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하지원은 2003년 사극 '다모'에서 '다모폐인'이란 신드롬을 만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다모 채옥 역을 맡아 이서진과 함께 애절한 멜로 연기로 간판 스타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원이 데뷔한 것은 1996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서다. 이후 '파랑새는 있다'(1997), '용의 눈물'(1998), 단막극 '사랑보다 더 큰 사랑' 등에 잇달아 출연하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필자가 기억하는 하지원의 신인시절은 청순 그 자체였다. 연기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차세대 유망배우로 자주 언급되던 시절이다. 부지런함과 성실함, 특히 '연기자로 인정받는 배우가 반드시 되고 말겠다'는 욕구와 갈망 등은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 두루 회자되곤 했다. 작은 배역에도 혼신을 다하는 열정도 남달랐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매니저와 함께 으레 주요 신문사 방송담당이나 영화담당 기자들과 어울리며 교감했다.
하지원의 본명은 전해림이다. 하지원은 전해림이란 자신의 예쁜 이름을 두고 왜 굳이 예명을 쓰게 됐을까. 여기에 얽힌 일화는 지금도 연예계에 특별한 사연 중 하나로 남아있다. 하지원을 발탁해 연예계로 이끌어낸 주인공은 초기 매니저로 활약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한 대룡기획 장용대 대표다. 그는 자신의 첫사랑 연인이었던 실존인물 '하지원'이란 이름을, '반드시 대스타로 키우겠다'는 각오로 여고생 전해림에게 안겼다. 연예인 하지원의 탄생 배경이다.
◆ 연예계 오누이 연기자들, '누나의 후광' 보다 남매에 대한 애틋한 관심 더 커
장 대표가 하지원을 발탁한 계기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그는 하지원이 영신여고 3학년 때 동네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 한 장을 보고 그만 한 눈에 반한다. 흔히 '길거리 캐스팅이니 교문 앞 발탁이니' 하는 말이 있지만, 그야말로 사진을 통한 우연한 만남이 맺어준 인연이었다. 수소문 끝에 하지원을 만나 연기자로의 입문을 적극 권했고, 결과적으로 그가 사진관 틀 속에 갖힌 하지원을 꺼내 빛을 보게 한 은인이었던 셈이다.
퓨전 사극 '다모'에서 좌포청 여형사로 날개를 단 하지원은 이후 '발리에서 생긴 일'(2004), '황진이'(2006), '해운대'(2009), '내 사랑 내 곁에'(2009), '시크릿 가든'(2010), '기황후'(2013) 등 영화 스크린과 TV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끼와 내공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래서 그는 또렷하게 고정된 한 개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기 보다는, 각기 다른 역할들을 통해 저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팔색조의 '팜므파탈' 배우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원이 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을 즈음 대중의 주목받은 인물이 바로 친동생 전태수다. 연예계에는 고 최진실-최진영 남매를 비롯해 김태희-이완(본명 김형수), 엄정화-엄태웅, 김혜수-김동현 등 누나 동생(남매) 연기자들이 많다. 모두 누나가 먼저 스타로 크게 부각된 이후 뒤따라 등장했다는 점에서 '누나의 후광'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남매 연기자들에 대한 애틋함과 관심으로 이어졌다.
◆ 故 전태수, 공백기간 측근에 복잡한 심경 토로 '남은 가족과 지인들 슬픔 배가'
누나 하지원과 함께 남매배우로 활약했던 전태수가 지난 21일 서른 네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또다시 연예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2013년 JTBC 주말연속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과 MBC 특별기획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어 궁금하던 차에 이런 갑작스런 비보는 뜻밖이다. 오랜 공백을 갖긴 했지만, 최근 복귀를 논의 중이었다는 전언이고 보면 더 애닯기만 하다.
전태수는 2007년 투썸의 뮤직비디오 '잘 지내나요'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SBS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로 안방극장에 데뷔했고,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등과 함께 출연한 '성균관 스캔들'에서 하인수를 연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한때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발한 배우들이 모두 스타반열에 오른 사실과 대비 돼 이런 안타까운 소식은 그를 기억하는 팬과 가족들을 더 아프게 한다.
이별은 누구한테나 슬프다. 또 떠난 사람보다 떠나보낸 사람이 더 힘들다고 한다. 전태수하면 친누나 하지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느낌으로 각인된 남매연기자다. 그가 오랜 공백기간을 보내며 여러 복잡한 심경으로 힘들어했다는 측근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동생을 영영 떠나보낸 하지원이 얼마나 힘들지는 짐작이 간다. 지금 그 슬픔은 누구라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팬들은 하지원이 동생의 못다 한 몫까지 '만인의 배우'로 거듭나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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