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미래 일상을 담을 광고 주인공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오늘은 물론 내일의 삶도 이어갈 신혼부부로 낙점됐다. 이 광고의 대미를 장식할 메인 카피는 'See you tomorrow'(씨 유 투모로우·내일 봐요)였다. 그리고 회의 모습을 담는 원거리 장면에서 SK텔레콤 로고가 박힌 TV 화면이 화면 우측 상단에 자리한다. 크게 신경을 거스르거나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스치듯 뇌리에 흔적을 남긴다.
23일 방송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한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췌장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손무한(감우성 분)은 광고회사 이사로서 팀원들과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다. 주제는 광고에 쓸 메인 문구를 정하는 것으로 이들은 아름다운 밤 전경을 콘셉트로 한 'See you tomorrow'를 결정한다. 'See you tomorrow'. 이 말은 시한부로 오늘을 마지막 처럼 사는 주인공의 상황과 묘한 대척점을 이루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PPL이지만 전혀 PPL 같지 않은 탁월한 배치가 인상적이다.
이날 방송은 죽음을 앞두고 삶의 소중함을 만끽하는 주인공 모습을 그렸다. 손무한과 안순진(김선아 분)은 두 번째 임상치료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투신하려는 환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손무한은 삶의 의지를 되살렸다. 결국 갈등은 내일로 이어질 삶을 택하면서 봉합됐다.
특히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전동 바나나'와 말기 췌장암 환자를 매치한 극의 마지막은 극 초반 보였던 '치킨 먹방'과 극 전체를 관통하는 '같이 잔다'는 의미와 맞물려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려는 손무한과 안순진 '웃픈' 현실을 유머있게 그렸다. '성욕'으로 대변되는 극 중 전동 바나나는 결국 살고 싶다는 외침인 셈이다.
유명한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빌리자면 '성욕', '식욕', '수면욕'은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나'를 지탱하는 삶과 생존의 최소한이다. '먹고, 자고, 사랑하고' 시한부 인생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많은 드라마 속 PPL이 개연성 없는 막무가내식 등장으로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키스 먼저할까요' 속 'see you tomorrow'는 내일을 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주인공의 절실한 마음과 어울려 극의 소재로 훌륭히 활용됐다. '내일 봐요'. 매일 하는 말이 이렇게 슬플 수 있다는 걸 알려준 '키스 먼저할까요'였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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