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팔로어 600만, 중국팬들 사이에선 변함없는 인기와 관심
[더팩트 | 강일홍 기자] 배우 박해진(35)은 한류스타 중에서도 중국 대륙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대표 한국배우'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나쁜녀석들'은 중국팬들로부터 무한사랑을 받았다. '사드 파동' 이후 한국드라마가 TV로 방영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바이두, 유쿠, 토도우 등 중국 유명 인터넷 사이트 드라마 순위에서 오랫동안 정상권을 지켰다.
지난해 4월 박해진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심각해진 대기오염 해결의 일환으로 중국 베이징 방산구 지역을 방문해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앞장섰다. 사드 후폭풍이 길어지면서 한국배우의 현지 활동이 사실상 멈춘 상황임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의 녹화재단 '백만삼림계획' 행사에 그가 참여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박해진에 대한 중국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특별하다. 박해진은 최근 '시크릿(가제)' 촬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맨투맨' 이후 2년 만의 복귀다. 지난해 제작사 내부 갈등으로 한 차례 무산(드라마 '사자')된 뒤여서 각오가 더 남다르다. 조만간 중국 활동 재개도 예고돼 있다.
필자는 2012년 박해진이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출연할 당시에도 와이드 인터뷰를 한 바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층 여유롭고 깊이가 묻어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새 드라마 출연을 확정한 뒤 그동안의 근황이 궁금해 서른 번째 스페셜 인터뷰이로 초대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랜만에 출연하는 새 드라마 촬영이 곧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우선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달라.
로코(로맨틱코미디) 느낌이 강한 휴먼 드라마예요. 사실상 1인2역이어서 한편으론 긴장되고 기대도 커요. 이달 중하순부터 촬영에 들어가면 당분간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게 될 것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봤지만 저는 장르물이 잘 맞고 재밌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권유하는 편인데 이번 기회에 정말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주려고요.
박해진이 최근 출연 결정한 16부작 드라마 '시크릿(가제)'은 상반기 내 사전 제작돼 오는 8~9월 방영 예정이다. 극중 레드라인 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겸 119 특수구조대 항공구조대원인 강산혁 등 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게 될 박해진은 "전작 '치즈인더트랩'은 로맨틱에 스릴러가 가미됐지만 코미디가 부족했다"면서 "이번 작품은 직설적 감정표현 등 여성 시청자들이 설렐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명예소방관으로 활동 중인데 공교롭게도 극중 소방관 역할까지 맡게 됐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지 궁금하다.
사전에 목표했던 작품을 미리 골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요. 운좋게도 평소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만난거죠. 대본을 받아본 뒤 2~3일 내 곧바로 결정했을 만큼 맘에 쏙 들었어요. 소방관들한테 갖고 있는 호의적 이미지와 가족같은 친근감을 연기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요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박해진은 지난 2016년 '팬 소원 들어주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소방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메일로 받은 총 4만 개의 소원을 받아 투표로 3건 만을 선정했는데 이중 아버지가 소방관인 팬의 사연이 있었고, 이 팬을 통해 소방관들의 애환을 듣고 선물을 주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소방관 지원 및 꾸준한 기부 활동을 해왔고, 예산 부족으로 제작이 무산될 뻔한 소방관 달력에 노개런티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소방안전홍보영상에 무료로 출연한데 이어 화재 안전특별조사 광고에도 등장했다. 드라마까지 출연하게 돼 더 이목이 쏠리는 것같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만큼 친숙한 분들은 없죠. 화재와 각종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가는 분들이잖아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인명구출을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가슴 아파요. 모든 국민은 재난에 노출돼 있고, 그 분들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불가항력인 경우도 많고요. 저의 작은 관심과 활동이 비록 미미하더라도 모두의 안전을 미리 지키고 예방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한 보람이죠.
박해진은 지난해 11월 당시 조종묵 소방청장과 함께 화재 안전특별조사 CF를 촬영했다. 이 광고는 범 정부 '화재 안전 100년대계' 수립 차원에서 추진됐다. 건축 소방 전기 가스시설 등 건물의 화재위험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화재 안전특별조사를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기획됐다. 박해진은 "우연한 기회에 첫 인연을 맺은 뒤 희생과 봉사, 헌신의 아이콘인 소방관 소명에 푹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사드 후폭풍으로 국내 배우들의 현지 활동은 사실상 중단돼 있다. 그럼에도 중국팬들의 호응은 여전하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중국에서 활동해온 방식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 드라마 출연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고 중국 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며 현지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왔어요. 팬들이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갔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희로애락을 함께했고요. 한류에 기댄 형식적인 만남이나 이벤트가 아니란 걸 중국팬들이 이해한 것 같아요. 바쁘고 잘 나갈 때일 수록 기본을 잘 지키면 된다는 게 팬심에 대한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죠.
박해진은 중국에서 방영된 다양한 장르의 한국드라마로 확실한 존재감을 일궜다. 또 '첸더더 이야기'를 시작으로 '찬란한 인생' '멀리 떨어진 사랑' '남인방' '예상사자좌' '팝콘' 등 모두 6개의 중국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중 '예상사자좌' '팝콘' 등 두편은 사드파동으로 현재까지 방영 대기중이지만, 현지 팬심은 그대로다. 박해진의 국내 활동 근황은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중국팬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박해진의 웨이보 팔로어는 600만이다.
-최근 잇달아 의미있는 행보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 행사이긴 하지만 중국 팬들을 겨냥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롯데호텔 홍보모델 위촉과 신라면세점 사인회를 했는데 웨이보 등에서 반응이 꽤 컸어요. 둘 다 중국 팬들한테는 높은 관심이 있는 이벤트거든요.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중국과 가장 밀접한 국내 기업이고, 신라면세점 역시 아시아권 주 고객은 중국이거든요. 현지 팬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 연결고리의 중심에 제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감사해요.
박해진은 지난달 25일 롯데호텔의 홍보모델로 위촉되면서 글로벌 스타임을 입증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롯데호텔 홍보모델 위촉장을 받고 공식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하루 뒤인 26일엔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서 진행한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X 샤인마스크 박해진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중국 등 아시아 각지에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그의 글로벌 인기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중국 활동이 머지않아 재개될 거란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대표 한류스타로서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비공식적 접촉은 종종 있었는데 공식 결과로 도출된 건 아직 없어요. 대중적 정서는 피부로 느낄 만큼 이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그럴수록 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죠.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사실 이번 달 중에 작지만 매우 의미있고 반가운 소식이 있을 것같기도 해요.
박해진은 지난해 미세먼지와 황사 줄이기 차원의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현지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그가 이처럼 해외 팬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물론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팬들의 요청이 있을 때는 아무리 바쁜 스케줄 중에라도 달려가 시간을 함께 하는 정성을 쏟았다. 특히 일본 대지진 때도 어김없이 현장에 달려가 한류스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현지 언론이 '한국의 진짜 배우는 박해진'이라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어느새 데뷔 14년차 중견배우가 됐다. '소문난 칠공주' 이후 수많은 파트너가 있었다. 상대 여배배우들에 대한 느낌이 궁금하다.
뭐든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같아요. '소문난 칠공주' 때 이태란 누나가 정말 자상하게 잘 이끌어줬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우는 입장이었거든요. 전지현 씨 역시 누나같은 선배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전지현 씨는 또 같은 연기자임에도 함께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뭔가 신비롭다는 느낌이 있었죠. 힘든 촬영장인데도 늘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습을 보며 대스타다운 포스를 느꼈어요. 여전히 인상 깊은 상대 여배우이자 누나들이죠.
박해진은 2006년 데뷔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이태란과 처음 만났다. 이후 한지혜('에덴의 동쪽') 한효주('하늘만큼 땅만큼') 조윤희('열혈장사꾼') 최윤영('내딸서영이') 전지현 유인나('별에서 온 그대') 강소라('닥터이방인') 등과 차례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동갑내기나 후배뻘 연기자 보다는 누나뻘 상대에 오히려 진한 교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작품 외적 관심사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달라. 인테리어에 특별한 안목이 있다고 들었다.
인테리어는 일종의 취미 같은 것이라서 틈날 때마다 공부를 하죠. 단순히 가구 몇 개 바꾸는 그런 게 아니고, 카페 같은 공간을 통째로 바꾸고 교체할 정도의 종합인테리어인 거죠. 연기활동으로 늘 바쁜 것같아도 막상 작품이 없을 땐 빈 시간이 많잖아요. 뭔가 열정을 갖고 매달릴 관심 분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죠. 기회가 된다면 정말 근사한 저만의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 날이 온다면 저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과 함께해야죠.
박해진의 이런 관심사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과도 잘 어울린다. 장식장 등 집 가구의 자재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신경 써 고르고 선택할 만큼 취미를 뛰어넘는 전문가 수준의 몰입도를 갖고 있다. 또 기초체력 관리를 위해 평소 필라테스와 웨이트트레이닝 등 유산소운동 외에 클라이밍 등 취미와 스포츠를 병행하는 스포츠맨이다. 그는 "미세먼지가 좀 잦아들면 테니스에 집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족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어머니와 누나, 조카들과 3대가 함께 산다고 들었다. 결혼 하지 않고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게 신기하다.
누나 가족들과 10년째 함께 살아요. 6살, 9살 조카들이 저한테는 더없이 사랑스런 자식이죠. 한집에서 부대끼고 살아서 그런지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요. 결혼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원래 서른 초반에 결혼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절박함이 사라지더라고요. 우선 순위가 일로 바뀌었죠. 누군가에게 집착하거나 구속받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나이들면서 행여 누군가를 제가 그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더러 작품을 하다 보면 묘한 감정이 생길 때도 있는데, 새 작품을 만나게 되면 저절로 사라지더라고요.
"배우로서 선한 영향력을 팬분들과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싶다." 박해진은 글로벌 기부와 봉사활동도 쉼없이 펼쳐온 연예계 대표적인 '선행천사'다. 성격상 혼자 사색을 즐기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를 챙기거나 애교를 부리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아직은 연애보다는 일 쪽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다.
박해진의 중화권 인기는 중국내 한류바람이 크게 위축된 뒤에도 한동안 식지 않았다. 지금도 잠재된 열기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꾸준한 현지활동을 병행하며 보여준 호감 이미지가 신뢰의 밑거름이 됐다. 이는 중국 팬들의 변함없는 박해진 사랑과 지지로 이어졌다.
필자는 '내 딸 서영이' 방영 직전 그와 인터뷰한 이후 8년만에 스페셜인터뷰이로 다시 마주했다. 지난해 출연이 무산된 드라마 '사자'로 상처를 입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주겠다"고 벼르는 모습에서 '치즈인더트랩'(웨이보 조회수 4억)의 포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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