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받은 봉준호 "이 트로피, 손에 만지게 된 날 올 줄은 몰랐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영화감독을 꿈꾸던 12살 소년은 정확히 38년 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감독이 됐다. 영화 인생 25년. 그는 한국을 알리는 대표 영화감독이 됐고, 한국영화사 100주년을 맞은 2019년 뜻깊은 성과를 이뤄내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렸다. 봉준호 감독이 일곱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대구 출신인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나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를 졸업한 그는 93년 6mm 단편 '백색인'으로 데뷔했다. 이후 일상에 대한 위트가 돋보이는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로 정식 데뷔한 그는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하며 한국영화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흥행에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2003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그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그의 세계관이 잘 드러났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특히 이 작품으로 배우 송강호와 연을 맺게 된 봉 감독은 이후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함께 했다.
봉 감독이 '살인의 추억' 이후 3년 만에 연출을 맡은 '괴물'은 2006년 8월 개봉 당시 국내에서 최단기 천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에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을 받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괴물'은 그가 칸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게 만든 작품이었다.
"처음이 어렵지"라는 말처럼 봉 감독은 그 이후 칸과 제법 깊은 인연을 만들어나갔다. 2년 만인 2008년 그는 '도쿄!'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이듬해인 2009년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칸으로 세 번째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봉 감독은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처음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았다. 하지만 개봉·배급 방식으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후 약 2년 만인 2019년 드디어 황금종려상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봉 감독의 세계관에는 공통적으로 서로 다른 계급의 충돌, 거기서 발생하는 사건이 중심 스토리라인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우리네 이야기를 비현실적으로 담으면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는 게 그의 특징이다.
'기생충' 역시 그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백수와 기업 오너의 만남. 계급의 충돌, 여기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녹아나 있다. 해외 언론 역시 그의 작품에 대해 '한국의 신랄한 풍자가 봉준호가 칸에서 역사를 썼다'(AFP통신) '우리는 이 영화가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보여준 미스터리를 공유했다'(AP통신)는 등의 평을 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경쟁부 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했다. 앞서 칸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기생충'에 평점 3.5점(4.0점)의 최고점을 매겼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예견된 수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 감독은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큰 의미 있는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손에 안고 이렇게 말했다.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된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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