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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버닝' 이창동 감독 "늘 영화로 질문…메시지는 관객의 몫"
영화 '버닝'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버닝'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8년 만의 신작 '버닝'으로 전 세계 관객 만난 이창동 감독

[더팩트ㅣ종로=강수지 기자] "우리 시대에는 희망이 있었어요. 지금 물질적으로는 어려워도 앞으로는 잘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게 없어요. 자식들을 봐도 그래요. 아버지는 그런대로 멀쩡하게 살지만 자식은 아버지만큼 여유롭지 못할 거라는 게 제 눈에도 보여요. 이건 능력, 노력과 상관이 없죠. 지금은 그냥 그렇게 살게 돼 있어요. 쉽게 감동할 만한 것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오히려 질문하고 싶었어요."

이창동 감독(64)은 '버닝'을 통해 세상을 향한 본인의 질문을 그렸고, '버닝'을 향한 다채로운 세인의 시각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17일부터 국내 관객을 만난 이창동 감독 8년 만의 신작 '버닝'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 그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 분),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이 그리는 이야기로 젊은 세대의 무력감과 분노를 담았다.

이창동 감독은 현 시대 젊은이들이 마주한 막막한 감정을 인물, 상황, 행위, 물체, 코드 등에 담아 영화 속에 촘촘히 펼쳤다. 영화 스토리와 별개로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대사에 녹여 직설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148분이라는 러닝타임 속 찰나에 감독의 궁금증과 시각을 녹였고, 이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가지각색 시선을 관통한다.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창동 감독은 관객이 '버닝'을 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면서 "'버닝'이 딱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 "지금 청년들의 분노,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비치는 미스터리에서 출발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 청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신작 '버닝'으로 관객 만난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신작 '버닝'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17일부터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신작 '버닝'으로 관객 만난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신작 '버닝'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17일부터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칸에서 '버닝'을 본 외국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뭔가를 받아들여요. 보고 '좋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 관객, 평론가들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해요. 이게 뭘까요?(웃음) 그리고 다들 자기 확신을 갖고 있고, 남의 이야기는 안 들어요. 제가 뭔가를 설명한다고 해도 '그건 네 의도고, 난 다르게 받아들였어'라고 해요(웃음). 그게 영화 매체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버닝'은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범인은 누굴까'하고 찾는 영화는 아니에요. 서사라는 것은 관객의 욕망의 산물이에요. 관객들이 자기만의 서사를 찾더라고요. 벤이 해미를 죽였다는 의심은 있지만 확증은 없죠. '버닝'이 증거를 찾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본상 수상에는 실패해 아쉬운 마음을 자아냈으나, 각국 평론가들에게 뛰어난 평가를 받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으며 의미를 남겼다.

"칸 영화제 결과, 당연히 아쉽죠. 아쉬운 정도가 아니에요. 원한 것은 아니지만 '버닝'이 개봉 전부터 '칸 수상 여부'에 올인한 것 같은 분위기로 마케팅이 됐어요.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컸고, 그런 점에서 감독으로서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죠. 만약 수상을 했다면 한국 영화 전체에도 자극, 활력이 됐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칸 현지에서는 제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이 나왔어요. 보통 개성이 강한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이 되고, 개성이라는 것은 대부분 '호불호'가 나뉘잖아요. '버닝'은 특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고 다 '좋다'고 하는 게 이상했어요. '왜 다 좋아하지?' 이런 느낌이었죠."

"늘 변화하고 싶었다". 이창동 감독은 25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확실히 변화하고 있고 늘 변화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버닝' 출연 배우들이 구설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이창동 감독은 "다 경험하면서 성숙해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겪어야 될 것을 겪었구나 싶다"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제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몫이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본인들이 통과해야 할 문제죠. 제가 감독이라고 선생님처럼 그들에게 말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 다 경험하면서 성숙해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직접적으로 불똥이 튀었지만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고요. 특히 스티븐 연은 본인이 굉장히 당황했지만 자신이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더라고요. 제가 스티븐 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는 않은 것 같은데요. 이런 과정이 없으면 좋겠지만, 겪어야 한다면 겪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지난 1997년 메가폰을 잡은 '초록물고기'부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그리고 이번 여섯 번째 작품 '버닝'까지. 이창동 감독은 매 작품 변화를 꿈꿨다. 변화하지만 변질되지 않아 반갑다. 이창동 감독이 앞으로 영화로써 어떤 질문을 던질지 세계 팬들의 시선이 모인다.

"저는 늘 질문을 하기 위해서 영화를 했어요.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영화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메시지나 답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죠."

"저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고, 늘 변화하고 싶었어요. 제 전작들이 '버닝'과 다 비슷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변화하려고 힘들게 노력했어요. 이번 변화가 관객들에게 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복잡해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것 저런 것을 다 비우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만 느끼면 즐기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질문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남는다고 생각해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히기도 하는데 어떤 질문은 시간이 지나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joy822@tf.co.kr
[대중문화이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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