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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③-한은정] "결혼? 환장하게 좋은 남자라면 당장 OK!"

  • 연예 | 2018-09-09 00:00
"제 본 모습이 곧 반전이에요". 한은정은 드라마와 예능, CF와 홈쇼핑을 오가며 종횡무진 '반전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18년 만의 '악녀' 연기, "내게 어울리는 호칭은 '팔색조'"

[더팩트|강일홍 기자] "저요, 조용하기만 한 순둥이 아니에요. 다들 저더러 변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달라진 게 아니고 이게 바로 제 본 모습이에요. 요즘 보시는 모습이 진짜라니까요, 헤헤."

미인대회 출신의 서구적 마스크를 지닌 한은정(38)은 도도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연기도 은근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세련미, 지적이고 화려한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한은정이 요즘 드라마와 예능에서 종횡무진하며 '반전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파격 변신은 '배우 한은정'의 또 다른 발견이다. 여느 드라마 속 악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정수진'이라는 캐릭터를 섬세한 포커페이스 연기로 차별화했다.

말그대로 제2의 전성기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CF와 홈쇼핑을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서만 '현실남녀', '더 뷰티 시즌2', '정글의 법칙 in 멕시코',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장르 구분 없는 방송 섭외 1순위로 부상했다.

한은정을 직접 만났다. 연예 기자 생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몇 차례 취재도 하고 같이 방송을 한 적도 있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고맙게도 한은정은 없는 시간을 쪼개 만들었다. 6일 충청권 중소벤처기업 박람회 행사에 참석한 뒤 사전 약속된 스페셜인터뷰를 소화하기 위해 부랴부랴 <더팩트> 사옥으로 달려왔다. 배우, MC, 예능감초의 주인공 한은정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요즘 제가 좀 바빠요 ㅋ". 한은정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쁠수록 시간을 쪼개 저를 불러준 호의에 답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편집국에서 만나는 기자들에게도 환한 미소로 일일이 인사하고 답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정한 기자

-요즘 너무 바빠 보인다, 소화하기 힘들 만큼 섭외가 쏟아진다고 들었다.

네, 괜히 바쁜 척한 건 아닌가 싶어 좀 걱정돼요. 조금씩 스케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좀체 거절을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거 같은데 그렇다고 중복 스케줄을 만들진 않아요. 어떻게든 최대한 다 소화하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죠.

(실제로 한은정은 분초를 쪼개가며 스케줄을 소화할 만큼 바쁘다. 그럴수록 자기관리에는 더 철저하다. 이날 인터뷰차 <더팩트> 사옥을 방문한 그는 앞선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입은 의상도 충분히 예뻤지만 새로 준비해온 의상으로 다시 바꿔입고 여러차례 얼굴을 매만지는 등 긴 시간 공을 들였다. 이후 편집국에서 만나는 기자들에게도 환한 미소로 일일이 인사를 했다.)

-무슨 행사였는데 팬사인회가 길어졌나.

아, 제가 중소벤처기업 박람회 홍보대사를 맡았거든요. 오늘 코엑스에서 박람회 개막식이 있었는데 화보촬영은 미리 다 해놓은 상태였지만 관계자 오찬과 팬사인회 등 일정이 빡빡해 정말 힘들었어요. 제 사인을 받으려는 분들이 줄을 서 있는데 도중에 뿌리치고 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한은정은 '2018 충청권 중소벤처기업 박람회' 홍보대사다. 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주기 위해 무려 60개에 달하는 실속형 기업 제품에 자발적으로 모델이 돼 사전에 일일이 사진촬영을 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날 팬사인회도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들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정해진 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팬사인회 열기만으로 최근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요즘 틀면 나온다고 해서 수도꼭지란 별명이 붙었다.

네, 예능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해서 그런 거 같아요. 워낙 채널이 많은 데다 재방송도 수시로 많이 하잖아요. 드라마는 올해 두 번째인데 예능과 겹쳐 보이니 다작 출연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봐요. 오히려 저는 여기에 영화 한편 정도는 추가할 여력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한은정의 매력은 가식없는 솔직함이다. '현실남녀2' '인생술집' '도시어부' '발칙한 동거', '정글의 법칙', '런닝맨' 등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솔직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만 무려 20여개에 달한다. 그런데도 영화 출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꼭 10년 전 정재영 허준호 등과 연기한 영화 '신기전' 이후 3~4편에 출연했지만 좀 더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에 목말라 했다.)

한은정은 드라마 속 악녀 캐릭터로 섬세한 포커페이스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파격 변신은 '배우 한은정'의 또 다른 발견이다. /배정한 기자
한은정은 드라마 속 악녀 캐릭터로 섬세한 포커페이스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파격 변신은 '배우 한은정'의 또 다른 발견이다. /배정한 기자

-예능 쏠림현상은 의외다. 이런 인기 비결이 궁금하다.

비결까지는 쑥쓰럽고요, 다만 주변에서 생긴 것과 다르다고 얘기를 많이 하죠. 저를 바라보는 기대치와 인식이 의외라는거죠. 보통은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아니 말을 잘 안 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친 이미지 때문일텐데요. 실제로 전 성격이 밝고 쾌활한 편이죠. 소리내서 웃기도 잘해요.

-드라마 속 인물로 오랜만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정수진이란 극중 인물 캐릭터가 좀 특별하죠. 사주의 집사(비서)로 지근거리에서 밀착돼 있는 인물인데 한 마디로 고단수 악녀예요. 고학력 엘리트답게 극 초반부 이후 줄곧 야심을 숨기고 감추다 후반부인 요즘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죠. 지금부터 정말 제 역할이 재밌어요.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파격 변신은 '배우 한은정'의 또 다른 발견이다. 여느 드라마 속 악녀들에서 볼 수 없는 '정수진'이라는 캐릭터를 섬세한 포커페이스 연기로 차별화했다.)

-평소 이미지를 고려하면 의외의 변신이다, 악녀 연기가 처음인가?

아니에요, 데뷔 첫 작품에서 엄청 미움받는 악녀 캐릭터를 연기했죠. 장혁 장나라 등과 출연한 '명랑소녀 성공기'란 드라마였는데 당시 시청률 40%로 화제였어요. 갓 신인인 저한테 쏟아진 악녀 이미지에 부담도 컸고요. 이후 18년간이나 악녀와는 등을 지고 살았으니 시청자분들이 기억을 못하는 거죠.

-한은정이란 배우의 이미지는 왠지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짙다.

맞아요, 배우의 이미지는 작품속에서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저는 데뷔작에서부터 각인된 밉상 역할이 부담돼 이후 의도적으로 이미지 변신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시대극 '1945'를 하면서부터 차분하고 조용한, 동양적 순종형 여성 이미지로 굳은거죠. 이젠 다양한 이미지의 팔색조 배우란 호칭이 듣고 싶어요.

"동양적 순종형 여성 이미지는 옛말이에요." 도도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통했던 한은정은 올들어서만 20여개 예능에 출연하며 장르 구분 없는 방송 섭외 1순위로 부상했다. /배정한 기자

-드라마 출연은 얼마 만인가.

드라마는 데뷔 이후 거의 매년 또는 1~2년 간격으로 끊이지 않고 출연했어요. 지난해엔 방송 MC로 활동하며 한해 쉬었고, 올해는 연초 방영된 SBS '리턴'에 특별출연했으니 두번째인 셈이죠.

(한은정은 지난해 9월까지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이상민과 함께 MC로 활약했다. 차분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질문을 던지며 이상민과 멋진 호흡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도 당시까지 이 프로그램에 연예기자 패널로 출연하며 이들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스캔들이 없는 여배우로 알려졌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여지를 주지 않는 제 성격 탓이죠. 솔직히 고백하면 썸을 탄 남자가 있긴 했죠. 다만 연예인들과는 이성적으로 한번도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극중 인물로 만나더라도 일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편이라서인지 적극적으로 대시도 안 하더라고요.

-이미 꽉 찬 나이인데, 혹시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결혼은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준비가 잘 돼 있을 때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해야죠.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일단 나이와 무관하고, 그래서 급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죠. 부모님께서도 '정말 환장하게 좋은 남자'가 아니라면 결혼 하지 말라고 해요. 바꿔 말하면 그런 상대가 생긴다면 언제든 바로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인기 바로미터는 화장품 브랜드 홈쇼핑 론칭. 한은정은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2년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한은정 인스타그램 캡쳐
인기 바로미터는 화장품 브랜드 홈쇼핑 론칭. 한은정은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2년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한은정 인스타그램 캡쳐

-스케줄이 바빠도 몸매나 건강관리는 필수 아닌가.

주로 어떤 운동을 딱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고, 골프는 즐기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자주 나가는 게 아니라서 핸디는 보통이지만 필드에서 샷을 날리는 날이 저한테는 힐링하는 시간이거든요. 감사한 건 가벼운 운동만 해도 몸매도 건강도 유지되는 체질이에요.

(한은정은 여자연예인 중에서는 비교적 호쾌한 샷을 날리는 연예인골퍼다. 샷도 안정돼 있어 스윙폼이 멋지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까지 만점이다. 필자도 수년 전 한은정과 팀을 이뤄 직접 라운드를 해본 적이 있다. 한은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필드에서 보여준 멋진 연습 샷 한 장면을 올려놓기도 했다.)

한은정은 인터뷰가 끝난 직후

-요즘 또 하나의 인기 바로미터는 화장품 브랜드 홈쇼핑 론칭이다.

최근 신규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피플앤코의 신제품 모델인데요. 제 이름 첫 이니셜을 'H콤팩트'예요. 지난 2일 현대홈쇼핑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4500개가 팔려 저도 좀 놀랐어요. 어제 CJ홈쇼핑에서도 반응이 뜨거웠고요.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브랜드사가 만든 제품이기도 하지만 개발단계에서부터 제가 참여해 기대가 크죠.

(한은정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 브랜드 론칭에 참여하며 2년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기획, 연구, 개발, 디자인 등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본인만의 뷰티 노하우가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어느덧 연예계 데뷔 20년이다, 뒤를 잠깐 되돌아본다면.

특징적으로 딱 일궈놓은 게 없는 것 같아 아쉬운데 벌써 그렇게 됐네요. 제가 보기와 달리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배우로서 부족한 게 많아 뒤를 되돌아볼 틈이 없어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흠없이 무난했다는 평가도 나쁘진 않아요.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금부터 더 열심히 뛰어 채워야죠.

(한은정은 1999 미스월드퀸 유니버시티 한국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받고 패션모델로 활동하다 2년 뒤 서세원이 진행하는 '시사터치코미디파일' MC로 발탁됐다. 당시엔 미녀대회 출신 신인들이 예능 또는 시사정보프로그램에 진출하면 성공적 기회를 얻는 것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입지를 다졌다.)

한은정은 인터뷰가 끝난 직후
한은정은 인터뷰가 끝난 직후 "방송사들이 다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가 맘에 든다"며 특유의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은정이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아무래도 이제는 새로운 작품 선정 등에 신경을 쓸 거 같다.

갈수록 작품을 정하기가 쉽지 않죠. 영화나 드라마 출연 섭외가 들어오면 검토 후에 매니저와 상의하는데, 최종 결정은 제가 해요. 문제는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이 아님에도 출연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고민이 많죠. 물론 매니저 조언이 가장 큰 도움이 되고요.

-매니저와는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충직하고 의리 있고 누구보다 성실해요. 맨 처음 만났을 땐 좀 유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갈수록 믿음이 가고 고마워지는 파트너예요. 저를 포함해 세상에 장단점이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무엇보다 모든 걸 저한테 중심을 맞춰 편안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 더할 나위없는 거죠.

(매니저인 사우스포엔터테인먼트 유근용 실장과는 무려 1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눈빛만 봐도 서로 생각을 알 정도로 유대가 끈끈하다. 매니저 결혼식 때 한은정은 통큰 축의금과 함께 외제차, 시계, 신발, 옷을 선물로 사줬다. 유근용 실장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친누나처럼 결혼식장에 먼저 와 지인들에게 인사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어줘서 감동받았다"고 털어놨다.)

-얼마전 전 소속사와 출연료 미정산 문제로 속을 끓이지 않았나?

전 소속사 대표가 지난해부터 4000만원 가량을 정산해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 데다 이중계약을 통해 CF출연료까지 가로챈 사실을 알고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계약기간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힘들었죠. 하지만 소송보다는 좀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먼저 양보했더니 잘 마무리 되더라고요. 급할수록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한은정은 올봄 전 소속사인 마마크리에이티브 설모 대표가 구속된 뒤 소속사를 현 사우스포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계약해지와 미정산금은 소송으로 번지지 않고 해결됐다. 당초 올 10월31일까지 예정돼 있던 전속계약도 전 소속사 대표의 귀책사유를 스스로 인정해 자연스럽게 풀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한은정은 "아 근데 언론사가 정말 근사하네요, 상암동 방송사들이 다 내려다보여요, 이렇게 뷰가 멋진 곳에서 일하는 줄 몰랐어요"라며 특유의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여유로움도 잠시, 그는 또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금방 바삐 움직였다.

비치는 모습과 실제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는걸 새삼 실감한 만남이었다. 밀린 스케줄로 바빠 눈코뜰새 없는 와중에도 한은정은 진지함과 여유로움까지 강약조절이 분명했다. 한은정과의 만남은 그래서 만남 자체가 왠지 더 스페셜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은정은 인터뷰가 끝난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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