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역으로 평범함을 연기한 '골든슬럼버' 강동원
[더팩트|이진하 기자] 충무로에서 가장 '열 일'하는 배우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강동원이다. 실제 그가 참여한 영화만 총 21건. 데뷔 20년 차를 맞은 강동원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해왔다.
이번에 강동원이 관객들에게 선보일 영화 역시 "열 일 했다"는 찬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골든슬럼버'로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강동원은 한없이 착하고 평범한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았다. 작품 속 건우는 모범시민에서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 암살범으로 몰려 도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 '골든슬럼버'로 이미 일본에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2010년 영화로 제작했다. 이 영화를 본 강동원은 원작 스토리에 대한 갈증을 느껴 제작사에 직접 제작을 제안해 이 작품이 한국에도 나오게 됐다.
"모든 영화 촬영이 끝나면 아쉬움이 남고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좀 더 큰 책임감과 부담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다른 분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14일 개봉한 영화 '골든슬럼버'로 자신 있게 찾아온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 7년을 기다린 영화,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 크다
- 직접 제작을 요청한 작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평소 일하면서 시나리오 모니터를 하는 것은 항상 있어 왔던 일이지만, 제작을 제안하게 되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 영화 제작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을 봤을 때 메시지와 오락 중에 메시지에 끌렸다. 메시지 측면에서는 실제 거대 권력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삶이 망가지는 일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그런 부분에서 영화에서라도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상업영화니까 인물 중심으로 깊게 파고들지 않지만 메시지를 끌어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을 기반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 영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 직접 영화를 보고 난 후 소감은 어떤가.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니까 편해졌다. 후반 편집을 잘해서 지루할 틈 없이 잘 구성된 것 같아 좋다.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 이번 캐릭터를 위해 한 노력은 무엇인가.
매번 그렇지만 캐릭터에 대한 디자인은 쉽게 한다. 그렇다고 고민을 쉽게 하거나 연기를 열심히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체중은 조금 더 늘렸다. 헤어스타일은 분장팀의 제안으로 한 것인데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괜찮다고 해서 했다.
- 평범함을 연기했는데,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법이 있나.
평범함이란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택시기사를 맡아 연기해봤다. 또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며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있어 그 친구들을 생각하며 연기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 영화 작업 중 빠져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택배기사들이 직접 겪는 어려움을 촬영해 작품 초반에 넣었다. 그러나 영화의 리듬감 때문에 장면이 빠지게 됐다. 실제 택배기사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쓰레기 버려달라는 일, 비탈길을 올라가는 일 등 고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영화 속 인물 '건우'와 닮은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평소 "좀 손해 보면 어떠냐"란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말을 감독님이 듣고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비슷하다. 건우처럼 엄청 헐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남한테 상처 주면서 살지 말자'는 생각이 닮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 실제 손해 본 적은 없나.
영화에서 스치듯 손해 좀 보면 어때 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정말 고되게 일을 시킨 영화도 꽤 있다. 시간에 쫓겨서 찍다 보면 가장 위험한 일을 많이 당하게 되는데 영화 '마스터'때가 그랬다. 촬영 중 목에 유리가 찔려 병원에 갔더니 의사도 놀라고 제작진도 많이 놀랐다. 이번 영화에서도 하수구 추격신이 있는데, 처음에는 물 5톤을 부어서 촬영했다. 물살이 워낙 세서 힘들었지만 놀이기구 타는 느낌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을 10톤으로 올려서 촬영하면 어떠냐고 제안하더라 그렇게 두 번을 찍었는데 손해까진 아니지만 힘들긴 했다.
◆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날
- 유독 과거 회상신이 많은 '골든슬럼버' 과거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절대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힘들게 살아왔는데, 다시 돌아가 그 삶을 살라고 하면 너무 싫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대 때 좀 더 많이 놀아볼걸. 너무 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은 든다. 친구들 놀 때 많이 놀지도 않았고, 모델 일하고 연기 수업을 해왔다. 20대 중반에는 끊임없이 일만 한 것 같다.
- 매년 쉬지 않고 일해 온 것 같다. 가장 오래 쉰 적은 언제이며 무엇을 했는가.
영화 '전우치'에 들어가기 전에 1년을 쉬었다. 감독님이 이런 작품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고, 그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작품 구상단계였기 때문에 감독님이 대본을 써야 했다. 금방 쓰겠다고 하더니 1년이 걸렸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액션스쿨도 다니고 캐릭터 준비도 하면서 목공을 배웠다. 목공을 배운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큰 거울을 사고 싶어 거울이 있는 매장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거울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거울을 직접 만들기 위해 목공을 배웠다. 정작 거울은 만들지 않았지만, 의자, 식탁 등 많이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 갇혀 지냈던 20대로 돌아가고 싶은지.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다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게 사람이 없는 곳에서 숨어서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답답해서 더 이상 그렇게는 못하겠다. (웃음)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 시비를 걸거나 하는 사람이 없어서 가끔 동네 바에 가서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
◆ 20년 차 배우 강동원 "로션도 바르지 않던 평범한 사람"
- '꽃미남' 배우로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이 들어가는 게 좋고, 내 얼굴에 생겨나는 주름이 좋다. 예전에는 로션도 바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배우란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로션 정도는 발라야 하지 않나란 생각으로 로션도 바르기 시작했다. 잘 나이 들어가고 싶다.
- 각본도 쓴다고 들었다. 연출도 욕심나는 분야인가.
아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내서 시놉만 쓰고 작가한테 넘기는 정도다. 시나리오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쓰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른다. 예전에 대전에서 촬영을 할 당시 대기시간이 유독 길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시놉으로 쓰고, 시간이 남으니까 신구분을 해보고, 대사를 써보고 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다 쓰긴 했다. 하지만 세상에 내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할리우드 영화라 미국에서 찍을 줄 알았는데, 유럽에서 촬영하게 됐다. 곧 촬영에 들어간다. 이번 '골든슬럼버' 개봉이 겹치면서 그쪽 제작사에서 나를 배려해 시간이 미뤘다. 아마 3월에서 4월 초에 시작하게 될 것이다.
- 해외진출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해외진출을 생각해왔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제안이 들어와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한 달간 촬영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2~3달을 이야기한다. 말이 달라지는 것이 미국도 우리랑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웃음)
- 영화를 주로 하는데 드라마를 할 생각은 없나.
드라마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는 스케줄 맞추는 것이 어렵다. 영화는 일 년 전부터 이야기해서 촬영에 들어가는 데 드라마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제작 단계부터 맞추면 드라마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좋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저 사람 영화는 믿을 만한 영화다.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배우가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하는 배우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싶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배우란 평가를 받고 싶다.
- '골든슬럼버'의 매력은 무엇인가.
통쾌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다. 거기에 메시지도 있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다.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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