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 후예' 김지원, 향기를 낼 줄 아는 배우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요즘 거리엔 막 피기 시작한 봄꽃이 가득하다. 브라운관에도 마침 제때를 만나 꽃망울을 터뜨린 배우가 있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김지원(24)이 그 주인공이다.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에서 여군 윤명주 중위로 분한다. 윤명주는 군복을 입고 "있지 말입니다"라는 딱딱한 말투로 일관하지만 사랑스럽다. 단순히 배우가 예쁘거나 연기를 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무엇이 윤명주를, 그리고 김지원을 사랑스럽게 만들까.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김지원과 만나 그 답을 찾아봤다.
김지원은 평소 민낯에 머리도 질끈 묶고 털털하게 다니는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윤명주보다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 카페로 불러서 죄송하다"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면서도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인데 날 인터뷰하겠다고 카페로 오는 기자들을 보니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태양의 후예' 촬영을 마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손 델 것 같은 뜨거운 열풍과 인기를 이제야 실감하는 중이다. '스타 작가' 김은숙 작가와 SBS '상속자들'에 이어 두 번째 만남에 대해 "운이 진짜 좋았다"며 "입바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날 왜 선택했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그냥 예쁘게 봐주고 한번 더 노력할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아직 가시지 않은 벅찬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사전제작된 '태양의 후예' 촬영을 마친 후 이윽고 찾아온 첫 방송일 느꼈던 긴장감과 설렘을 잊지 못한다. 배우로선 이미 결말까지 아는 내용인데도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기대되면서도 걱정도 많았어요. 이미 촬영한 방송분에 몰입이 될까 했는데 50분이 5분 같던데요. 드라마는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게 매력적이에요. 당신이라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환자를 구할 것인가, 생명을 구할 것인가. 주인공들은 멋진 선택을 하니까요.
전 대본 보면서 감탄하기 바빴는데 남자 배우들은 '오글거린다'고도 하더라고요. 여자들이 듣기엔 행복한 대사인데 말이죠. 오글거린다고 말하면서도 다들 그 대사를 어떻게 살릴까 고민했어요. 제가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은 1회에서 서대영(진구 분)과 병원 복도에서 마주하는 신이에요. 대사 자체가 함축적이어서 경례를 안 받는 장면을 어떻게 해야 더 멋있게 보일까 고민했어요. 이 장면은 재촬영했어요. 처음 연기할 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땠는지 아니까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두 번째 촬영에서 담담하게 하니 감정이 좋게 드러나더라고요."

윤명주는 여군 중에서도 군의관이자 특전사령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처음 부임한 부대에서 검정고시 고졸 출신의 상사 서대영을 만나 스며들듯이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는 반대하고 연인은 작전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처지다. 헤쳐 나가야 할 장벽은 많지만 그저 서대영과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고 외친다.
기대고 싶은 윤명주와 보호하고 싶은 윤명주. 김지원은 두 명의 윤명주를 한 인물로 잘 섞어냈다. 해맑고 티 없는 소녀 같다가도 자신을 밀어내는 남자를 품을 줄 아는 여인이 있다면 누가 반하지 않을까.
"러블리 페로몬이 흐른다고요?(웃음) 김지원이란 사람이 사랑스러워서 윤명주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저 혼자 막 러블리하다고 해서 그렇게 봐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서대영이 윤명주를 사랑스럽게 보고 거기에 공감이 되니까 서대영의 시선 덕분 아닐까요. '어머, 러블리를 들켰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스로 매력이 넘치는 편은 아니라서요(웃음). 캐릭터나 대본의 힘을 받아야 하는 배우로서 운이죠.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윤명주 매력도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가 예쁘게 써준 덕분이죠. 윤명주는 화법이 세고 정확해서 속이 다 시원하잖아요. 서대영과 멜로라인이 있으니 군인으로만 보이지 않고 여자로도 보일 수 있고요. 서대영을 사랑하면서 자존심 하나 없이 직진하고 표현하는 게 멋있어요. 직업적으로 보호하는 캐릭터여서 강인한 매력도 있고요."

이른바 '구원커플'. 진구와 김지원의 이름을 딴 애칭이다. 서대영 상사-윤명주 중위 커플은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군대 서열로는 중위와 상사지만, 사랑하는 남녀이기도 한 미묘한 관계는 '구원커플'의 매력이다. 김지원은 전작에서 주로 여자 주인공을 질투하고 남자 주인공의 등만 바라보다가 정통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에 도전했다.
"짝사랑하는 역을 많이 하다 보니까 쌍방 멜로를 해본 적이 없는데 윤명주로 해소되는 게 있죠. 일단 서로 연기를 주고받는 경험을 했다는 게 좋았어요. 경험이 많은 진구 선배랑 하면서 의지가 되고 배운 점도 많았고요. 멜로 연기가 처음이라서 막연했는데 호흡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진구 선배는 워낙 잘 대해주고 이끌어주는 선배예요. 계속 감탄했어요. 경험은 무시 못 하나 봐요. 진구 선배가 활발하지 않을 것 같죠? 정말 활발하고 개구지고 말도 많고 농담도 재밌고요. '아저씨개그'도 아니고 타이밍을 노린 순발력 있는 농담이요. 농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똑똑한 사람이라잖아요."

꽃이 아무리 좋은 향기를 낸다고 해도 맡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김지원은 그걸 잘 아는 배우다. '태양의 후예'로 스스로 굳건히 섰지만 서 있는 자신보다 주위를 둘러보며 윤명주를 만나게 된 기회에 감사하고 윤명주로 보낸 시간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이제 막 섰지만 머무르지 않고 뛰어나가고자 하는 열정도 뜨거웠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아요. 느린 편이에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유형이죠. 저처럼 조그만 조각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걸 보니 판이 잘 깔린 상황에 다음 작품 걱정도 돼요. 20대는 살면서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때니까요. 스스로 응원하면서 잘하고 싶어요."
김지원과 윤명주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찾았는데, 두 사람이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겨룬다면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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