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쇼미더머니777'에서 VMC 색깔 보여주고 싶었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래퍼 딥플로우에게 Mnet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은 좋은 기회였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힙합 레이블 VMC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실력파 래퍼들을 보고 자극도 받았다. 그는 "현장에서 받은 자극과 영감으로 다시 열정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딥플로우는 언더그라운드에서 10년 넘게 활동했다. 힙합 외골수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그지만 대중에게 본격적인 얼굴을 알린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하면서다. 하지만 그의 오랜 팬들은 "방송물 먹고 바뀐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시선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표면적인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방송에 출연했다고 해서 제 음악이, 또 VMC의 음악 색깔이 바뀐 건 아니거든요. 다만 보이는 게 다를 뿐이죠. 저희에게 100% 관심이 있다면 음악 색깔이 여전하다는 걸 알 거예요. 이번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것도 조금 더 예전 VMC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딥플로우는 '쇼미더머니777'에서 VMC 소속 래퍼이자 '쇼미더머니' 시즌6 준우승자 넉살과 함께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들 팀에서 함께한 래퍼는 EK, 김효은, 차붐, LOS로 '패' 'XXL' '죽어도 좋아' 'GOD GOD GOD' 등의 노래를 각각 냈다. 이 노래 대부분은 느린 비트와 강렬함으로 무장했다. 동시에 중독성도 있다. "노래들이 너무 좋다"고 말하자 딥플로우는 "취향이 특이하다"며 웃었다.
"'쇼미더머니'에서 다른 프로듀서 팀들은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잖아요. 우린 거기서 음원 순위로 승부 보는 것보다 저희만의 포지셔닝을 하는 게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극닥적인 붐뱁 사운드를 지향했고,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VMC의 색깔을 넣었죠. 사실 저의 방향성과 부합하진 않아요. '작두'나 '패' 같은 것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걸 보여주는 게 재밌긴 하잖아요. 결정적으로 사람들은 제가 트렌디한 트랩을 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함께한 래퍼들은 딥플로우·넉살과 찰떡 호흡을 이뤘다. 그들이 내고자 하는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쇼미더머니777'에서 독보적인 길을 걸었다. 음원 순위에서 밀릴진 몰라도, 그들의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딥플로우에게 프로그램 뒷이야기를 물었다.
"저희가 원하던 친구들과 딱 팀이 됐어요. 사실 우승 후보는 없었죠. 그런데 우리가 저 친구들을 만들어주면 '우승 후보가 되겠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치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이 친구들이 본선에 나갔을 때 개인 곡들로 '이런 걸 해야지'라는 게 있었는데, 당장 미션에 적합한 거로 하느라 생각보다 빠르게 곡을 내게 됐죠."
딥플로우는 김효은의 'XXL'과 차붐의 '죽어도 좋아' 등의 뒷이야기도 풀어놨다. "(김)효은이의 'XXL'은 결승에 가면 그때 부를 곡이었어요. 필살기로 그때 도끼를 불렀어야 했는데... (웃음) 사실 효은이의 목소리는 대중적인 노래를 할 때 강하게 어필되기 힘들어요. 그래서 효은이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싶어서 가장 힙합스러운 노래를 만들려고 했죠. 'XXL' 메타포(은유) 자체가 힙합 옷을 의미해요, 또 힙합 잡지 XXL도 있는데 여기 안에서 평론도 해요. 이때 가장 높은 점수가 XXL이거든요. 그런 의미들을 부여해서 만들었어요. 효은이랑 잘 어울리죠."
차붐은 방송을 통해 희귀성 난치병 '길랭-바레 증후군'(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앞에선 한없이 유쾌하고 재치 넘치던 그의 이면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청자가 충격에 빠졌다.
"차붐은 방송에서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그의 아재 같은 모습이 매력 있잖아요. 또 그런 모습을 많은 분이 좋아하고요. 차붐의 '죽어도 좋아'는 사실 레트로한 사운드를 입혀서 촌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차붐이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죠. 좋았어요. 선우정아 씨 피처링도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딥플로우는 '쇼미더머니777'로 수준 높은 래퍼들의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다른 시즌과 확실히 구분 지을 순 없지만 출연자 대부분 힙합신에서 한가닥 하는 분들이예요. 디아크만 제외하고 다 아는 사람들일 정도죠. '저 친구가 저만큼 잘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번 시즌에서는 사실 못해서 떨어진 사람은 없어요. 대진 운이 안 좋거나, 그날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떨어진 거죠. 현장에서 정말 자극 많이 받았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다른 팀 심사위원 색깔이 궁금했다. 그는 "역대 '쇼미더머니' 중에서 가장 젊은 세대들로 구성된 파격적인 라인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더콰이엇·창모 팀은 일리네어라는 고급스러운 색깔과 젊은 아티스트의 만남이죠. 일리네어 브랜드 자체가 1등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 포지셔닝을 확실히 한 것 같아요. 기리보이·스윙스 팀은 기리보이의 실험적인 음악과 스윙스의 악동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새롭고 세련된 음악을 할 수 있는 팀이죠. 팔로알토·코드 쿤스트 팀은 처음엔 생소하면서도 시너지가 좋은 것 같아요. 코드 쿤스트는 기리보이보다 실험적이진 않지만 안정적이면서 특이하고 독창성이 있죠. 또 팔로알토 형의 대중 친화적인 색깔이 만나면서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은 '인싸(인사이더의 준말) 힙합' 우리(딥플로우·넉살)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힙합'이죠.(웃음)"
딥플로우는 올 한해 '오늘도 스웩' '고등래퍼2' '쇼미더머니777'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랜 생활을 한 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그의 활동이 더 기대된다.
"사실 '오늘도 스웩'을 촬영하면서 정말 욕을 많이 먹었어요. 음악을 할 땐 어두운데 '오늘도 스웩'에선 웃음을 주다 보니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꽤 컸던 것 같아요. '영향력이란 게 생겼구나'를 느꼈지만 이를 계기로 제가 더 정신을 차리게 됐어요. 당분간은 공연 활동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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