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들에게 심도있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
[더팩트|권혁기 기자] 김지운(52) 감독은 1998년 한국의 '아담스 패밀리'라고 불리운 공포 코미디 '조용한 가족'으로 감독 입봉했다. 이후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하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라스트 스탠드'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호불호가 갈린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를 제외하고는 매 작품마다 호평을 받은 김지운 감독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관객들에게 공개하기 전에는 여전히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밀정'(제작 영화사그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사하얼빈)이 개봉되기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김지운 감독을 만났다.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 김지운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일단 영화는 나왔는데, 막 출산을 한 엄마 아빠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지운 감독은 이어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누구를 닮았는지 잘 모르겠고, 또 주변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워할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라며 "어쨌든 시사회 이후 언론과 평단이 호의적이고, 일반 관객들의 반응도 기자들과 다르지 않아 마음이 놓이면서도 개봉 이후 반응이 궁금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 아닌 토로를 했다.
"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개봉 전 기대감과 노심초사가 있는 것 같다"는 김 감독은 "'밀정'이 관객들에게 심도있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김지운 감독의 바람이 통했는지, '밀정'은 19일 기준 누적 관객 604만81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지운 감독스럽다는 반응도 있고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기차신(scene)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른 느낌이다. 어떤 분은 전반이 김지운스럽다고 하고, 어떤 분은 후반이 김지운스럽다고 하신다. 제 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움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잘 취합하고 봉합해서 또 다른 기운과 의지가 엿보인다고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더 다양한 해석과 감성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콜드 누아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뜨거운 게 느껴진다.
의열단은 결정적으로는 실패한 것이고, 부정의 역사다. 온 몸으로 강력한 항쟁의 수단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보니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경성역 장면 이후 의열단이 소탕되는 과정에서 활시위가 당겨진 느낌이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순간들을 직면한 인물들은 과연 어떤 상태였을까? 그 당시 세상은 어땠을까? 그 쪽으로 제 시선이 들어가다보니 애초에 표방한 콜드 누아르에서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역사를 통해 뭔가를 고발하고, 어떤 감성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을 전면적으로 응시하고 똑바로 직시해야했다. 그 시대를 다루면서 성취감은 있었다고 자평한다.

-'조선에 독립이 올 것 같으냐'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희망이자 교훈과 같은 대사였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어쨌든 해방이 됐고 단일국가로서 형태를 갖춰 나갔다. 이등국민으로서 살고 있던 당시에는 실패를 많이 겪었지만, 마지막 정채산(이병헌 분)의 입에서 나온 대사처럼 '딛고 나아가는 것이 역사의 진보성'이니까, 그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선열들의 행적과 투쟁, 헌신,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역사지 않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모습들로, 실날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새롭게 일어서는 생명력, 도약성,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 정신이 이어져 끊임없는 항쟁의 역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황옥 경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사실 확옥 경부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진짜 친일파였는지, 위장 친일파였는지, 그러면서 그는 상관을 고발하고 자취를 감췄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 때 납북 또는 월북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실존 인물에 대한 정체성 보다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의 공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스팩타클한 의열단의 주요 인물이나 악질적인 친일파보다도 경계선인 인물을 선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그 시대상을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한 인물이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데 의도한 것인가?
제작비가 100억원대로 책정이 되면서 15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가씨'라는 용감한 영화도 있지만, 그건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밀정'은 감독 자체의 독자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미적인 성취보다도, 대중과 접점을 만들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배경음악이 매우 현대적이란 평가도 있다.
사실 선곡한 모든 곡이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들이다. 스윙재즈가 유행했던 시대였다. 동시대 어떤 나라에서는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우리 선조들과 선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지구 반대편에서는 즐기며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러지 못한 시대적 위화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비극적인 상태에서 동시대 유행했던 노래를 배치하면 그 비극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송강호 이병헌 공유가 술을 나눠 마시는 장면에서는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장면은 웃길려고 한 게 아니었다. 계속 술을 권하는 이병헌과 송강호 특유의 연기에 점점 취해가는 모습에서 포복절도할 표정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너무 코미디 같아서 영화의 톤앤매너를 흐트러트리지 않을까 걱정해 편집을 한 것이다. 가장 적절한 수위가 아니었나 싶다.
-출연진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어떤 디렉션을 줬나?
일단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상상력과 연기 수위를 본다. 리허설을 자유롭게 한 다음 가장 필요한 것을 얘기하는 편이다. 넘치거나 모자랄 때 올려달라고 한다. 10명이 있으면 10개의 색깔로 디렉션을 주는 편이다. 내버려둬서 좋은 사람이 있고 디렉션을 줬을 때 좋은 사람이 있다. 100명의 배우가 있으면 100개의 디렉션을 준다. 송강호는 다 알아서 하지만 주인공이니까 개입을 했다.(웃음) 송강호한테 '같이 좀 알자'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말이 나온 김에, 송강호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각자 역할에서 같이 발전한 것 같다. 그게 참 고맙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나는 8년 주기설이 있는데, 8년 뒤에는 뭘 하고 있을지 얘기한 적도 있다. 그건 8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세월을 뚫고 버텨줬다는 것, 그것에 대한 서로의 격려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고, 수고 했소'라는 무언의 격려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공유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임무와는 별도로 사색하고, 자기를 끌어 올려야하는 인물이 김우진(공유 분)이다. 연계순(한지민 분)과의 관계도 그렇고 사진관에서도 까칠한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민의 느낌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김우진이다. 자신보다도 자기가 해야할 큰 임무 때문에 자기를 계속 통제하는, 극복하고 뛰어넘으려고 하는 역할에 공유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을 영웅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배우는 공유라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밀정'이 사람에 집중했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앙상블이 좋은 영화가 탄생했다는 성취감이 있다. 배우들이 그런 부분에서 성과를 보여줘 매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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