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연기자 송혜교(34)는 올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스타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우선 스타 작가 김은숙과의 만남 자체가 행운이었고, 네 살 연하의 상대 배우 송중기의 인기가 크게 일조했다. 선택한 작품마다, 엮이는 남자배우마다 척척 호흡을 맞춰 매번 화제몰이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송혜교는 지금껏 감탄이 절로 나는 플러스 행보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연예계에서는 송혜교더러 억세게 운이 좋은 여배우라고 말하기도 한다. 작달막한 키에 곱상한 외모가 매력인 건 맞지만 서구형의 늘씬한 미녀 배우들과는 애초 거리가 멀다. 늘 같은 이미지의 순정드라마 외에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특별한 개성을 말하기도 좀 멋쩍다. 30대 중반의 비슷한 연령대이면서 뚜렷한 색깔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전지현 김태희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송혜교를 처음 스타반열에 올려놓은 드라마는 2000년 방영된 윤석호 PD의 '가을동화'다. 그의 행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무렵 스타 드라마 연출가로 명성을 날린 윤석호 PD는 송승헌의 상대로 풋풋한 여주인공을 찾고 있었지만 송혜교는 애초 안중에도 없었다. '순풍산부인과'로 주목을 받고 있긴 했어도 '시트콤에서 각인된 코믹 이미지와 작은 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가을동화' 출연 송승헌 "송혜교를 내 상대로 꼭 맡겨달라"
당시 송혜교 매니저였던 원운규 탱크M 대표(현 서울종합예술학교 관리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다. "윤 감독과는 형님 동생으로 지낼 만큼 막역했지만 송혜교 출연 문제는 별개였어요. 일언지하에 거절당했거든요. 포기하고 '종합병원'을 연출했던 MBC 최윤석 PD의 차기작을 논의하고 있었죠. 그런데 얼마후 윤 PD가 다시 부르더니 (송)혜교를 여주인공에 출연시키겠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송승헌의 입김이었더라고요."
남자주인공으로 미리 낙점돼 있던 송승헌이 윤 PD에게 "송혜교를 꼭 내 상대로 붙여달라"고 강력히 주문하자 연출자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애틋하고 가슴 시린 드라마 속 사랑 연기의 여주인공 은서와 준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송승헌은 자신의 바람대로 송혜교와 드라마를 함께 할 수 있었고, 막 성인스타로 거듭나야할 처지에 놓여있던 송혜교에겐 백마를 탄 왕자로 다가섰던 셈이다.
이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뒤 두 사람은 곧 열애설에 휩싸인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범수의 '하루' 뮤비에 함께 출연하면서는 홍콩 등 해외까지 번졌다. 이후 드라마에서 만나는 김민종, 이병헌, 비, 현빈, 강동원, 조인성, 그리고 가장 최근의 송중기까지 어김없이 '이런 저런 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인'(2003년)에서 만난 이병헌과는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드러내놓고 공개연애를 했던 사이다.
◆ 2012년 세무조사, 종합신고 시 54억여원 지출 증명서류 누락 논란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 회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출연료가 또 한번 화제가 됐지만, 송혜교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부동산 부자이기도 하다. 삼성동 고급빌라(약 30억원)를 비롯해 이미 갖고 있는 115억원대의 기존 주택에다 올해 초 같은 지역 H단지 주택을 91억5000만원에 구입해 주택으로만 200억원대에 이른다. 미국 뉴욕 맨하탄에도 20~30억원대에 달하는 고급 콘도를 보유한 연예인 재력가다.
송혜교는 지난 2014년 8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수십억원대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것과 관련해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세무 처리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3년간 종합소득세 신고시 교통비 등 총 59억5300만여원 중 무려 92.3%에 해당하는 54억9600만원을 지출 증명서류 없이 필요경비에 산입해 신고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가산세 등 추징액을 추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타배우한테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 '불편 기사' 형사고소, 사법부 판단은 결국 '무혐의'
필자는 송혜교의 데뷔시절부터 줄곧 가까이서 지켜본 고참 기자다. 연기력이 부족할 때조차도 수없이 많은 미사여구로 칭찬을 한 기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송혜교는 소속사 UAA를 통해 지난 3월21일자 필자의 칼럼 [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송혜교의 역대 남자들, 그리고 송중기]에 대해 언론중재위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형사고소했다. 그런데 칼럼은 어이없게도 송혜교의 변함없는 매력을 극찬하는 내용이었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의도는 '송혜교가 무슨 매력이 있길래 연기하는 남자배우마다 스타로 만들어주는가'에 대한 분석이었지만 소속사는 마치 남자배우들과의 '단골 연애꾼쯤'으로 해석한 듯했다. 그러면서 형사고소 취하조건으로 "무조건적 기사 삭제는 당연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적 기사로 보답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의도부터 호의적이었던 데다 '설사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 단어를 순화해주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지나치면 악수(惡手)가 되고, 과하면 남발(濫發)로 비친다.
기사는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경찰과 검찰을 거친 사법 당국의 판단은 '무혐의'(6월 27일자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처분)였다. 입장에 따라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정말 특정인을 비방할 만큼 부당한 기사였다면 20년 넘게 외길을 걸어온 필자가 먼저 부끄러울 일이다. 잦은 열애설과 세금 신고 누락 등의 논란에도 송혜교 이미지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그만큼 오랜 기간 팬들로부터 무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많이 받고 많이 가진 만큼 작은 처신조차도 신중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과 소송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진정한 스타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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