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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신하균'] 끝없는 도전...21년 차 배우의 '나의 특별한 형제'

  • 연예 | 2019-04-27 00:00
배우 신하균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체장애인 세하 역을 맡았다. /NEW 제공
배우 신하균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체장애인 세하 역을 맡았다. /NEW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나의 특별한 형제' 5월 1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진지한 사람. 말 없는 사람. 낯가림이 있는 사람. 하지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열정 넘치는 사람. 어떤 배역이든 찰떡같이 소화하는 사람.

그동안 배우 신하균을 보면서 느낀 점들이다. 실제 만난 그는 지금까지 느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때론 진중하고, 때론 소소한 웃음을 주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데뷔 21년 차 베테랑인 그는 여전히 도전에 목마른 배우였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하균을 만났다. 지난 주말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무대 인사로 지방에 다녀와서인지 꽤 피곤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에 열심히 응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코미디다. 신하균은 영화에서 지체장애인인 세하 역을 맡았다. 세하는 목 밑으로는 전혀 몸을 쓰지 못한다. 대신 날카로움과 예리함으로 주변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만든다.

"사실 캐릭터를 머리로만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어요. 몸 안 움직이고 말만 하면 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첫 촬영 때부터 힘들었죠. 몸을 안 움직여야 하니까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요. 대사가 워낙 많아서 톤이나 속도, 감정도 생각해야 하는데 몸까지 마음대로 못하니까 그것만큼 힘든 게 없더군요."

데뷔 21년 차 베테랑 배우에게도 세하 역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배역보다는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좋았어요. 영화가 갖고 있는 시선과, 편견을 가지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가져간 게 좋았죠. 해야하는 배역보다 이런 메시지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안 해 본 배역이라 도전이기도 했고, 기대도 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죠."

신하균은 목 밑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 장애인 역을 맡아 고충을 겪었다고 말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신하균은 목 밑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 장애인 역을 맡아 고충을 겪었다고 말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신하균이 최근 출연한 작품을 살펴보면 휴머니즘과 코믹함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 '바람 바람 바람' '7호실' '올레'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진중한 작품 속 캐릭터가 깊은 인상을 남겨서인지 신하균의 요즘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진 듯 했다.

"의도한 건 아니예요. 저도 사실 무슨 작품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요. 저는 그저 이야기를 제일 먼저 생각해요. 그 다음은 관객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또 배우 입장에서는 안 해본 역에 대한 도전도 중요하니까요. 작품 선택 기준이 특별히 바뀌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신하균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관 가는 걸 가장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상영 시간표를 살펴보는 것부터 전철을 타고 영화관 가기까지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게 어린 시절 신하균의 낙이었다.

"제가 연기를 시작한 것도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어요. 영화를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리잖아요. 저를 벅차게 만들고 설레게 만드니까. '이게 뭘까' 싶어서 막연하게 이 일을 하게 됐죠. 누군가에게 그 기분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거기에 제가 의도한 감정들이 나오면 너무 행복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에게 '인생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하균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이 들면서 단어나 제목이 잘 생각 안 난다"며 휴대폰으로 검색해 웃음을 자아냈다.

"'빌리 엘리어트'나 '시네마 천국', 홍콩 영화를 좋아해요. 제가 주류 영화보다는 B급 감성 영화나 비주류 영화를 좋아하는데, 독특한 상상력들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게 재밌어요. '비디오드롬'이나 '고무 인간의 최후' '더 플라이'도 좋아해요. 기괴하지만 그 안에 유머가 있는 게 좋더라고요."

신하균은 출연 작품 중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스틸
신하균은 출연 작품 중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스틸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신하균의 취향이 필모그래피에도 반영된 듯 했다. 그가 출연한 '지구를 지켜라'(2003)'복수는 나의 것'(2002) 등은 당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며 관심을 받았다.

"제가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아서인지 어려웠던 작품을 꼽자면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다른 세상이죠. 표현하기도 힘들고 어려웠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다른 면에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이광수와 이솜 덕분에 즐겁게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낯가림 심한 세 사람이 모였는데 괜찮았냐"고 묻자 신하균은 "제가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하균은
신하균은 "사람들에게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NEW 제공

"이번 현장에선 제가 농담을 많이 했어요. (이)광수 씨는 정말 말이 없고, 진지해요. 그래서 저만의 유머코드로 접근을 많이 했죠."

"다들 웃었냐"고 되묻자 그는 "제 앞이니까 다들 웃긴 웃었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더했다.

신하균은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가 없었고, 다른 직업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단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관객을 위해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만약에 은퇴를 하게 된다면 사람 신하균 말고 작품 속 인물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한테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에 제가 했던 영화가 한 편이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나의 특별한 형제' 세하로 말이죠. 저에게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해요. 관객이 영화를 보는 시간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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