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웃음 다 잡은 '범죄의 여왕'
[더팩트ㅣ강수지 인턴기자] 미경(박지영 분)이 운영하는 시골의 한 미용실은 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미경의 미용실은 불법 미용 시술이 횡행하고 부인을 데리러 온 남편에게 정체 모를 주사기로 위협을 가하는 등 법과 질서를 무시하기 일쑤지만, 정 하나만큼은 가득한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미경은 수도요금이 120만 원이 나왔다며 대신 내달라는 아들 익수(김태현 분)의 전화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이 살고 있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한 맨션으로 무작정 향한다. 오지랖을 무기로 종횡무진 활보하는 미경에게 맨션은 미용실에 이어 또다른 '미경 월드'가 된다.
관객은 맨션에 살고 있는 고시생을 초대해 삼겹살 파티를 하며 친해지고, 맨션 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뻔뻔하게 말을 걸어 수도요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미경을 보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싶을까' 싶다가도 어느 순간 미경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주변에 저런 사람 한명쯤 있으면 유쾌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키고 고시 공부에 몰두하는 국내 고시생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게 한다. 맨션의 어두컴컴한 복도와 저마다의 인생에 힘겨워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울적해지는 듯하지만 영화는 관객을 우울하게 두지 않는다.
여전히 맨션의 조명은 어둡고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지만 작품 곳곳에 포진돼있는 웃음 포인트들은 관객에게 폭소를 자아내고,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유쾌한 분위기에 매료되게 하니 신기할 노릇이다. 작품은 관객에게 줄곧 맨션과 고시 학원을 오가는 단조로운 배경을 보여주지만 수도요금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결코 단조롭지 않아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작품 속 의외의 조합도 눈여겨볼 만 하다. 부모 없이 개처럼 태어났다고 해서 자신을 개태(조복래 분)라고 이름 붙인 개태에게 미경은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다가간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서로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서 티격태격하다가도 힘을 모아 사건을 헤쳐나가는 두 사람에 관객은 미소를 짓게 된다.
'범죄의 여왕'은 '그의 인상' '더티 혜리' 등을 만든 이요섭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족구왕' 등 신선한 작품들로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가 제작했다.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15세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103분이다.
joy822@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