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휘재 "둘이라 더 힘들지만, 둘이라 더 큰 행복"
한때 훤칠한 외모와 젠틀한 말솜씨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개그맨 이휘재(42)가 확 달라졌다. 요즘 그에겐 과거 별명이었던 '이바람'보단 서언이 서준이 아빠가 더 어울린다.
무릎이 한껏 나온 운동복,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길 수 있는 머리띠 등 육아맞춤형 소품들도 그에겐 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과거 이바람 시절일 때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이다.
KBS2 인기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휘재를 <더팩트>가 최근 만났다. 둘이라서 두배가 아닌 열배가 더 힘들다는 쌍둥이 아빠로 우뚝선 그는 여유로우면서 한편으론 다소 피곤함이 내려앉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 "듬직한 장남 서언이-야무진 서준이"
"요즘 부쩍 말수가 늘으면서 활동적인 서언이 서준이를 보느라 힘들다"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서언이 서준이가 예전엔 말해도 못 알아듣고 그러더니 요즘은 대화도 통하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예쁜 짓도 부쩍 늘었어요. 아빠 엄마도 알아보니깐 퇴근 후 뛰어와서 반겨줄 땐 세상 모든 스트레스가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랄까. 쌍둥이라 힘들기도 하지만 요즘엔 둘이 아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둘이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귀여운데요. 이란성이라 그런지 두 아이가 참 달라요. 서언이는 형이라고 동생한테 양보도 잘하고 성격도 덤덤해요. 서준이는 야무지고요."
쌍둥이를 자랑을 시작하니 금세 팔불출 아빠가 된다. 이삿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빠에게 달려드는 서준이, 6~7살 누나들에게 둘러싸인 서언이 사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피는 못 속인다'고 껄껄껄 웃어 넘기는 그다.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공놀이는 6살 이후부터 하라고 하는데 서준이는 야무지게 공도 잘 차요. 올 여름부터 공을 던지고 차게 시키려고요. 사실 못해도 상관없어요. 여자들은 모르지만 남자들끼리는 운동을 잘하면 선망의 대상이 되거든요. 사실 서준이는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담당 프로듀서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서준이 외모가 많이 떨어진다고요. 하하하. 서준이 이미지 메이킹을 고민하고 있길래 '애한테 무슨'이라고 넘겼는데 방송 보니 서준이를 귀여워해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서언이는 '미인 저격수'입니다. 낮잠 잘 때를 놓치는 바람에 투정 부리고 자꾸 늘어지다가도 누나만 보면 반짝 살더라니까요. 미인이 있으면 손 잡고 다니고 질릴 때쯤 안아주면서 팬서비스가 남다른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역시 내 아들."

지금은 둘이라 좋지만 처음 '심장이 두개'라는 것을 확인했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슬럼프로 일도 별로 없었고 아버지 건강도 갑자기 안 좋아졌던 시기였어요. 술도 끊고 담배도 끊으며 2세를 준비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힘들었죠. 아내와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스토리 중에 3분의 2는 겪었다 할 정도로 과도기를 지나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로 아이를 낳은 건 참 잘한거 같아요. 어느 날 아내가 화장실에서 안방으로 오는데 발걸음 소리가 통통통 매우 경쾌하더라고요. 마치 스프링이 튀어오는 느낌이랄까. 하하하. 안방 문을 벌컥 열면서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라고. 그 후 병원에서 심장이 두 개라는 소릴 들었을 땐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내려놔야겠다' '이제 내 생활은 끝났다'고 다짐했죠. 아이들을 재워놓은 후 씻고 맥주 한 잔하면 12시거든요. 스르르 뻗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 있어요. 소속사에서는 자꾸 애만 보면 방송감 떨어진다고 밖으로 다니라고 하는데 그러기엔 이미 늦었어요. 서언이 서준이에겐 아빠 엄마가 아니라 엄마 둘의 개념이거든요. 육아하느라 사회 선후배들이 없어져 가는거 같지만 어쩔 수 없네요."


◆ "두 개 뛰는 심장 확인 후, 다 내려 놓았습니다"
육아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자연스럽게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고 아내와 사이도 돈독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바람'이라는 캐릭터도 이휘재와 멀어졌다.
"일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눈 뜨고 부터 촬영 시작입니다. 아내는 이미 아침에 나간 상태고 아이들이 낮잠 잘 때나 씻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닌거죠. 덕분에 무릎 나온 운동복에 V자로 목이 늘어난 티셔츠, 머리띠도 어쩔 수 없어요. 다 내려 놓은거죠. 전 '슈퍼맨' 촬영을 하면서 제 총각 때 이미지가 이렇게 쓰레기였는지 처음 알았어요.(웃음) 후배들이 '형처럼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세탁하는 건 처음일 것'이라고 놀리거든요. 그래도 다행인건 젊은 시절의 경험들 덕분에 전 밖이 궁금하지 않아요. 오히려 행복도로 따지면 총각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죠. 일이 어중간한 시간에 끝나면 고민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잠든 후에 들어가야 편하니깐. 하지만 몸은 여지없이 집으로 달려가고 있더라고요. 확실한 건 젊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건 경험해보라는 거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났는데 밖이 궁금하면 그건 큰일나는 거 거든요."

이휘재는 최근 경기도 수지로 이사를 갔다. 건강과 아이들을 위해 결정한 이사인데 결과는 대만족. 사실상 거리로는 멀어졌지만 이사 후 아버지와 사이도 더욱 가까워졌다.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동네 같아요. 놀이터도 잘 돼 있고요. 44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난 건데 좋은 건 공기가 다르다는 점이죠. 사실 서울 살이할 때는 일주일에 한 두번은 링거 맞는 생활이었어요. 근데 이사하고 나니 이상하게 안 아파요. 신기하죠? 다만 매니저가 힘들까봐 일단 서울까지는 제가 혼자 운전해서 출퇴근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공기가 확 달라지는 걸 느끼는 건 신선한 경험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론 아내를 설득해 쭉 살고 싶어요. 덕분에 어버지랑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서울가면 꼭 아버지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사서 아버지 댁에 꼭 가거든요. 같이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해요. 저와 아버지 사이에 없던 그림인데 해보니 해볼만 해요."

쌍둥이가 태어난 후 아버지와 정도 쌓아가고 고정 MC를 맡은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등 좋은 일만 줄줄이다. "서언이 서준이를 보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는 중년 여성들의 얘기는 그에게도 힘이 되는 말이다.
"많이 알아봐 주시니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많아요. 술 취한 어르신들이 담배 피던 손으로 아이들 예쁘다고 덥석 만질 때도 있고요. 그런 부분도 어쩔 수 없다고 내려 놓았어요. 그런 분들보단 떨어져서 응원해주는 분들이 훨씬 많으니깐요. 자녀들 다 출가시킨 어머님들이 '서언이 서준이 재롱 보는 재미에 산다'고 할 땐 기분도 좋아요.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이 모두 영상으로 담긴다는 점도 엄청나죠. 사실 반신반의하지만 알 나이가 됐을 때 쌍둥이들이 '아빠 우리 방송 출연 왜 시켰어'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해서 어릴 때부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까요. 서언 서준이랑 친밀해지는 것도 좋고요. 얼마 전에 베트남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고 절 알아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하하. 엄청 고맙기도 했고, 요놈들 연예인한다고 하면 제2 외국어는 뭘 시켜야하지 고민했지뭐예요. YG 양현석 형, 연락줘!"
그의 10년 후도 쌍둥이에 맞춰져있다. 벌써 20년 넘게 방송가를 주름 잡으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이휘재에게 다음 10년 후를 물었더니 또다시 쌍둥이 얘기다.
"아이들이 어느 스포츠든 상관없이 그 본고장에 가서 배우고 싶다고 하는 가정 하에 다 내려놓고 가족 모두 유학길을 떠나고 싶어요. 10년 후에 배우고 싶다고 하면요. 아니라면 그때도 열심히 방송일을 하고 싶어요. 일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는데 일이 많이 안늘어서 속상하긴 하지만요."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hanna@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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