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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카트' 염정아 "감정, 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에서 선희 역을 맡은 염정아./문병희 기자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에서 선희 역을 맡은 염정아./문병희 기자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13일 개봉한 '카트'는 감정의 완급조절이 모자라지도 혹은 넘쳐나지도 않는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가슴 아프게 다루고 있지만, 2시간 내내 영화를 보면서 눈물짓지 않는 것은 '카트'가 감정의 조절을 잘했기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의 감동을 잘 전달받을 수 있을 데는 주연 배우로 활약한 염정아(40)의 역할이 컸고 염정아 역시 이 점을 가장 염두에 뒀다.

'카트' 개봉 전 만난 염정아는 영화에 관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여줬다. 영화는 국내 상업영화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관한 내용. 다소 어두운 내용이었기에 불안했지만,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한 기대감도 들어 있었다. 염정아는 '카트'에 출연하는 데 용기가 조금 필요했지만, 완성본을 본 지금은 만족하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선희 역을 맡은 염정아는 감정의 완급 조절에 가장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다./문병희 기자
영화에서 선희 역을 맡은 염정아는 감정의 완급 조절에 가장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다./문병희 기자

"'카트' 출연은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은 영화예요. 예쁜 역할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그런 역을 많이 하다 보니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을 깨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선희 역할로 많이 깨진 것 같다)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서 용기가 필요했고 지금은 만족해요. 오히려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죠. 하하하"

'카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소재는 무겁지만, 소재를 요리하는 방식은 한없이 따사하다. "아마 소재가 부담스러웠다면 출연 결정하지 못했을 거에요. 오히려 인터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화 출연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영화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그 전에는 워낙 캐릭터와 내용이 부드럽게 나오다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거운 분위기,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 그럼에도 염정아가 이 영화를 택했던 이유는 선희 캐릭터였다. 선희는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엄마다. 무언의 야근 압박 속에서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노조에 들어간 선희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려 목소리를 높인다.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지만, 시나리오 속에서 천천히 그려지는 선희라는 인물의 성장 과정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들(도경수 분)도 함께 성장하는 데 그런 부분들이 잘 그려졌다. 영화는 비교적 어둡지만, 그 안에서 함께 하는 이들은 정말 밝잖아요.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만, 서로 몇 번 계산대에서 일하는 지도 모를 만큼 앞뒤 안 보고 살아왔는데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통보되자 똘똘 뭉치잖아요. 그런 동료애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룬 '카트'는 과하지 않은 감정선으로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영화 스틸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룬 '카트'는 과하지 않은 감정선으로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영화 스틸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라 자칫 잘못하면 과하게 그려질 수 있어 염정아는 감정을 절제하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두었단다.

"사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제가 감정이 굉장히 격해지면 보는 관객들이 힘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절대 오버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과하지 않아야 공감대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대로 후반부로 가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텐데?) 순서대로 찍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온전히 선희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거든요. '카트'를 찍는 내내는 선희로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순서대로 찍지 않으면 힘들었을 텐데 순서대로 촬영해서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염정아가 이야기한 대로 '카트'속 선희는 기존의 염정아가 가진 이미지를 180도 뒤엎는 작품이다.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에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기죽은 듯한 표정과 눈빛. 하지만 그렇기에 염정아는 더욱 손이 갔다.

"(화장기가 전혀 없다) 캐릭터를 잡으면서 외적인 모습도 사실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선희로 온전히 살고 싶었죠.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민낯으로 출연하긴 했는데 기미와 주름을 추가로 넣었어요. 일부러 장치를 넣은거죠. 연기만으로 덮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카트'는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이 영화를 보고 이 후에는 선희와 비슷한 역이 제의가 왔으면 좋겠어요."

영화 '카트'에서 함께한 배우 황정민 김영애 문정희 염정아 천우희 엑소 디오 그리고 연출자 부지영 감독./김슬기 기자
영화 '카트'에서 함께한 배우 황정민 김영애 문정희 염정아 천우희 엑소 디오 그리고 연출자 부지영 감독./김슬기 기자

'카트'엔 유난히 여배우가 많다. 염정아를 비롯해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황정민 등 다수의 여배우가 함께했다. 염정아는 가장 마주하는 장면이 많았던 김영애와 문정희를 대표적으로 언급한다.

"김영애 선생님의 역할이 정말 대단했어요.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선생님께서 그 많은 배우를 잘 이끌어 주셨던 것 같아요. 문정희는 반짝반짝한 사람이고 영리하고 에너지 넘치는 배우예요. 어떤 작품에서 문정희를 처음 봤는데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함께 해보니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노동자 문제를 이야기하는 '카트'는 특별히 표적으로 하는 관객 층이 없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깊은 명장면을 품고 갈 작품이다. 염정아는 마지막으로 '카트'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한다.

"무심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거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괴롭히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상처를 줬을 수도 있겠죠. 사람은 언제나 다 다른 입장일 수 있잖아요. 사람을 대할 때는 조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주변사람에게 더 잘해야겠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염정아는 '카트' 속 선희 역을 계기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말한다./문병희 기자
염정아는 '카트' 속 선희 역을 계기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말한다./문병희 기자

cream0901@tf.co.kr
연예팀 ssent@tf.co.kr

◆ 비정규직 노동자문제를 다룬 '카트' 예고편(http://youtu.be/gGVmj2OSX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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