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권혁기 기자] 올해로 데뷔 10년차인 배우 엄태구(34)가 장단편을 모두 포함해 출연한 작품들을 먼저 살펴보면, 2007년 '기담'부터 '유랑시대' '나는 행복합니다' '인사동 스캔들' '시크릿' '구세주2' '무료항공권' '방자전' '악마를 보았다' '심야의 FM' '옥희의 영화' '밤을 위한 춤' '오싹한 연애' '특수본' '촌철살인' '가시' '맹수는 나의 것' '무서운 이야기' '숲' '공정사회'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잉투기' '미생 프리퀄' '인간중독' '살인캠프' '차이나타운' '소수의견' '베테랑' 등이다.
드라마로는 '연애결혼' '미스터리 형사' '탐나는도다' '나쁜 남자' 'KBS 드라마 스페셜' 다수,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하녀들'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엄태구를 단박에 대중에 알린 영화가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그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사하얼빈)이다. 업계에서야 엄태구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인지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밀정'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엄태구를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엄태구는 "제가 이 영화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영화 자체도 재미있어 3번이나 봤다"면서도 "또 보고 싶다. 곱씹을수록 또 보고 싶다.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김지운 감독님 팬이었는데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더 팬이 됐다"고 고백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오디션 대본이 왔다. 준비를 하고 김지운 감독님이 직접 오디션을 보신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다. 오디션 방에 들어가기 전에 터진 딸꾹질을 꾹 참고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보통 오디션과 달리 책상도 없었다. 현장에서 연출하듯 오디션을 봐주셔서 다른 영화보다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주문을 해주셨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들어보니 저 말고 다른 훌륭한 배우가 있었는데 어느 한 지점이 저와 하시모토가 맞겠다고 생각하셨다고 알고 있다. 다른 배우보다 절대 잘해서 캐스팅된 게 아니라 하시모토에 대해 원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에 광적으로 준비했다. 믿어주시고 뽑아주신 보답을 하고 싶었다. '잉투기'를 좋게 봐주셨다는 얘기에 정말 감사했다.
-술을 못하는 체질로 알고 있는데 '밀정' 촬영 중간에는 술이 조금 늘었다고 들었다.
송강호 선배님과 촬영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원체 술을 못 마시지만 조금씩 먹으려고 했는데 선배님께서 그만 마시라고 하신 적이 있다.(웃음) 그렇지만 자리는 계속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후배로서 이것저것 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배님이 제가 긴장을 하니까 풀어주시려고 재미있게 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배려받고 존중해주셨던 것 같다. 끝나면 칭찬을 해주시는데 저절로 힘이 났다.

-그래도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그래서 살이 빠졌던 것 같다. 부담감 때문에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됐다. 하시모토 역할로 연락을 받았을 때 2, 3초 정도는 정말 날아갈 정도로 좋았다. 그 후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잘 할 수 있을까? 송강호 선배님하고 붙는 역할이라 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감이 컸다. 그래도 감독님이 믿고 캐스팅해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작품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아마 송강호 선배님이랑 연기하는데 부담 안되는 배우는 몇 없을 것 같다.
-하시모토의 전사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편집이 됐는데 이정출과 하시모토가 히가시(츠루미 신고 분)에게 따로 불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 '너도 조선인이지? 맞다'라는 히가시의 말에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 일본에 귀화했기 때문에 기억을 다 잊어버렸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히가시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이번에도 자네한테 거는 기대가 크네'라고 말하는 신(scene)도 있었다. 없어도 김지운 감독님의 편집으로 훨씬 깔끔하게 간 것 같다.
-일본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광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했다. 그럼 한국말이 미숙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어를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일단 일본어 선생님과 공부를 했다. 영광스럽게도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 공부를 했다. 선생님이 녹음해주신걸 계속 들으면서 입에 붙을 때까지 공부를 했다. 무조건 외웠는데 선배님은 다르게 접근하셨다. 말하듯 연기하는 것을 보고 '나도 정신차려야지' 했다. 기계처럼 일본어만 하는 게 아니라 말하듯 하자는 생각을 했다. 제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돼 한 달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촬영 도중 계속 연습했다.

-장갑으로 부하 직원을 때리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정도원(우마에 역) 선배님 얼굴이 생각나 정말 죄송스럽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보신 분들이 인상깊게 봤다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힘들었다. 대본에 연거푸 뺨을 때린다고 돼 있어서 걱정이 컸다. 겨울이라 더 아플 것 같았다. 다행이 장갑이 주어져 저 스스로 장갑으로 뺨을 많이 때려봤다.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 않다고 생각해 장갑을 활용했는데 스스로 때리는 거랑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공유, 송강호 사이에서 벌어진 기차신 역시 최고였다.
다른 장면보다 부담이 있었지만 농도는 제일 짙었다. 관객들이 보고 '저 사람이 무슨 일을 낼 것 같다.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했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차에서 놓치면 폭탄이 터지고, 그럼 내 인생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밀정' 출연이 부모님께 좋은 추석 선물이 될 것 같다.
뿌듯함을 느끼시고, 좋아해주시고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 교회에서도 '우리 아들이 하시모토'라고 자랑하셨다. 포스터 좀 받아달라고도 하셨다.(웃음) 교회에 붙이시겠다고 하셨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단편 멜로 주인공을 맡게 됐다. 저를 멜로에 캐스팅을 해주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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