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날까지 성장할 남자
[더팩트ㅣ윤소희 인턴기자] 연기와 여행, 그리고 사랑. 배우 이재준은 자신을 표현하는 키워드가 이 세 가지라고 말했다.
KBS1 일일드라마 '우리집 꿀단지'에서 7개월 동안 강마루로 살아온 이재준을 최근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마침 그는 <더팩트>와 인터뷰가 '우리집 꿀단지'의 진짜 마지막 일정이라고 했다. 강마루를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아 달라고 하자 "마지막에 다 내려놓으면 큰일 날 것 같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평균 시청률 20%가 넘는 일일드라마의 위엄이 궁금했다. 이재준은 "확실히 어머님과 할머님들이 알아봐 주신다. 가게에 가면 '마루 맞냐'고 물으시곤 서비스를 챙겨 주신다. 근데 이제 드라마가 끝나서 못 알아보시지 않을까"라고 했다. 마루가 착하게 나와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과 강마루가 솔직하지만 서툰 부분이 닮았단다. 어쩌면 수월했을지도 모를 자신을 닮은 연기에 그는 만족했을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여태까지 한 번도 연기에 대해 만족한 적이 없다. 계속 부족한 점이 보여 채워나가고 있다. 항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재준이 말한 자신의 성격은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일일드라마는 템포가 빨랐고 그는 연기에 어색함을 많이 느꼈다. 극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기도 했다. 이재준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드라마 내내 발성과 발음 연습, 얼굴 푸는 연습을 했다.
이재준의 소속사에는 전도연과 공유, 공효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가 많다. '어느 선배의 어떤 점을 배우고 싶으냐'고 질문하자 그는 "모든 선배의 매력을 본받아 좋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욕심이 묻어나는 답에 굳이 한 사람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는 동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전도연의 이름을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전도연은 '믿고 보는 배우'였다. 모든 관객과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연기자. 이재준이 꿈꾸는 모습이었다.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는 그는 쉬는 동안 여행을 다녀올 거란다. 문득 그의 SNS에 있던 유럽 여행 사진이 떠올라 이에 대해 물으니 그는 미국부터 유럽, 동남아, 일본 등 많은 나라를 다녀온 경험을 말했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해변에 홀로 누워 4~5시간을 보낸 적도 있단다. 이재준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시간을 내서 여행을 떠나 재충전을 하고 그 힘으로 다시 연기를 이어간다"고 했다.
홀로 여행하고 여행객들이 흔히 가는 관광 코스가 아닌 외진 곳을 다닌다는 그에게 '꽃보다 청춘' 스타일이 아니냐고 물으니 "불러만 주면 어디든 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꽃보다 청춘' 납치극 동행자는 당연하게도 '꿀단지' 친구들이었다.
이재준에게 '우리집 꿀단지' 배우들은 아주 각별한 존재였다. 최근에는 또래인 주연 배우들과 놀이동산에 다녀왔고, 마지막 촬영 후에는 선생님들과 함께 대부도에도 다녀왔다. 특히 동갑인 상대역 송지은과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돈독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함께 한 배우들 덕에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단다. 마루처럼 서툴러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던 그는 "'꿀단지'라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연인을 사랑하는 감정뿐 아니라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것도 사랑이고 팬분들에게 보답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넓은 의미의 사랑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정작 팬들에게는 표현을 잘 못한다"고 했다. 사랑과 고마움이 넘치는데 아직 보답하는 표현에는 여전히 서툴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SNS에 사진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보답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는 수줍게 웃으며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준에게 7개월을 함께 한 마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오글거린다"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루야, 7개월 동안 너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는데 나는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안 남아. 너도 여러 사건과 사고, 고난과 문제가 많았는데 고생 많았어. 네 덕에 좋은 선생님과 선배들, 감독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네가 떠나도 나는 그분들을 자주 뵐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 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 후 결혼을 해서 아빠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했듯이 나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 고마웠고 그동안 고생했어. 사랑해"
이재준은 연기를 하고, 여행을 가고,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방법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배우다. 앞으로 연기 경력을 쌓고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사랑을 표현하다 보면 그는 어느 순간 '믿고 보는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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