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이세영, 호감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더팩트|김희주 인턴기자] "종영 소감이요? 잠시만요, 제가 기자님들 명함을 아직 못 받아서요."
오전부터 취재일정이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지옥철'을 뚫고 도착한 인터뷰 현장에서 피로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유난히 언덕에 있는"(이세영 명함 인삿말 중) 소속사 사무실까지 찾아간 그날은, 가쁜 숨을 내쉬며 자리에 착석해 노트북을 열자마자 벌써 인터뷰를 한 개를 끝낸 것 만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이 피로감을 싹 씻겨줄 '인간 비타민' 배우 이세영은 달랐다. 항상 그랬듯 종영소감부터 물어보는 질문이 던져지고 암묵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는 것을 느꼈을 때, 이세영이 취한 행동은 그동안 여타 배우들이 보였던 행동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프레인글로벌 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 이날 이세영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기자님들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는, 기자들에게서 받은 명함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일렬로 늘어놓고 이름을 되짚었다. 이어 "저도 제 명함을 준비했습니다"라며 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소박한 선물을 꺼내 수줍게 건넸다.
이세영에게서 받은 것은 간단한 간식거리들과 그가 직접 만든 명함이었다. '프레인TPC 오피스라이프스타일팀 과장&소속배우 이세영'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앞면. 그리고 뒷면에는 "유난히 언덕에 있는 저희 사무실까지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왕이 된 남자' 유소은, 이세영 드림"이라는 그의 인삿말이 적혀있었다.
소박하지만 취재진들을 위해 직접 준비한 노력이 느껴져 기자들이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자, 그제서야 이세영은 '왕이 된 남자' 종영 소감을 밝혔다. "거의 반년 정도 촬영하면서 소운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다른 작품들보다 더 공허함이 커요"라며 "아직 끝났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동안 시청자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말한 이세영. 그는 "그리고 소운이는 저의 '최애캐'(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왕이 된 남자'는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임금 이헌(여진구 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 분)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영화 '광해'를 원작으로 하며 여진구의 1인 2역 연기가 특징이다.
극 중 이세영은 중궁전의 주인이자 내명부의 수장, 그리고 이헌의 부인인 유소운으로 분했다. 이세영은 유소운이라는 인물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에 관해 "조선시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수동적이지 않고 솔직하고 숨김없는 모습이 좋았어요"라며 "마치 여느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처럼 상대방에게 끝없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며 지지하는 모습이 '직진'하는 것 같아 멋있었어요"라고 표현했다.
앞서 이세영은 tvN 예능 프로그램 '주말사용설명서'에 출연 당시 상대 배우 여진구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이세영은 웃으며 "와전 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라며 "저는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감정선을 잡기 위해 상대 배우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둬요"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그 방송 후 진구 씨에게 '정말 둘이 사귀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진구 씨가 당황스럽고 난처했을 법도 한데 저한테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대해줘서 고마웠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세영의 현재 배경화면은 '왕이 된 남자' 속 유소은으로 분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고. 이세영은 "저는 자기애가 굉장히 강한 타입이기도 해서 이제는 배경화면을 다시 제 사진으로 바꿨어요"라며 "이미 하선이는 저에게 남편이 돼버렸고, 그래서 더이상 감정이입을 하기위해 그렇게 노력할 이유가 없어졌어요"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왕이 된 남자' 엔딩 장면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에 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이세영은 "꽉 닫힌 완벽한 해피엔딩이에요. 그런데 그 장면 촬영 당시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화면이 뿌옇게 연출됐어요"라며 "청량한 하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그 장면이 '황천길로 가는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줄은 몰랐는걸요?"라고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한복을 입는 순간 '내가 중전 소운이 됐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라고 설명한 이세영은 이전 작품 '대왕의 꿈'(2013)이후 '왕이 된 남자'로 약 7년 만에 다시 사극에 도전했다. 그는 "사극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었어요. 낯선 사극 용어들도 그렇게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라며 "하지만 '사극톤'으로 말하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라고 촬영 당시를 재연했다.
이세영은 "현대극에서는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되는데, 사극에서 중전은 체통을 지키며 '이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등 조심스럽게 대사를 말하는 부분이 많아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라고 고백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는 관계자에 말에 갑자기 머리를 싸맨 이세영은 "아직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이세영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작품에 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왕이 된 남자' 촬영이 끝나고 자책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정말 부족한 게 많은 사람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신 김희원PD님과 여진구 씨, 그리고 함께 출연한 선배님들과 동료 배우분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계셔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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