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세상은 돌고 돈다. 처한 형편과 상황에 따라 오늘의 적이 내일의 우군이 되고, 모레는 또다시 적군으로 나타날 수 있다. 흔히 내일을 알수 없는 인생사를 새옹지마(塞翁之馬:인생의 길흉화복은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에 빗대기도 한다. 분명한 전제는 자연스러움이다. 인위적이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같은 사안도 시기가 어긋나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BS 내부가 술렁거리고 있다. 김제동이 시사교양국 PD들이 제작하는 심야 시사토크프로그램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편성이 KBS1 '뉴스라인' 시간대여서 사실상 뉴스 진행자로 비치는 모양새다. KBS의 한 중견 PD는 "(사장이 바뀐 뒤)김제동의 컴백은 어느정도 예상됐지만 결정과 방침이 윗선부터 흘러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구성원들간에 불만이 많다"고 귀띔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매주 월~목 밤 11시부터 30분씩 방송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애초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닷새간 '9시뉴스'가 끝나는 10시부터 30분간 방송되는 쪽으로 추진하다 내부 불만 등을 고려해 11시대로 늦춰졌다. 특히 월요일 10시 방영 중인 '가요무대'는 향후 시청자들의 반발까지 살 수 있는 사실상 '붙박이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 정부 비판적 문화계 인사 배제 '블랙리스트', 프로그램 폐지 또는 행사 취소
김미화는 지난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고 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듬해 4월에는 8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돌연 하차해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국정원이 적페청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퇴출 유도 및 하차 배후'였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확인된다.
김미화는 2003년부터 8년간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했다. 하차 직후 방송관계자들 입을 통해 먼저 외압설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라디오가 요즘 시끄럽다'는 이유로 하차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 뒤인 2011년 7월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으로 컴백했으나 2년 만에 하차했고, 2013년 9월 마이크를 잡은 MBN '김미화의 공감'은 방영 한 달 만에 종영됐다.
이후 해직 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MBC 사장 체제가 되면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으며 지상파 방송에 복귀한다. 지난해 12월, 김미화는 MBC '이슈를 말하다' 시즌2의 첫 게스트로 방송에 얼굴을 내비쳤고, '복면가왕'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올들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하며 9년만의 복귀를 알리기도 했다.
◆ 김미화 김제동, 지난 10년간 무대 빼앗긴 당사자로 '블랙리스트 상징성' 부각
지난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이 2009년 작성한 '좌파 연예인 대응 TF'라는 문건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문건의 존재가 공식 문서로 입증되자 대중문화계는 물론 사회 전반을 크게 뒤흔들었다. 국정원이 만들어 관리했다는 '문화계 6명/배우 8명/영화계 52명/방송인 8명/가수 8명' 등 총 82명의 명단, 일명 '문화인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충격이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행사가 취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명단에 올라간 주역들의 숫자는 MB 정권시절 82명에서 박근혜 정부 때 249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중에서도 김제동 김미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도드라지게 피해를 입은 블랙리스트 인물로 언급됐다.
이들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제약을 받은 당사자인데다, 특히 김제동의 경우 블랙리스트의 상징성으로 시사토크의 색깔을 크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단지 보상 차원의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라면 경계할 필요는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앞서 시사 뉴스 이미지로 거듭 변신한 바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김제동 카드는 또다른 논란과 분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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