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경민 기자] 최근 인터뷰를 위해 배우 이준혁(30)을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반듯하고 진지할 것 같은 첫인상을 풍기면서도 입을 열자 '모범 답안' 틀을 깬 답변들이 쏟아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생애 봄날'로 제대 후 브라운관을 찾았다. 첫 촬영 전날 밤이 궁금했다.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서게 된 그에 한껏 감정 이입을 하고 답변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온 답은 커피에 대한 원망이었다.
"처음엔 많이 설레다가 그다음부터는 긴장이 되더라고요. 커피를 마셔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커피를 잘 안 마셨는데 한창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칼로리 낮은 걸 찾다가 커피를 마시게 됐죠. 그래서 그런지 '두근두근'거리더라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설레다니' 놀랐어요. 커피 때문일까요, 긴장 때문일까요."
어느새 이준혁의 질문에 도리어 기자가 커피와 긴장 둘 중 진짜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군인으로서 당연히 가졌을 법한 '걸그룹' 환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내 생애 봄날'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최수영은 최고의 걸그룹 소녀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이준혁에게 더 '연예인 같은 연예인'은 따로 있었다.
"감우성 선배 장신영 씨 최수영 양과 즐겁게 촬영한 건 당연하고요. 권해효 선배와 촬영이 많이 붙어서 정말 좋았어요. 어릴 때 진짜 좋아했거든요. 그런 사람이 눈앞에 있어서 신기했어요. 인자하시고 세련되셨어요. 저보다 훨씬 어른이고 선배지만 딱딱하거나 권위적이지 않고 배울 것 많은 친구 같은 분이에요."
4차원인 듯 4차원 같은 그의 입담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떠냐고 넌지시 제안했다. 그러자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손사래 쳤다. 작품 밖 카메라 앞에서는 '울렁증'이 있었다.
"드라마도 스트레스받으면서 잘 못 하는데 예능 분야도 쉽지 않잖아요. 배우는 대본을 읽고 이야기를 이해하면서 연기하면 되지만 예능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드라마에선 카메라와 약속이 돼 있지만 예능은 약속이 따로 없잖아요. 저는 소질이 없어요."
다시 배우로 돌아가 작품에 대한 욕심을 물으니 어마어마한 포부가 쏟아졌다. "영화 '아마겟돈' 같이 인류를 구하는 영웅을 연기하면 어떨지 궁금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내 생애 봄날' 속 강동욱에게 "좋은 여자 만나라, 이 자식"이라는 쿨한 충고로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한 재치들은 그의 이미지와 반전돼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예능 울렁증'으로 묻기엔 아까운 캐릭터였다. 언젠가 그의 리얼 예능 프로그램 섭외 기사를 취재하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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