "제가 생각이 좀 많은 편이라서요." 한 마디, 한 마디 골똘히 생각한다.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농담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진지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 김래원의 이야기다.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김래원을 만났다.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감독 강윤성) 홍보 활동으로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는 그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그는 "차는 좀 드셨냐"며 기자들에게 물었다. 주변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려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김래원은 '롱 리브 더 킹'으로 '해바라기'를 잇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이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영화 관람한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느껴지니까 업이 되려고 하는데 스스로 누르고 있다"며 웃었다.

김래원은
김래원은 "강윤성 감독의 연출법과 잘 맞았다"며 "다음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극 중 김래원은 목포 최대 조직 보스에서 예기치 못한 기회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장세출 역을 맡았다. 깡패지만 기본적으로 남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한번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그동안 여느 작품에서 그려져 왔던 깡패 중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장세출은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나쁜 남자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나 가지고 있던 따뜻함이 밖으로 드러난 거죠. 홍길동 같은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 주변을 항상 돕고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 작품에 임할 때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이번 작품은 오히려 생각을 하지 않고 임했죠. 그래야만 했고요."

'롱 리브 더 킹'은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신작이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김래원과 만나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김래원은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 찍는 동안 너무 재밌었다. 강윤성 감독의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의 답변을 '기·승·전·강윤성 감독'으로 끝을 맺었다. "너무 감독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어떻게 보면 잘 보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게 내 진심이다"라며 웃었다.

김래원은
김래원은 "데뷔 22년차가 됐음에도 아직 연기는 어렵다"며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강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굉장히 자유로워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생길 때도 그걸 화면에 담으면서 즐기더라고요. 저는 그런 연출법이랑 잘 맞았어요. 그래서 영화 초, 중반에 말씀드렸죠. '결과 상관없이 감독님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라고요."

김래원의 남다른 강 감독 사랑은 인터뷰 내내 잘 드러났다. '롱 리브 더 킹'이 김래원의 모든 장점을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만큼 그 역시 만족한 듯했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강 감독이 캐릭터 장세출의 장점을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적절한 상황의 대사와 행동들을 새롭게 만들면서 장세출을 매력 있는 인물로 만드셨죠. 저는 강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예요."

김래원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꽤 많은 히트작을 냈다. 드라마 '흑기사' '닥터스' '펀치' '천일의 약속' '러브 스토리인 하버드' '옥탑방 고양이' 등과 영화 '해바라기' '어린신부' 'ing'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해바라기'다.

김래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해바라기'.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김래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해바라기'.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해바라기'가 오래 된 작품이지만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렇게 회자될만한 영화 세 편 정도면 배우 활동하면서 충분히 만족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앞으로 연기를 20년 더 한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 '해바라기' 같은 작품이 한, 두 편 정도는 더 나오지 않을까요? 그거면 된 거죠. 그리고 작품이 잘되는 건 제가 연기를 대단히 잘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 좋은 연출을 만나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정확하게 연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김래원은 배우를 '작품의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휴대폰을 예를 들면 하드웨어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잖아요. 휴대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하나만 필요한 게 아니니까요. 작품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데뷔 22년 차에 접어든 김래원은 인터뷰 내내 "아직도 배우고 있는 단계고 멀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연기 경력이 꽤 됐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뭐냐"고 물으니 그는 "불과 몇 년 전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단계구나'를 알게 됐다"고 답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깨닫게 된 건 아니에요. 그냥 조금씩 변화가 있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송강호 선배님이 한 말이 생각나요. 최근 인터뷰에서 '인물을 표현할 때 캐릭터를 찾아가는 스타일이 있고, 캐릭터를 나한테 맞추는 스타일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인터뷰를 보고 저는 어느 쪽인지 고민을 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더라고요.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참 멀었죠. 아직 공부하는 단계입니다. 이제 기초를 다진 거죠. 꽤 늦은 나이에 말이죠."

김래원은 소문난 '낚시광'이다. 그는 최근 채널A 낚시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에도 출연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김래원은 소문난 '낚시광'이다. 그는 최근 채널A 낚시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에도 출연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김래원은 소문난 낚시꾼이다. 인터뷰에서도 낚시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는데 그는 "스트레스 푸는 취미가 아닌 제 삶의 또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낚시했어요. 단순히 '낚시 좋아해요'가 아니라 다른 수준의 낚시죠. 쓸 데 없는 이야기인데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낚시줄 매듭을 못 짓는 분들이 많아요. 매듭 지어진 것을 사거나 남이 매주는 경우가 많죠. 사실 아주 기초적인 거거든요. 참고로 우리 매니저도 매듭을 잘 짓습니다. 하하."

김래원은 연기에서처럼 낚시에서도 '기초'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낚시가 연기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낚시가 매력적인 건 연기를 하는 것처럼 결과도 알 수 없고, 이 과정도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무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기본적인 기초만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그런 즐거움이 좋더라고요."

연기와 낚시를 빼곤 자신을 논하기 힘들다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전 아직 멀었어요. 다른 선배님들처럼 큰 그릇을 가진 배우가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 멀었거든요.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 좋은 동료들을 만나 좀 더 여유를 갖고 하고 싶어요. 기초는 다져졌으니까 좋은 작품을 만나야겠죠? '롱 리브 더 킹' 처럼요."

이후 인터뷰는 끝이 났고, 기자들은 인터뷰 장소인 카페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김래원은 1층으로 헐레벌떡 내려와 "아까 인사를 못 드린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요!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를 했다. 마지막까지도 인상 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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