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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④-박수홍] "맞선 10번, 따로 숨겨둔 여자도 아이도 없다"

  • 연예 | 2018-09-16 05:00

"어머니 덕분에 졸지에 연예인 가족 됐다." 인터뷰를 위해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을 찾은 박수홍은 가족 얘기를 하던 중 파안대소했다. 요즘 그는 방송출연 등 하루 평균 서너개씩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인생 버킷리스트, "첫 번째는 완성했고 두 번째는 맛집 기행"

[더팩트|강일홍 기자] 박수홍(48)이 갓 신인시절인 90년대 초만해도 KBS 희극인실 분위기는 유독 경직되고 위계질서가 분명했다. 그 무렵은 필자 역시 연예기자 초년병으로, 군기가 바짝 든 채 층층시하 선배들 눈치보며 방송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그를 보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박수홍은 1991년 KBS 1회 대학개그제 출신이고, 그와의 만남을 헤아려 보니 자그마치 28년째다.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났지만, 이번은 좀 특별하다. 제2의 전성기랄까.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방송가를 누비면서도 잡음이 별로 없다.

돌이켜 보니 30년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열애설 한 번 없이, 추문에 얽히는 일도 없이 방송스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놀라움 자체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도대체 결혼도 안 하고, 추문도 없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인터뷰는 13일 오후 12시 20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점심 시간을 이용하게 됐다.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요즘 분초를 아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인터뷰 요청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방송 데뷔 이후 지금이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30대 한창일 때도 못 누린 인기를 역설적이게도 마흔 후반에 이렇게 만끽하고 있네요. 제가 아무리 바빠도 더팩트 강 기자님 만나는 시간은 빼야죠.

박수홍은 현재 SBS '미운 우리 새끼', KBS2 '해피투게더 3', MBC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E채널 '별거가 별거냐' 외에 곧 방영될 신규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쁜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듯하다.

맞아요, 겨우 감당할 만큼 빠듯해요. 한꺼번에 고정프로그램을 이렇게 많이 맡긴 처음이에요. 방송 스케줄 틈틈이 소소한 행사 MC 섭외가 있고, 홈쇼핑 출연과 콘서트까지 하면 하루 서너개씩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죠.

박수홍의 이미지는 편안함이다. 그는 튀기 위해 인위적으로 특정 색깔을 입히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혹자는 강한 한방이 없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파트너라도 포용이 가능한 박수홍만의 부드러움 덕분에 겹치기가 가능하고, 장기간 다작 출연이 용인되는 셈이다.

-방송이 이렇게 많으니 CF나 홈쇼핑 같은 장외활동에 지장이 있지 않나.

그렇긴 하죠. 그런데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모두 다 피할 수 없는 스케줄이에요. 제 브랜드를 내건 홈쇼핑 프로그램 출연도 그렇지만 동료개그맨들과 공연 중인 라이브콘서트('코미디리사이틀')는 절대 빠질 수가 없어요. 원래는 한차례만 하기로 했던 것인데 반응이 좋아 전국투어로 이어졌죠.

"바쁠수록 짬을 내야 그 시간이 더 소중하죠". 박수홍은 30년 가까운 연예활동기간 스캔들 한 번 없이 인기 MC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사소한 일로도 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좌초하기 쉬운 곳이 바로 연예계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

저는 억세게 운이 좋은 연예인입니다. 데뷔 이후 거의 꾸준히 쉬지 않고 활동을 했으니까요. 딱 한차례 있었는데 바로 감자골파동이죠. 다행히 그때가 데뷔 초기여서 치명적 상처는 피했던 것같아요. 오히려 액땜이 돼 이후 살얼음판 같은 길을 조심하며 잘 걸어온 것같고요.

박수홍이 언급한 '감자골파동'은 93년1월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박수홍은 데뷔한 지 불과 2년차에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과 함께 일명 '감자골 4인방'으로 활동하며 당대 최고의 코미디팀으로 인정받았다. 선배들의 견제와 혹사수준의 방송출연 등에 힘들어하다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유학을 떠났다.

-아주 오래전 얘기이고 당시 직접 취재한 기억도 있지만 요즘 상황과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강 기자님이 너무 잘 아시는 일이지만, 당시엔 방송사나 선배들의 힘이 막강했잖아요. 지금처럼 기획사나 매니저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요. 신인 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전성기가 너무 일찍 찾아오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거죠. 인기는 치솟는데 부르는 데는 많고, 누군가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해줘야 하는데 그게 막혀있었던 셈이죠. 방송사의 스케줄에 내몰리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죠.

감자꼴파동은 일종의 시련이었다. 이때만 해도 방송사 공채는 방송사의 전유물이었고, 이적도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보니 방송사에서는 싼 값에 기용 할 수 있는 공채출신들을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시켰다. 일찍 날개가 꺾인 아쉬움은 있지만, 사실 이 사건은 개그계에 남긴 의미도 크다. 최초의 코미디크루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이후 SBS 중심의 홍록기 이웅호 표인봉 김경식 이동우 등이 결성한 '틴틴파이브' 탄생과 함께 개콘세대의 스탠딩코미디로 바통을 이어갈 통로를 열어줬다.

-전면활동을 중단하고 자발적으로 떠난 뒤 다시 되돌아오는데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개인의 실수나 잘못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였는데도 모든 피해를 우리가 떠안았죠. 억울한 부분은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요. 그해 2월 고별방송을 끝으로 모두 미국 유학을 떠나기로 했는데 국진이 형과 용만이 형만 떠나게 됐어요. 수용이 형은 비자문제로 못가고 저는 마침 입영 영장이 나와 군복무를 하게 됐거든요.

비자문제로 미국행이 좌절되고 이미 군복무를 마친 상황이었던 김수용은 선배들의 핍박을 감수하면서 가장 먼저 코미디계로 복귀했다. 김국진 김용만은 감자골 파동이 어느 정도 진정됐을 무렵인 1995년에 귀국해 MBC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뒤늦게 군복무를 마친 박수홍 역시 KBS가 아닌 SBS와 MBC에서 차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예쁜 딸 하나 낳고 싶어요". 인터뷰 중 결혼 얘기가 나오자 박수홍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편하고 부담없는 배필을 만나 안정된 보금자리 꾸리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만나면 맨 먼저 묻고 싶었던게 결혼얘기다. 안 하나, 못 하나?

솔직히 말하죠. 지금이라도 좋은 여자 만나서 예쁜 딸 낳고 싶어요. 예나 지금이나 가장 편하고 부담없는 배필 만나 안정된 보금자리 꾸리는 게 꿈입니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정작 저한테는 2세를 만들 인연이 닿질 않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박수홍은 매칭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한 방송MC 중 한명이다. 또 누구보다도 결혼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고 전파하며 웨딩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강기자님을 스무살 때 처음 만났으니 참 오래됐다"면서 "그때 막 결혼하셨단 얘기 듣고 정말 부러웠는데 저는 아직도 혼자"라며 스스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 모든게 준비돼 있고, 파트너만 만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수홍은 2007년 웨딩 플래너들이 뽑은 '결혼하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혹시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건 아닌가?

주변 가까운 분들 중엔 제가 가장 먼저 가정을 꾸릴 줄 알았고들 해요. 평소 저를 잘 알기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어디 숨겨놓은 여자와 아이라도 있느냐"고 물어요.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죠. 정말, 저 따로 숨겨둔 아이는 없어요.

그냥 한 번 웃고 넘길 만한 이런 얘기 조차도 박수홍한테는 심각해보였다. 실제 연예계에서는 배우 윤다훈이나 김승현처럼 숨겨놓은 2세가 훗날 공개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노총각으로만 알려졌던 가수 박상민은 지난 2010년 당시 아내와 두딸을 둔 상태에서 뒤늦게 결혼한 바 있다.

-독신을 고수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은 절실하지 않은 건가.

주병진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바쁘고 잘 나갈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보니 후회스럽다면서 더는 혼기를 놓치지 말라고요. 제 상황을 감히 주병진 선배와 비교할 순 없지만 절실함이 덜했던 건 사실이에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절대 독신주의는 아니라는 겁니다.

-결혼할 의사가 있다면 눈높이를 좀 낮춰야하는 거 아닌가.

눈높이요? 이미 많이 내려놨어요. 저는 제가 대단하다고 여긴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에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모든 기준을 그 분한테 맞출 겁니다. 설령 결혼을 못하더라도 이는 하나님이 결정한 일로 받아들이고 만족할 거고요.

박수홍은 스캔들 한 번 없는 깨끗한 이미지로 국세청 행자부 등 정부기관 홍보대사를 많이 맡았다. 현재는 어머니 지인숙 여사와 함께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은 2년전 서울시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포즈를 취하는 장면. /문병희 기자
박수홍은 스캔들 한 번 없는 깨끗한 이미지로 국세청 행자부 등 정부기관 홍보대사를 많이 맡았다. 현재는 어머니 지인숙 여사와 함께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은 2년전 서울시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포즈를 취하는 장면. /문병희 기자

-주변에서 좋은 분을 소개 받거나 선을 보는건 어떤가?

아, 선이요? 사실은 어머님 주변분들이 종종 추천을 해 10명 정도 소개를 받아 만났는데 불행히도 인연이 닿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7년 전부터는 소개받는 것도 아예 중단했어요. 몇 년 전 전원주 선배님이 좋은 규수라며 한명 소개해주신다고 했지만 제 의지와 관계없이 잘못되면 결례가 될 것 같아 포기했고요.

박수홍은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줄곧 진지한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진솔함과 달리 '행여라도 가볍고 불성실해보일까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혼도 하나의 선택이고 과정일 뿐 결혼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듯한 모습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미우새'에 어머님(지인숙 여사)이 출연한 이후 아들보다 더 유명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머님이 유명해지면서 졸지에 연예인 가족이 됐어요. 처음엔 저도 어머니도 모두 걱정을 많이 했죠. 부부출연이나 부녀 또는 모녀 등 가족 프로그램으로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잖아요. 프로그램 콘셉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머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오히려 저한테는 플러스 이미지 효과가 생기더라고요.

-(소속사가) 연예인 가족을 넘어 웬만한 중소기업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얘기인지 궁금하다.

저는 처음부터 제 친형(박진홍)이 매니저를 해왔고 지금은 그 기획사를 중심으로 온가족이 뭉쳐 있어요. 동생(박준홍)이 유명 예능작가인데, 사실 저도 방송활동에 필요한 트렌드나 아이디어 등 음으로 양으로 엄청난 도움을 받죠. 근데 예상치 못하게 어머니까지 제 이미지에 긍정적 도움을 주시니 시샘어린 소문이 난 모양이에요.

박수홍 부모는 아들만 셋(진홍-수홍-준홍)을 뒀다. 3형제 중 막내인 박준홍은 '감자'라는 예능작가집단의 공동대표(박준홍-곽상원-박원우-김재홍)로, 이곳엔 예능작가만 50명이 포진해 있다. 과거 '양심냉장고' '느낌표' 부터 '라디오스타'나 '복면가왕' 등 국내 웬만한 유명 예능프로그램이 망라돼 있다.

"제 두번째 버킷리스트는 안식년입니다." 박수홍은 지난해 음반을 내며 어린시절부터 꿈이었던 첫번째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내 "국내외 맛집 투어를 꼭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청소년기에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크게 기우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죠. 끼니를 굶을 정도였으니까요. 데뷔 이후에도 한동안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빚을 갚느라 허덕였고요. 어쩌면 우리 3형제가 경제적 자립을 위해 더 악착같이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되레 아버지한테 감사한 마음이죠. 온 가족이 똘똘 뭉쳐 근검절약하며 열심히 사는 계기가 됐으니 그게 산 교육이 된 셈이죠. 규모를 밝히긴 좀 쑥 쓰럽지만 이젠 작은 빌딩도 마련했고요.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뭔가?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얘기해달라.

안식년, 아니 안식월이라도 갖는 거죠. 사실 데뷔 이후 거의 한 번도 쉬어본 일이 없거든요.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국내와 해외 맛집투어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저를 포함한 3형제가 부모님 모시고 모두 함께 하는 여행 기회도 만들 생각입니다. 스케줄이 많지 않을 땐 위축이 돼서, 스케줄이 많을 땐 바쁘다는 핑계로 실행을 못했거든요.

사실 박수홍은 지난해 첫번째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어린시절 음악(가수)이 꿈이었던 그는 음반을 내고 뮤비를 찍어 스스로에게 선물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쁘게 살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 인터뷰 내내 밝아보였다. 오전 생방송을 마치자 마자 사전 약속된 스페셜인터뷰를 위해 <더팩트> 상암동 사옥을 찾은 그는 다음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점심도 거른 채 바삐 움직였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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