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오현경은 쉰 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젊음을 발산하며 부러움과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1987년 CF 모델로 활동하다 88년 KBS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연기자 데뷔한 뒤 이듬해 미스코리아 왕관을 썼다. 하지만 배우로 활동하면서 평탄치 않은 가시밭길을 걷는다. 리즈 시절인 1990년대 중반 턱 때문에 고생하다 악관절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때문에 복귀 후에도 대사 처리가 잘 안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밀한 사적 공간을 담은 영상이 노출된 뒤엔 좌절했다. 2007년 드라마 '조강지처클럽' 나화신 역으로 재기하기까지 무려 10여년간 어둠속 동면기를 거쳐야 했다.
오현경이 절망하고 있던 시기, 그의 절친 여배우 P씨는 필자에게 "과연 누가 누구한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며 분개한 적이 있다.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오현경은 복귀작인 '조강지처 클럽'에서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08년 S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한다. 이후 '지붕뚫고 하이킥'(2009년), '대풍수'(2012년), '왕가네 식구들'(2013년), '전설의 마녀'(2014년) 등에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특히 KBS2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 드라마라는 악평도 따라붙었지만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화제를 모았고, 왕가네 '왕수박' 역의 오현경은 전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 오현경,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및 게시글 "명예실추-가족까지 피해" '강경 대응' 방침 밝혀
오현경은 요즘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며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사랑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싱글 중년 연예인들이 등장해 잔잔한 재미를 주는 SBS 효자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지만, 최근 소녀 이미지의 오현경이 합류하면서 생기와 활력을 듬뿍 불어넣었다. 오현경은 과거 불법영상 유출로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래서 더 오랜만에 파안대소하는 그를 보며 시청자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호사다마 (好事多魔:좋은 일에는 시샘하듯 안 좋은 일이 많이 따름), 일부 네티즌들의 꼬인 심사가 가까스로 아문 상처를 다시 헤집었다.
오현경은 최근 소속사를 통한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및 게시글과 관련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소속사는 지난달 30일 "일부의 악성 댓글 및 게시글도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배우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 대응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악의적 댓글로 인해 배우의 이미지는 물론 명예까지 실추됐다.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발생해 더는 묵인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굳이 따져묻지 않아도 그의 밝고 환한 미소 속에 남몰래 혼자 감수했을 고통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 사생활 유출 이후 10년 가까이 행방 묘연 한성주, 대학병원서 원예치료전문가로 '돌발소환'
사생활 노출로 고통받은 또 다른 피해자 중 한명은 바로 아나운서 출신 한성주다. 2011년 12월 '한성주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특정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직후 SNS 등을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한성주의 성관계 상황을 담은 영상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연인의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유출이란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한성주는 유포자를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이미 모든 걸 잃은 뒤였다. 영상 유포 사건의 여파로 그는 MBC 방송 창사 특별 기획 '코이카의 꿈'에서 통편집 됐다. 사생활 논란에 휘말린 뒤 그는 스스로 연예계를 떠났다.
한성주는 1994년 제38회 미스코리아 진에 선발된 뒤 1996년 SBS 공채 6기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SBS 아나운서직을 사퇴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내 방송반, 소년한국일보 명예기자, 걸스카우트 기자 등을 지내며 언론인을 꿈꿨고 개인 교습을 받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내며 아나운서에 합격했다. SBS '출발 모닝와이드'를 맡으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결국 아나운서직을 그만뒀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혼 문제로 SBS가 스포츠신문에 도배되는 게 미안해 선배들의 만류에도 사표를 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행방이 묘연했던 한성주 전 아나운서가 최근 갑작스럽게 소환됐다. 그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원예치료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관심이 증폭됐다. 원예치료는 식물, 정원 가꾸기 등을 통해 치매환자 등의 심신 치료나 재활을 도모하는 학문이다. 그가 연예계를 떠난 뒤 한때 컴백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이런 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한성주는 멀고도 험할 수 있을 연예계 복귀에 연연하지 않고 전혀 다른 곳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있었다. 기다렸던 컴백을 당장 기대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과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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