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기생충', 복잡미묘하고 이상한 영화...그래서 우리 현실과 더 비슷해"
[더팩트|박슬기 기자]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옥자' 이후 2년 만에 JTBC '뉴스룸'에 재출연했다.
손석희 앵커는 6일 방송된 '뉴스룸'에서 "지난 주말에 영화를 봤는데 보고 나서 후회했다"며 "질문을 해야 하는데 전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았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 같다"며 인터뷰에 앞서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스포일러가 본격적으로 퍼지지 않는 걸 보면 관객 여러분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저나 제작사나 호소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도와주신 기자들 덕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 앵커는 "스스로 '기생충'을 이상한 영화라고 평했다. 뭐가 이상하냐"고 물었다. 봉 감독은 "흔히 보통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여러 가지 쉽게 떠오르는 이야기의 틀이 있지 않나. 그런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예측 불가능한 면들이 많이 있어서 이상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답했다.
'기생충'은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만나서 여러 가지 상황이 펼쳐진다. 손 앵커는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부자가 착하지 않다는 기본 전제로 들린다"며 "또 한편으로는 부자니까 착한 거다. '이 두 가지가 부딪히지 않나' 봉 감독의 부딪히는 이야기인가?"라고 질문했다.
봉 감독은 "두 가지 극단적인 면이 있다. 실제 우리 현실에서 삶은 거칠게 일반화시키기 쉽지 않은 양상들이 있다"며 "보통 흔한 영화에서 이 또한 거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악당으로서 부자는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갑질을 한다. 돈 없고 힘들지만 착하고 돈 없는자들끼리 연대한다. 많이 봐왔던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생충'은 더 복잡미묘한 면이 있다. 복잡미묘한 레이어들이 겹쳐져있어서 우리 주변과 더 비슷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에서 냄새는 꽤 중요한 도구로 등장한다. 봉 감독은 "부자와 일반 시민들이 다니는 동선이 다르다. 하지만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서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냄새라는 영화적 장치가 스토리에 큰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람의 상황과 형편, 처지 등이 잘 드러나는 게 냄새다. 인간의 최소한의 예의가 붕괴하는 순간을 다뤄 민감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삑사리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 10분간의 러닝타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거대한 삑사리의 모먼트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러티브와 스토리의 흐름자체가 거창하게 말하자면 프랑스 영화에서 말하는 '삑사리의 예술' 흐름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봉테일'(디테일한 연출로 생긴 별명)이라는 별명에 "무척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영화가 정교하고 치밀한 건 좋은 미덕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저는 엉뚱함, 색다름, 이상한 과감성을 추구한다"며 "봉테일이라는 틀에서 보면 제 입장에선 갑갑하고 두려워지는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작품 하나와 미국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순서는 진행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개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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