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민 인턴기자] "촬영장에서 막내라서 다들 예뻐해 주세요."
교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하나로 질끈 묶고 수수하기만 했던 소녀가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바로 최근 JTBC 주말드라마 '달래 된, 장국:12년 만의 재회'(이하 '달래 된, 장국', 극본 김이경 연출 김도형)에서 13회 동안 아역 분량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윤소희(21)다. 그는 최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촬영장 이야기가 나오자 눈동자에 '반짝'하는 빛이 돈다. 아직 이름 앞에 '신예'라는 타이틀이 붙기는 하지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윤소희는 '천생 배우'였다.

윤소희는 '달래 된, 장국'에서 내숭 없는 부산 소녀 장국 역을 맡았다. 드라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국은 성인이 된 후에는 달래로 이름이 바뀐다. 즉 이야기는 크게 장국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달래로서 겪는 이야기로 나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아역이지, 실상 극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 모두 그가 연기한 어린 시절에 겪는 일이어서 단순히 극 전반을 이끌었을 뿐인데도 존재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니 좋았죠. 그런데 막상 장국 역을 맡고 나니까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13부 동안 주인공으로 끌고 가야 했으니까요. 만약 제가 못하게 되면 극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가 장국 역을 맡아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평범하지는 않았다. 장국의 이야기는 아버지를 잃는 슬픔으로 시작했고 미성년자의 임신, 그리고 유산까지 담고 있었다.
"장국이 겪는 일들에 대해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함께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하고도 잘 지내면서 이야기했고요. 배종옥 선배님은 극 중에서 어머니였는데 연기 조언도 해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마냥 어린 소녀인 줄 알았던 그가 정말 장국이를 벗고 여성미 폴폴 풍기는 숙녀로 나타나 놀랐지만,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전해지는 느낌은 아직 영락없는 소녀, 장국이 그대로다. 윤소희 역시 장국이를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했다.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후반부에서 장국이가 임신했을 때 정이 더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끝나는 게 더 아쉬웠죠. 돌아보면 얻은 것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임신. 장국은 주말드라마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사연을 가진 캐릭터다. '달래 된, 장국'이 첫 방송 전부터 '막장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윤소희에게 장국 역은 읽고 싶은 책이자 품고 싶은 캐릭터였다.
"장국이가 기본적으로 가진 성향, 사투리를 쓰는 점,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점. 모두 끌리는 요소였어요. 장국이가 임신에 유산까지 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들었죠. 그 말을 듣고 '어떻게든 장국 역을 하면 연기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직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것도 아닌데 엄마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배우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그는 '달래 된, 장국'에서 연륜과 내공을 갖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연신 벅차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고백했다.
"선배님들과 작품을 같이 하면서 연기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갖게 됐어요. 배종옥 선배님은 선배님 또는 선생님보다는 정말 어머니 같았어요. 엄할 때는 혼도 내시지만 또 따뜻한 '어머니'요. 주로 '캐릭터에 어떻게 빠져들 수 있나'에 관해 이야기해주셨죠.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잘 아시고 콕콕 집어서 알려주셨어요."
그는 극 중에서 새침한 도시적인 외모에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6세부터 16세까지 10년 동안 사투리를 썼지만 '사투리 연기'는 또 다르게 어렵단다.
"사투리를 안 쓴 기간이 6년 정도 되는데 그 사투리로 연기하려니 어렵더라고요. 10세 때 친척 삼촌이 사투리를 가지고 놀리셔서 표준말로 고쳤거든요."

친척의 놀림으로 고치기 어렵다는 사투리까지 단번에 떨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순수한 외모와는 달리 강단 있는 성격이 느껴졌다. 그 강단과 뚝심은 연기에 대한 의지에도 묻어났다. 그는 몇 차례 연예계에 발을 들일 기회가 있었지만 부모의 반대가 계속됐다. 과학고 출신에 현재 카이스트에 재학하는 수재인 만큼 거친 연예계 입문에 대한 부모의 반대가 이해도 갔다. 그러나 그 반대를 꺾고 그는 결국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 배우를 하겠다고 이곳저곳 경로를 알아보기도 했고요. 캐스팅 제의도 있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헬스장을 다니다가 트레이너분을 통해서 매니지먼트 소개를 받았어요."
"부모님 반대도 있었고 학교도 계속 다녀야 했죠. 부모님이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1년 정도 서울과 학교가 있는 대전을 오가면서 제 의지와 의욕을 보여드리고 허락을 받았죠."

어렵게 배우의 길에 들어선 만큼 욕심도 많았고 배우로서 성장 과정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다. 전작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4차원 긍정소녀' 윤진이에 이어 최근 '달래 된, 장국'까지 상큼발랄한 캐릭터를 잇달아 맡으며 생길 수 있는 고정 이미지에 관해 묻자 오히려 감사 인사를 답변으로 내놓았다.
"상큼 발랄한 이미지가 대표 이미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지금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할 수 있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무명 시절이 짧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운이 좋았죠. 시청자분들은 그 부분 때문에 제가 신뢰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늘 받고 있어요."
◆ [영상] '빅맨' 윤소희, "어릴 때 부산 살아…사투리 쉬웠어요" (http://youtu.be/AyXyV8Yn7xw)
<영상=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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