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원 기자] 지상파에서 현충일 특집 프로그램이 실종됐다. 애국선열과 국군장병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한 이날 브라운관에는 오로지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재방송만 가득할 뿐이다. '제59회 현충일 추념식 중계방송'을 제외하고는 우리 선조의 얼을 되짚어보거나 현충일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 지상파의 '재방 우려먹기'가 심각하다.
6일 지상파 방송은 KBS1을 제외하고 각자 대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재방송을 편성했다.
MBC는 오전 10시 40분부터 '일밤-진짜 사나이 스페셜'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스페셜' '나 혼자 산다 스페셜' 등 예능 프로그램들을 포진했다. 또한 주말특별기획 '왔다 장보리' 재방송을 편성해 기존 프로그램 방영 전까지 방송한다.
SBS 역시 별다른 특집 프로그램 없이 드라마 재방송에 집중해 낮 시간대를 채운다.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스페셜'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 스페셜' 등을 오전 10시 40분부터 무려 6시간여를 릴레이로 방송된다. 이후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베스트'를 편성해 재방송만으로 휴일 낮 시간대를 완벽하게 채웠다.
현충일 추념식 중계방송을 KBS1에 넘겨준 KBS2는 아침 8시부터 재방송 전쟁을 치른다. '밥상의 신' '해피선데이-1박 2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스페셜'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해피투게더 스페셜'을 차례대로 배치해 10시간여를 예능 프로그램 리플레이로 보낼 예정이다.
그나마 KBS1은 현충일을 기념하는 특집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편성해 구색을 갖췄다. 현충일 특선 다큐멘터리로 '63년의 그리움 내 딸 미요코' '아버지의 나라 재일동포 청년들의 선택' 등 'KBS 파노라마' 2편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미 한 번씩 방송된 프로그램이라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고지전'을 준비해 남과 북의 군사적 극한대치를 짚어볼 계획이다.
지상파 3사의 이같은 편성 결정 속에는 현충일을 기리고자 하는 의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공휴일 낮 시간대를 적당히 때우려 한다는 느낌이 강할 뿐이다.
어느 때보다도 경건하게 보내야 하는 현충일. 휴전된 지 61년이 지나 그 의미가 가물가물해졌지만 누구 하나 시청자에게 이런 사실조차 지적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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