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더없이 훌륭한 '케미'지만…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이름만 나열했을 뿐인데 빈틈이 보이지 않는 세 배우가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로 뭉쳤다. 배우가 한 명씩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마다 감상하는 맛이 제대로다. 범죄·오락·액션을 한 그릇에 담고 카타르시스로 뒷맛까지 신경 쓴 작품이다.
금융사기범과 경찰의 줄다리기, 인물들의 신경전과 세밀한 묘사는 하나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추진력 있게 전개된다. 현실의 어두운 이면을 반영한 소재이기에 어지러운 시국과 맞닿아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1+1+1=5'로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도 이를 충족하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스토리는 큰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쉽다.
'마스터'는 세상을 발칵 뒤집은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이병헌 분)과 그의 '브레인' 박장군(김우빈 분), 그들을 뒤쫓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분)의 속고 속이는 추격전을 담은 영화다.
진회장은 눈물 연기는 기본, 화려한 언변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능을 갖춘 똑똑한 뱀 같은 인물이다. 정재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활용해 피라미드식 원네트워크를 설립, 수만 명 회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기를 저지른다. 김재명은 진회장 뒤를 바짝 추적해 진회장뿐 아니라 배후에 있는 썩은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겠다고 이를 악문다.
박장군(김우빈 분)은 원네트워크 전산실장이자 진회장의 왼팔로써 사실상 사기 금액을 조 단위 규모로 키우는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한 천재다. 하지만 김재명에게 붙잡혀 원네트워크 전산실 위치와 진회장 로비 장부를 넘기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는 진회장과 김재명 사이를 오가며 이익도 챙기고 위기를 모면할 계획을 꾀한다.
여기에 원네트워크 홍보 책임자이자 진회장 오른팔 김엄마(진경 분), 김재명을 돕는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위 신젬마(엄지원 분), 진회장 뒤를 지키는 검사 출신 로펌 대표 황변호사(오달수 분)가 재밌는 갈등을 조성한다.
'마스터' 캐릭터들은 악역과 정의로운 역으로 뚜렷하게 나눠져 있다. 어쩌면 배우들은 처음부터 정해진 단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지만, 그들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에 기승전결을 거칠수록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진회장은 나쁘고 잔인하지만 경박하고 푼수기가 있고, 김재명은 악의 축에 맞섰지만 진회장 못지않은 강한 카리스마와 확고한 뚝심을 내뿜는다. 히든카드 박장군은 알듯 모를듯한 심리 변화를 보여주며 끝까지 관객과 '밀당'을 주도한다.
'마스터'는 온전히 배우들의 몫이었다. 숨 고르기 없이 밀어붙일 땐 격하게 몰아치다가도 웃음을 터뜨리는 코믹한 휴식시간도 마련한다. 곳곳에 약간 첨가된 액션은 영화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때쯤 불길을 다시 키우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누군가 불균형하게 튀는 부분은 없지만 배우들은 서로에게 묻히지 않고 잘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함께 있을 때 발산하는 '케미'가 영화 흐름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박장군 역의 김우빈이다. 이병헌과 강동원이 길을 잘 닦아놓으면 김우빈이 그 위를 즐겁게 달려나간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가운데 서서 익살과 진지를 넘나들며 능청스러운 활약을 펼친다.
다만 이처럼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스토리의 한계가 안타깝다. 물론 앞서 영화 '내부자들'이나 '검사외전'의 자극적이고 신선한 충격 때문에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개봉 타이밍만 탓하기엔 분명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극 중후반부터 등장하는 오달수는 '천만영화' 부적용으로 쓴 것처럼 얼굴만 비치는 수준이고, 진경과 엄지원도 배우는 물론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풍성하지만 서사가 부족해 갈증이 든다.
그래도 '마스터'를 보고 난 뒤 통쾌한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 기분을 경쾌하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진짜 현실에 견준다면 비현실적인 이야기, 그렇지만 현실이 돼야 할 이야기다.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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