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더팩트|김희주 인턴기자]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
배우 여진구 라운드 인터뷰가 잡히자 선배 기자들이 입을 모아 해준 말이었다. 그만큼 기자들 사이에서도 참하기로 소문난 배우 여진구.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 반, '어서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 반으로 지난 8일 오후 3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종영 기념 여진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했다.
기자들이 의례적으로 건네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인터뷰에서 여진구는 "아유,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는 말과 함께 무릎 위에 놓은 두 손을 꼭 잡고 입을 열었다. 이날 진행된 약 한 시간의 인터뷰동안 여진구는 꼭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선배 기자들의 말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면모였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거나 많은 기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지칠 법도 한데, 여진구는 시종일관 기자들의 질문에 귀 기울여 신중한 대답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듣던 대로 되게 예의가 바르시네요"라는 말을 건네자, 여진구는 "아이고.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왕이 된 남자'는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임금 이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을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여진구는 이헌과 하선 두 캐릭터로 분하며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여진구는 "처음에는 1인 2역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이 저에게 이헌과 하선이라는 캐릭터를 맡겨주시고 존중해주셔서 감사했어요"라며 "감독님께서 제 연기의 부족한 점이나 잘 표현해야 하는 부분들을 잘 잡아서 컨트로를을 해주셨어요. 저도 초반 방송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1인 2역 연기를 해나가야 할지 감을 잡으며 배웠기 때문에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헌의 죽음 장면을 회상하기도 했다. 여진구는 "악역이었지만 이헌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안타깝고 아쉽기도 했어요. 정의롭지 못하고 나쁜 면모를 많이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역할이기도 했거든요"라며 "마지막 죽음을 맞는 모습이 멋있어서 다행이에요. 끝까지 멋있는 캐릭터로 남을 수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헌이 죽고 나서는, 친한 친구 한 명을 잃은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헌과 하선을 언급한다면 그들의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중전 유소운을 빼놓을 수 없다. 유소운은 중궁전의 주인이자 이헌의 부인으로,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이헌과 하선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린 인물.
유소운으로 분했던 이세영은 앞서 '왕이 된 남자' 인터뷰에서 여진구와 호흡을 언급하며 "앞으로 열 작품은 더 해보고 싶은 배우"라는 극찬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여진구는 호탕하게 웃으며 "너무 과찬이에요. 그 정도로 좋게 잘 포장해주실 줄은 몰랐어요"라며 쑥쓰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이세영은 "촬영장에서 여진구 씨는 항상 든든한 버팀목 같아서 의지가 됐던 배우"라고 진심 어린 칭찬을 전했다. 여진구 또한 이세영과 함께한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와 주시고 누나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보통 라운드 인터뷰는 첫날과 앞시간대가 가장 많이 선호되기 때문에, 이날 인터뷰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인터뷰를 시작한 지 2~30분이 지나자 인터뷰 질문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교적 오랜 침묵이 이어지자, 여진구는 머쓱해 하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요"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건 기자의 몫이기도 했기에 "아니에요. 말을 정말 잘하시던데요?"라고 말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떤 질문이라도 해서 이 시간을 채워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당시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을 던졌다.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생각은...없으세요?"라고.
'이미 여러 번 이와 같은 뻔한 질문을 들었기에, 지겨워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묻자, 여진구는 "네? 그런데 대답하기 전에 일단, 왜 그렇게 그 간단한 질문을 어렵게 질문하세요, 기자님"이라고 친근하게 말하며 "어떤 질문이든지 편하게 물어봐 주셔도 되세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음, 예능 출연 계획은 아직 없어요. 예능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작품 홍보 차 출연하는 건 좋겠지만 단독으로 출연하기까지는 더 예능을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차기작이 '홍자매'작가의 복귀작 '호텔 델루나'로 확정된 상태. 4월 말에 촬영을 시작한다고. 여진구는 "최대한 많은 연기 경험을 하고 싶어요. 일 욕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23년 '모태 솔로'지만 아직 연애 생각이 없어요. 아무리 극 중 인물이지만, 실제로 작품을 하면서 두근거림을 느끼고 사랑을 경험하기 때문에 실제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믿고 보는 배우' 여진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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