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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송강호]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마약왕'
송강호는 19일 개봉한 영화 '마약왕'에서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송강호는 19일 개봉한 영화 '마약왕'에서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마약왕'으로 돌아온 송강호 "남다른 작품입니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송강호(51)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느껴지는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있다. 그동안 다수의 소시민 연기를 해온 그이지만 30년 연륜이 묻어나는 배우인 만큼 인터뷰 상대로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만난 그는 어떨까'라는 기대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삼청동으로 향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역시나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마약왕'(감독 우민호)에서 맡은 '마약밀매·제조업자' 이두삼을 스크린 밖에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하하하하하"하고 호탕한 웃음을 내뱉는 송강호의 모습을 보니 그의 전작 '택시운전사' 속 김만섭의 얼굴도 떠올랐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이후 1년 반 만에 '마약왕'으로 관객과 마주했다. 두 작품 모두 시대극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캐릭터는 180도 다르다. '마약왕'에서 송강호가 맡은 이두삼은 욕망에 눈이 먼 마약 밀수·제조업자로, 강렬함의 끝을 보여준다. '택시운전사'에서 허허실실 웃던 김만섭과 확실히 다르다. "관객들에게 전작과 이질감이 크지 않을까"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이상하게 나만 보면 노란 조끼가 생각나지 않냐"며 웃었다.

"'택시운전사'를 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거기서 입었던 운전기사 노란 옷이 계속 생각나요. 저도 생각나는데 남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남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마약왕')는 또 휘황찬란하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택시운전사' 노란 포스터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허허."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정감 있게 말하는 송강호에게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마약왕'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냈다. 송강호는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에 '마약왕'이 제일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마약왕'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송강호는 '마약왕'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쇼박스 제공

"내가 지금 '마약왕' 인터뷰를 해서가 아니라, 진짜 다릅니다. 진짜 솔직한 심정으로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고 생각해요. '구성이 특이하다' '신선한데' '영화 보고 나면 진은 빠지는데 재미는 있던데' 등 그런 논쟁거리가 있는 영화가 기억에 남잖아요. 그런 면에서 '마약왕'은 참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내년에 다른 인터뷰에서도 '어떤 작품이 남다르냐'고 질문할 겁니다"라고 농담을 하자 그는"'마약왕'이라고 할 거니까, 꼭 물어보세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마약왕'은 송강호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송강호는 "내부자들'을 두 번 세 번 보고, 확장판도 볼 정도로 팬"이라면서 "이 작품을 선택한 큰 이유도 '내부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내부자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마약왕'은 또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부자들'에서 멋진 작업 했으니까, 전혀 다른 어떤 새로운 매력을 지닌 그런 작품이었으면 했거든요. 우 감독도 동의했고요. 그런 면에서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두삼 역을 연기하긴 쉽지 않다. 평범한 소시민에서 돈에 눈이 멀어져가는 과정, 또 마약에 미쳐가는 모습까지. 한 인물이지만 다채로운 캐릭터를 그려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론 경험할 수 없는 마약을 리얼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송강호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송강호는
송강호는 "마약은 경험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준 자료와 상상력에 맡겨 연기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부담이 많았죠. 한 인물이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영화 초반에는 경쾌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인데 제가 기존에 많이 보여줬던 거죠. 중반부는 15년~20년 전의 제 모습을 볼 수 있고요. 후반부에는 아무래도 밀도감을 갖고 세게 보여야 하니까 그 지점이 참 어려웠죠. 마약은 제가 직접 해볼 수 없으니까, 제작진이 준 자료와 저의 상상력을 더해서 연기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만큼 힘든 것 없다. 특히 마약 같은 소재는 더 어렵다.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참고한 건 없냐"고 묻자 그는 "영상을 봐도 체화가 안 되면 남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기 베테랑'다운 답변이었다.

"그런 영상을 본다고 해서 배우들한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마약은 할 수 없죠. 좋은 자료가 있더라도, 연기라는 건 체화가 돼야 하니까요. 저는 상상력에 의존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송강호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무수히 많다.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 등은 천만을 넘었고, '밀정' '사도' '관상'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넘버3' 등 다양한 작품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관객에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른다. 그런 만큼 송강호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사실 두렵죠. 일단 천만 관객을 달성하면 좋지만, 내가 출연한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많은 분에게 집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함과 두려움이 공존해요. 그 두려움은 앞으로 작품에 대한 것들로 이어지기도 하죠.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송강호는
송강호는 "'마약왕'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약왕'은 마치 '송강호의 원맨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내로라하는 충무로의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송강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영화 공개 이후 송강호에 대한 연기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작품마다 배우가 맡는 포지션이 다르잖습니까. 그 작품에서 요구하는 적확한 모습을 연기하느냐가 중요하죠. 좋은 연기라는 건 어떤 작품에서 잠시만 나와도, 가장 적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영화 중에서 '밀양'이 있는데, 많은 분이 저에게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셨죠.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제가 전도연 씨보다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에서 적확한 연기를 했기 때문이죠.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말이에요."

그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 않다'는 표현을, 영화 '마약왕'에도 대입했다. "'마약왕' 보고 나서, 감독한테 말했어요. 따~악 알차다"라고요." 그러면서 송강호는 "지금 인터뷰가 우리 영화 같은데, 꽉 찬 거 같은 느낌. 빈틈이 없네요"라고 덧붙여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송강호의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 내부 모습. 기자들이 송강호의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다.
송강호의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 내부 모습. 기자들이 송강호의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다.

30년 배우 생활을 한 배우 송강호를 보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배우 문성근이 한 말을 빌려 천천히 입을 뗐다.

"문성근 선배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배우는 어떤 존재냐?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잊고 있는 얼굴을 되찾아주는 직업이다'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딱 쳤죠. 웃고, 울고, 감탄하고, 감동하는 다양한 나의 얼굴을 배우가 되찾아주는 거죠. 정말 많이 공감했어요. 작품을 보고 그 순간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동의하잖아요.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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