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재일교포 여배우를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적이 없다. 저는 (초대받아)그녀 집에 두 번 갔다. 아직도 그녀의 집 구조가 선연히 기억이 난다. 1998년부터 2001년 초까지 방송한 드라마에 A씨가 합류하며 처음 알게 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정을 가진 내가 다른 여자를 이성으로 만난 건 대단히 잘못한 일이었다."(조재현의 항변)
재일교포 여배우의 '화장실 성폭행' 주장에 배우 조재현은 "성폭행한 일이 없고, 되레 참을 만큼 참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상대방이 금전을 요구하고 협박했다는 주장이었다. 모두가 놀랍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으론 그가 네 번째 미투 대상에 오른 게 충격이었고 '부인'을 넘어 '법적 대응'이라는 강력한 맞대응 방침에 궁금증이 쏠렸다.
지난 20일 재일교포 여배우 A씨는 '16년 전 조재현으로부터 드라마 촬영장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일방 주장이긴 해도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데다 이미 세 차례 '과거'가 있던 터라 대중은 공분했다. 지난 2월 배우 최율에 이어 방송 스태프 B씨, 여제자 C씨 등이 연달아 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 조재현, '합의'에 의해 이뤄진 성관계 주장+'법적대응' 이유 궁금
이 때만 해도 조재현은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뒤 잠정 은퇴를 선언해 대중은 그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이해했다. 당시 그는 출연 중이었던 tvN '크로스'에서 조기 하차했고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집행위원장직과 교수직도 내려놨다. 대중스타로서 비난 받을 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였다.
이런 조재현이 성폭행 미투에 '고소'라는 초강수로 맞서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진실이 있다면 우선 그 내막이 궁금하다. 현재 상황만 보면 그는 진위를 떠나 또 다시 성폭행 논란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 사면초가다. 대중의 실망과 분노치는 앞서 폭로된 세 건의 미투 때보다 악화일로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성폭행'과 '합의에 의해 이뤄진 성관계'는 상반된 개념이다. 조재현의 주장대로 만에 하나 '합의'가 전제된 자발적 의사가 끼었다면, 이 또한 그의 입장에서는 중대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 유부남의 일탈행위는 스스로도 용서를 구했듯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대중스타에 대한 정서적 분노만으로 단죄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 '억울함'의 반격 불구,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악재의 반복성' 의문
앞서 성추행 가해자로 찍힌 김기덕 감독도 '소송'에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기덕 감독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MBC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B씨 등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자신을 고소했던 여배우 C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추가 맞고소했다. '혐의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방송에 출연해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 입장이 달라지고 상황이 바뀌었을까. '방송에 나온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은혜를 아프게 돌려줘서 안타깝다'는 인식이면 할 말이 없다.
다툼이 있는 개인 간 문제는 미묘해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해볼 수는 있다. 대중이 주목하는 부분은 비슷한 사안에 대한 반복성이다. 왜 하필 같은 사람에게 비슷한 소재와 악재가 반복될까이다. 법의 심판대에 선 '미투 결말'을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바로 이 부분이 납득되지 않으면 조재현도 김기덕도 '억울함'(?)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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