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생활하는 데 가장 기본이 바로 의식주(衣食住)입니다. 그 중 '식', 먹는 생활은 삶과 직결돼 있습니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게 보편화된 요즘, 예능가에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대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팩트>가 있는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먹방쿡방' 촬영 현장을 취재하고 담당 PD들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지난 2014년 11월 17일 첫 방송 된 종합 편성 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가 지난달 방송 2주년을 맞았다. '쿡방'이라는 소재와 더불어 셰프들이 스타의 냉장고 속 재료로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 대결을 펼친다는 신선한 포맷이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냉부해'는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3위에 오르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쿡방'으로 꼽히기도 했다. 시청자의 사랑과 인기에 힘입어 2주년을 맞은 '냉부해'는 이달 초 메인 PD 교체가 있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성희성 PD가 '쿡가대표'를 연출한 바 있는 이창우 PD에게 메인 PD 자리를 물려줬다.
성 PD는 <더팩트>와 대화에서 "이 PD가 지난 9월부터 메인 PD 교체 전제로 세컨드 PD로서 '냉부해'와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메인 PD 교체 이유에 대해 "제 새 프로그램 기획 준비, 그리고 '냉부해' 프로그램 발전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메인 PD 교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이 PD가 프로그램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은 후배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쳤다.
이 PD 또한 열심히 프로그램을 연출해 나갈 것에 대한 다짐을 보여줘 앞으로 '냉부해'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더팩트>는 최근 2주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소망하고 있는 '냉부해' 녹화 현장을 직접 찾아 촬영 과정을 지켜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성희성 PD로부터 '냉부해'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단순 '쿡방' 아닌 '따라 할 수 있는 15분 레시피'가 목표
'냉부해'는 단순히 한 주제를 갖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 아닌, 스타들의 냉장고 속 재료로 셰프들이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기존 '쿡방' 프로그램과 차이점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이런 독특한 프로그램 포맷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을지도 궁금했지만, 요리 대결 시간이 왜 하필이면 15분인지도 궁금했다. 성 PD가 직접 설명한 '냉부해'의 기획 이유와 목표, 타 프로그램과 차이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기획할 때 교양적으로 틀어서 생각해봤다. 연예인 여러 명을 섭외해서 게임도 할 수 있고 공감도 자아낼 수 있는 쇼를 하면 좋겠다 싶어 막연하게 찾아보니까 '냉장고'라는 소재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집 공개보다 꺼려질 수 있는 게 냉장고 공개인데, 냉장고를 공개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무식하게 덤벼들었는데 1회 섭외부터 어려웠다. 첫 녹화 날짜가 다가오는데 섭외가 잘 안 돼 '비정상회담' 임정아 PD 선배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장위안과 로빈이 출연하게 됐는데, 정말 좋았던 게 두 사람이 정말 사실적인 혼자 사는 남자의 냉장고를 보여줬다.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에 아주 적합한 냉장고였다. 두 사람 덕에 잘 풀렸던 것 같다.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연예인분들이 '창피하지 않을까'하던 걱정이 '의외로 유쾌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서 그때부터 섭외가 조금씩 나아졌다."
"저희 프로그램이 기존 '쿡방'과 달랐던 점이 크게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실제 출연하는 연예인의 냉장고 재료로 토크를 했다는 것이 색달랐다. 냉장고가 어찌 보면 비밀스러운 공간인데 그 공간을 공개함으로써 시각적으로도 재밌고 이야기도 재밌게 풀렸고, 냉장고에서 썩은 재료가 나오는 등 시청자의 공감도 많이 자극했다.
두 번째는 '셰프의 15분 요리 대결'이라는 요리에 대한 접근이 기존 프로그램과 달랐다. 15분 요리 대결이라는 장치에는 예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담겼다. 저희는 '15분 동안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처음에 요리 대결 시간을 정할 때 9분, 10분, 12분 등 여러 후보가 있었다. 주변 사람 다수에게 '집에서 음식을 해 먹으면 5분, 10분이면 다 먹는데, 몇 분 투자해서 요리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답변한 대다수가 최대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15분이라더라. '15분 요리해서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면 해볼 것'이라고 했다. 저희가 보여주기식 레시피가 아니라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이다 보니까 요리 시간으로 15분을 설정하게 됐다."
◆ MC 및 셰프 군단의 화려한 입담-친밀한 분위기
'냉부해'에서는 15분 요리 대결도 눈길을 사로잡는 재미 요소이지만, MC 및 셰프 군단의 화려한 입담 또한 시청자의 큰 웃음을 유발한다. 김성주 안정환 두 MC의 재치는 물론, 전문 방송인이 아닌 셰프들의 일품인 말솜씨가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만든다. MC 및 셰프 군단의 친밀한 분위기 또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한층 더 즐겁게 한다.
"이 사람들을 섭외 못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너무 고맙다. 프로그램의 9할 이상을 만들어 주는 분들이다. 기획 당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저는 숟가락 하나만 얹었을 뿐이다(웃음)."
"저희 제작팀이 고민했던 것은 가정집 냉장고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냉장고에서 다양한 재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프로그램 몇 회 하다 보면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냉장고에서도 다른 스토리가 나오고, 빈약한 재료로 셰프들이 다양한 요리를 완성해냈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또 MC들, 셰프들이 이야기를 잘 풀어줬다. 저희가 원했던 그림보다 더 크게 출연진이 그려줬다. 이들의 공이 크다."
"MC들, 셰프들끼리 친해져서 농담도 많이 하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셰프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서로 많이 배웠다는 얘기를 한다는 거다. 요리하다가 서로 궁금했던 것도 많이 물어보고 서로 리뷰해주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공부가 많이 된다'고 하더라."
◆ 게스트-셰프 모두가 행복한 15분 요리 대결
녹화 현장을 지켜본 결과 스태프는 물론, MC, 셰프, 게스트 모두 장시간 녹화에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인 점이 인상 깊었다. 성 PD 또한 '냉부해'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모두 녹화를 재밌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프로그램이 재밌으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재밌어야 하는데 셰프 분들이 재밌게 녹화에 임한다. '냉부해' 녹화 시간이 보통 12시간 정도를 한다. 긴 편이다. 그런데도 게스트 분들도 촬영 후 돌아가면서 '너무 재밌게 놀다 간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신다. 그룹 빅뱅 지드래곤-태양 씨는 YG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출연하고 싶다고 직접 연락을 해줬다. 두 사람이 '냉부해'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렇게 감사하게도 출연 요청을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간 분들도 있었다(웃음)."
"또 기억에 남는 녹화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편으로 박정현-이문세 씨 편을 꼽고 싶다. 박정현 씨가 녹화 말미에 본인이 아껴뒀던 샴페인을 터뜨렸다. 자신이 데뷔한 연도에 만들어진 샴페인인데 '결혼할 때 마셔야겠다'고 할 정도로 아끼던 것이라고 하더라. 박정현 씨가 '녹화가 정말 기분 좋고 재밌었다'고 하며 샴페인을 터뜨려서 보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방송에서도 따뜻하게 내용이 잘 나갔는데 현장 분위기는 더 좋았다. 녹화가 끝난 다음에도 출연진이 스튜디오에 남아서 동창회처럼 수다를 떨다 갔다(웃음). 이문세 씨는 '녹화가 끝나는 게 참 아쉬웠다'고 말씀했다."
"저희 녹화 분위기 자체가 재밌고 좋으니까 프로그램도 재밌게 나오는 것 같다. 또 셰프들이 자신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게스트 분들이 대접받는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자신만의 요리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맛있고 기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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