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1965년 태어난 마이클 베이 감독은 '파괴'에 있어 일가견이 있다. '아마겟돈'(1998)은 뉴욕 크기만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는 설정으로, 세계 최고 굴착사 헤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와 AJ 프로스트(벤 애플렉 분), 칙(윌 패튼 분), 락하운드(스티브 부세미 분) 등이 모인 팀이 소행성으로 날아가 핵폭탄을 장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아마겟돈'에서 에펠탑을 중심으로 파리의 도심지를 날려버렸다. 운석의 파편으로 인해 미국 고층 건물이 부서지는 것은 가벼운 일이었다.
역사를 소재로한 '진주만'에서도 화려한 전투 장면 등으로 일본의 '도라도라도라' 작전을 표현했다. 2007년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 역작 '트랜스포머'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시각적 효과를 가미한 '트랜스포머'로 블록버스터계의 거장에 등극했지만 2년 뒤 연출과 기획을 맡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골든라즈베리시상식에서 최악의 감독상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했다.
3년이 지난 2011년 '트랜스포머3'가 개봉됐으며 2014년 메가폰을 잡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는 다양한 오토봇이 등장,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또 한 번 '최악의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시리즈 시작 후 10년째가 되는 2017년, 6월 21일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이하 트랜스포머5)가 개봉됐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5'에 대해 "제가 연출하는 마지막 '트랜스포머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스케일은 더욱 커졌다. 러닝타임 151분 동안 지구는 큰 위기에 빠진다.
'트랜스포머5'는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때도 트랜스포머는 지구에 있었다. 아더 왕은 마법사 멀린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했다. 멀린은 고대 트랜스포머로부터 힘을 나눠 받은 지팡이를 통해 머리 셋 달린 용 형상의 트랜스포머를 부릴 수 있었다. 트랜스포머 덕분에 전쟁에서 승리했고, 그렇게 아더 왕의 전설은 구전됐다.
한편 트랜스포머의 고향 사이버트론은 황폐해졌다. 우리의 호프 옵티머스 프라임은 긴 여행 끝에 고향인 사이버트론에 도착했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창조주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흑화'시켜 '네메시스 프라임'으로 바꿔버린다. 사이버트론을 재건하기 위해 고대 마법사 멀린의 지팡이를 가져오라는 것이 네메시스 프라임에게 주어진 명령. 창조주는 멀린의 지팡이로 사이버트론을 살리고 지구를 위협할 생각이었다.
인간들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오토봇의 지도자는 다시 지구로 향하고, 폐차장을 운영하며 트랜스포머를 돌보며 살아가는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 분)는 자신을 찾아온 오토봇 코그맨을 따라 에드먼드 버튼(안소니 홉킨스 분)을 만나게 된다. 케이드는 트랜스포머 대응부대인 TRF로부터 쫓기고 있었다.
영국 귀족 출신인 버튼 경은 고대 트랜스포머의 비밀을 지켜 온 수호자로 지구에 감춰진 고대 유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옥스퍼드 해가의 역사학 석사이자 철학 박사, 명예 문학 박사인 비비안 웸블리(로라 하드독 분)도 버튼 경의 부름을 받는다. 비비안은 고대 유물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 케이드와 비비안은 메가트론 무리보다 빨리 고대 유물을 찾아내 지구를 구해야 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5'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대 트랜스포머부터 변신에 합체하는 메가트론 무리, 그리고 멋진 오토봇이 등장한다. 웨스턴 스타 5700 XE 세미 트레일러 '옵티머스 프라임'과 쉐보레 신형 카마로인 '범블비',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 '하운드', 포드 뉴 머스탱 '바리케이드', 람보르기니 센테나리오 LP 750-4 '핫로드', 2017 애스틴 마틴DB11 '코그맨', 메르세데스-벤츠 AMG GTR '드리프트', 2016 쉐보레 코르벳 C7 코팅레이 '크로스 헤어스'까지 다양하다.
이번 '트랜스포머5' 배경은 영국이다. 스톤헨지, 블레넘 궁전, 다우닝 스트리트에 미국 디트로이트, 애리조나,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나미비아 등의 로케이션은 또다른 볼거리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5'의 스케일을 키운 대신 사소한 부분은 과감하게 넘겼다.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8할을 액션에 쏟아 부었다. 나머지 2할로 스토리를 전개하다보니 장대한 서사보다는 굵직한 몸통을 곳곳에 배치한 느낌이다.
화려한 볼거리,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 무엇보다 남자의 로망인 변신로봇이라는 소재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12세 이상 관람가.
참고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하는 '트랜스포머'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지만 시리즈는 계속될 전망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짧은 쿠키 영상이 등장하는데 다음 편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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