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강일홍 기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마 홍상수 감독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은 배우는 저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컨대 저는 감독님한테 '나한테 술 먹이지 마라, 술은 회식 자리에서 내가 알아서 먹는다. 대신 연기할 때 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를 해라. 나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상한 현학적인 말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말아라. 나 그런 말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다 안다' 했어요."
고현정이 홍상수 감독에게 했다는 이 말은 이슈마다 쓴소리를 던져 주목받는 진중권 교수의 '크로스 시즌2'(진중권 정재승 공저)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홍 감독이 지금 여배우 김민희와 부적절한 관계로 언급되고 있는 중이어서일까. 아니면 여배우들을 대하는 홍 감독의 평소 스타일을 거꾸로 뒤집어 보여주는 대목이서일까. 이 얘기는 여러 의미에서 한번쯤 곱씹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여배우들과 영화를 통해 호흡을 맞췄고,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2006)을 포함해 '잘알지도 못하면서'(2009),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한 '북촌방향'(2011)까지 3편을 찍었다. 가장 많은 작품을 한 여배우는 정유미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후 '우리선희'(2013)까지 6편에 출연했다. 문소리가 5편, 예지원 송선미 정은채가 각각 3편씩 출연했고, 고 이은주 조은숙 성현아 김규리 등이 그의 작품세계 여배우 계보도에 올라있다.

◆ 고현정 일갈 "술먹이지 말고 현학적인 말로 헷갈리게 하지 말라"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의 실제 성격과 사연을 영화에 녹여내기로 유명하다. 또 20년 전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1996) '이후 갈수록 여배우들의 비중을 점점 더 무게감 있게 늘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바로 '남녀의 관계'다. 보통 남녀 배우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는 멜로 요소를 띤 드라마 구조가 일반적인데 반해 홍 감독은 만남과 사랑, 시련, 갈등, 이별, 그리고 재회 등을 반복하는 통상적 러브 스토리를 무시한다.
또 하나 특징 중 하나는 술자리다. 그의 작품에는 어떤 영화든 술자리가 빠지는 법이 없다. 영화의 절반 정도가 술자리로 이뤄진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술자리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이나 속물근성 같은 감춰진 실체들이 노출된다. 대부분 2차, 3차로 이어져 좀더 적나라하고 좀더 속물적으로 발전하고 나중에는 쓰러질 때까지 최후의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홍 감독 작품의 대부분은 그의 자전적 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술이 취하지 않은 동안에는 그나마 대화의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만 술자리가 무르익어 취기가 오르면 그때부터 등장인물들의 술주정은 본격화 되고 심지어 여자에게 '어떻게 한번 안되겠냐'는 직설적 대사도 등장한다. 고현정이 홍 감독에게 '술먹이지 말고 현학적인 말로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일갈한 이 말이 의미 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행방묘연 김민희,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쳐 홀로 귀국 '묵묵부답'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또 있다. 흔히 홍 감독의 영화에선 대단한 연기파 배우 보다는 감독과의 교감이나 느낌을 얼마나 제대로 헤아리고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의 의중을 완벽하게 소화해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면 어느정도 코드가 맞아야 할까. 이 점에서보면 그동안 작업한 수많은 여배우들 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여배우 김민희가 가장 적임자자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홍상수의 신(新) 페르소나로 등극한 뒤 부적절한 스캔들 속 주인공이 된 김민희는 고등학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 돼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드라마를 거쳐 이재용 감독의 '순애보'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걸었다. 한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패셔니스타라는 호칭과 함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뜨거운 것이 좋아' '여배우들'을 통해 한단계 성숙하고 '화차' '아가씨'를 통해 입지를 굳혔다.
스캔들 이후 한달째 행적이 묘연하던 김민희가 마침내 돌아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홀로 귀국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홍 감독의 유럽 일정에 함께 했을 것이란 가능성도 없진 않다. 홍 감독은 프랑스 마르세유 국제영화제 '홍상수 회고전'을 통해 불륜설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극비 입국한 김민희 역시 묵묵부답, 말이 없다. 침묵이 과연 해법일까. 불필요한 의혹을 잠재우려면 지금이라도 논란의 당사자가 입을 여는 게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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