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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임상수 감독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임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을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새롬 기자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임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을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새롬 기자

임상수 감독이 말하는 영화 한 편

"영화 한 편이 기자님 인생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임상수(54) 감독이 오묘한 표정의 미소를 보이며 묻는다. "없다"라고 대답했더니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의 절친 악당들'을 만든 이유 또한 별 의미는 없다고 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에 다양한 수식어나 기대치를 부여하는 것에도 다소 불편해 하는 기색이었다.

임상수 감독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 영화는 거액이 담긴 돈 가방을 훔친 나미(고준희 분)와 지누(류승범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UPI코리아 제공
임상수 감독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 영화는 거액이 담긴 돈 가방을 훔친 나미(고준희 분)와 지누(류승범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UPI코리아 제공

임상수는 '하녀', '돈의 맛'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화려한 수상경력과 함께 스타감독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그가 오랜만에 공개하는 영화가 바로 지난달 25일 개봉한 '나의 절친 악당들'이다. 임 감독이 만들었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꽤 가볍고 우스운 블랙코미디가 특징이다.

물론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류승범 고준희 두 젊은 배우를 앞세워 이 시대 돈 없는 청춘들을 그린다는 부분은 확연히 다르다.

"이래봬도 패셔니스타다" 임상수 감독은 검은색 슈트를 입고 나와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했다. /이새롬 기자

임상수 감독을 6월 마지막 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에 만난 임 감독은 한여름에 검은색 슈트를 입고 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슈트에 파란색 양말, 운동화를 매치한 그의 패션센스가 특이했다. 인터뷰를 핑계로 멋진 스타일링을 뽐내는 임 감독과 마주해 커피를 홀짝이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꼰대 덤벼!'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성세대의 '꼰대기질'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이새롬 기자
'꼰대 덤벼!'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성세대의 '꼰대기질'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이새롬 기자

그간 '돈의 맛' '하녀' 등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재치있게 꼬집었던 임상수 감독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그 중 '꼰대' 나이인 그가 '나의 절친 악당들'에선 지누와 나미, 젊은 두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성세대의 '꼰대 기질'을 유쾌하게 조롱한 부분은 재미있다.

"늙은 '꼰대'로서의 자기반성이라고 할까요(웃음). 영화 앞부분에서 제가 출연하잖아요. 그리고 바로 죽는데 그것도 궤를 같이하는 거죠. 사회는 이미 병들어 있어요.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돈이라는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죠. 그 가운데 젊은이들, 특히 청춘은 먹고 사는 게 절실한 세대인데 저 같은 중장년층의 '더 잘 먹고 잘살고 싶은' 욕심에 희생당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영화로나마 맘껏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나의 절친 악당들'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이 거창한 메시지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유쾌한 작품으로 비쳐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나의 절친 악당들'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이 거창한 메시지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유쾌한 작품으로 비쳐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영화에서나마 젊은이들에게 '돈다발'을 쥐여주고 싶었다는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에 다양한 메시지나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관해 마음에 들지않는 눈치였다.

"정말 재미있게, 아무 생각 없이 러닝타임 내내 스트레스 풀라고 만든 영화거든요(웃음). 생각해 보세요. 이 영화가 기자님의 인생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굳이 의미를 찾자면 두 주인공 류승범 고준희가 '악당'으로 변해서 응징한다는 것 정도인데, 고결함을 위한 분투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건 알아야 해요. 영화 한 편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순 없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시작이란 것을요. "

'다시 태어난 임상수' 임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통해 기존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유쾌한 본인으로 다시금 살고자 했다. /이새롬 기자
'다시 태어난 임상수' 임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통해 기존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유쾌한 본인으로 다시금 살고자 했다. /이새롬 기자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본인 또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돈의 맛'과 '하녀'를 만들며 스스로도 '어깨힘'이 들어간 기분에 불편했다는 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임상수로 각인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메시지가 뭐고, 칸영화제에 가고, 지성인이다, 비판이다, 다 필요 없어요. 많이 해먹었거든요(웃음). 식상하고 지루하잖아요. 이제 나부터 잘하려고요. '꼰대'들은 그게 필요해요. '나부터 잘하자'는 마인드 말이죠."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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