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유출된 실제 설현'이라는 제목으로요. 문제가 된 사진은 설현의 얼굴에 포르노 배우의 몸을 합성한 '딥페이크'였습니다. 설현은 가해자를 찾아달라며 재빨리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범인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 알면서 당하든 모르고 당했든 가해자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딥페이크' 범죄. 비단 피해자는 연예인 뿐일까요? 그 위험한 세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설현 소속사 "합성 사진 유포자 잡기 힘들어, 외국 사이트 공조 소극적"
[더팩트|성지연 기자] 설현 외에도 가수 아이유와 심은진, 그룹 워너원, 방탄소년단 등이 딥페이크 범죄로 유포자를 고소했습니다. 많은 스타들이 피해자가 되고 법적인 절차를 밟았지만, 유포자가 처벌을 받은 경우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적습니다. 신고 했다는 소식은 있지만, 가해자가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왜 찾아보기 힘든 걸까요?
현재,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이 같은 합성 사진ㆍ동영상 유포와 관련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합성 사진이나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해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사이버 명예훼손)나 형법 제244조(음화 제조 등) 위반 등으로 처벌받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피해 정도보다 공익 훼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유포자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거나 가벼운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당사자가 직접 명예훼손 등의 신고 접수를 해야 하기에 본인이 영상의 존재 여부를 모를 경우 지속적으로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사진이 얼굴은 노출됐지만 신체 일부분이 가려져있으면 음란물이라고 규정되지 않아 당사자가 직접 명예훼손을 신청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가해자 검거가 어렵다는 것도 딥페이크 포르노 유포자를 처벌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딥페이크 포르노는 해외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추세입니다. 반면 수사 과정에서 국제적인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국제 공조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고 최악의 경우 협조를 거부당했을 경우 이를 강제할 법령이 지금으로선 없기때문입니다.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은 딥페이크물의 피해자 중 한 명입니다. 신속하게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고 형사고소도 마쳤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가해자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설현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설현이 직접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수 차례에 걸쳐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메시지와 영상을 보낸 남성을 지난 4월 형사고소했고 그 전에 합성사진 제작 및 유포한 사람 또한 지난 3월에 고소를 진행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선 "인스타그램 계정과 관련한 피해는 최근 범인을 잡아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지만, 합성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사람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경찰의 법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습니다.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경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범인을 잡는 것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국 사이트에 협조를 요청하는데 외국 사이트의 경우엔 협조를 잘 안해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최근 '딥페이크 합성 포르노 처벌을 원합니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더이상 딥페이크 범죄가 연예인만 당하는 사건이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청원글을 올린 네티즌은 "최근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유명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이 유포되고 있다. 과거에도 유명인과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이 불법성인사이트에 게재된 사례가 있지만 딥페이크 기술의 경우 원본영상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 및 유포자 처벌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우리사회가 사이버 성폭력과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더욱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거든요. 유 의원은 "AI기술은 각종 분야에 활용되며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렇듯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며 "관련 법‧제도 개선 및 사회인식개선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과학기술부가 현재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불법 영상물 차단기술을 개발 중에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이 작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또한 "이러한 음란영상의 경우 피해의 정도가 막대하고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무분별하게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라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외국사이트에 게시된 동영상은 추적하고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적 조치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국제공조를 추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딥페이크 범죄. 얼굴없는 가해자를 검거하고 처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소모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경우, 수치스러움과 제2차 유포의 피해를 걱정해 신고하지 않는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 범인 검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또 "피해를 입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기를 권유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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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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