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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연예계 사사건건] 선택은 자유, 하지만 아쉬운 아이돌의 '의리'

  • 연예 | 2014-05-18 07:00
크리스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소속사와 소송을 벌이며 팀을 떠나는일이 늘어나고 있다. / 김슬기 인턴기자
크리스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소속사와 소송을 벌이며 팀을 떠나는일이 늘어나고 있다. / 김슬기 인턴기자

[이건희 기자] 배우 김보성의 활약으로 최근 '의리'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세계에서 의리를 저버리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한 주 동안 유독 아이돌 그룹 멤버 문제로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엑소 멤버 크리스는 15일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 소송을 냈다. 엑소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오는 23일부터 예정된 엑소의 데뷔 첫 단독 콘서트도 11명의 멤버들로만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크리스의 소송 건에 이어 또 다른 아이돌 그룹 멤버가 소속사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또 카라의 소속사 DSP 미디어는 새로운 TV 프로그램을 론칭해 연습생 가운데 카라의 새 멤버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초 탈퇴한 니콜 강지영의 빈자리를 7명의 후보 '베이비 카라' 중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얼굴로 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절반 이상의 후보 연습생들의 이름과 티저 영상이 공개됐고 매번 화제가 되며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소속사 문제는 엑소나 카라만의 일은 아니다.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한경 등도 소속사 문제로 팀이 해체되거나 갈라지기도 했다. 혹은 일부 멤버가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욱 잦아졌다.

카라는 MBC뮤직 '카라프로젝트'에서 소속사 연습생 가운데 새 멤버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남윤호 기자
카라는 MBC뮤직 '카라프로젝트'에서 소속사 연습생 가운데 새 멤버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남윤호 기자

가요 기획사 쪽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갈수록 소속 연예인들이 소속사와 갈등을 겪는 기간이 더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의 경우 데뷔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았다.

최근 데뷔하고 사랑을 받은 아이돌 그룹 연습생들은 몇 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는다. 합숙 생활도 하고 노래 춤은 물론이고 데뷔 후 개인 활동을 위한 연기 교육도 받는다. 소속사는 연습생들을 위해 많은 것을 지원해주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연습생들에게 최선의 대우는 어려운 편이다.

아무리 대형 기획사라고 해도 많은 연습생 가운데 데뷔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 또 데뷔하더라도 스타로 발돋움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때문에 연습생 시절부터 소속사에서 스타급의 대우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 아이돌 그룹 멤버의 계약 문제가 터질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데뷔 때 작성한 계약서다. 스타가 됐음에도 연습생 시절 맺은 계약 내용이 달라지지 않거나 계약 기간이 너무 길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2010년부터 아이돌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져 이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쉽게 개선될 문제가 아니기에 소속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개인의 선택을 나무랄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함께 노력한 팀원들과 데뷔 후 관심과 사랑을 준 팬들과 의리다.

크리스의 소송제기 이후 엑소 멤버들은 SNS 언팔로우와 크리스를 겨냥한듯한 글을 올렸다. / 타오 인스타그램
크리스의 소송제기 이후 엑소 멤버들은 SNS 언팔로우와 크리스를 겨냥한듯한 글을 올렸다. / 타오 인스타그램

크리스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나머지 11명의 멤버들은 크리스의 이런 내용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멤버들은 SNS에서 크리스를 언팔로우하고 그를 겨냥한듯한 글과 사진들을 올렸다. 데뷔하자마자 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도약하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냈던 팀 멤버로서는 첫 단독 콘서트를 앞둔 상황에서 터진 일에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팬들이 받은 충격은 더하다. 니콜과 강지영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팀을 탈퇴했을 때 팬들은 소속사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새 멤버를 발탁해 팀을 꾸리겠다는 소식에 일부 카라 팬들은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 니콜 강지영의 카라를 원하며 새 멤버 발탁 프로그램 '카라프로젝트'에 대해 보이콧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니콜과 강지영은 팬들이 카라로서 하나가 되길 원했지만 자신들을 위해 팀을 나간 것이다.

팀을 떠나고 연예계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든 연예계를 떠나든 그들 앞에는 '엑소' '카라' 등등 팀 이름이 수식어로 남는다. 족쇄일 수 있지만, 개인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이 타이틀은 대단한 프리미엄이다. 슈퍼주니어에서 활동하다 소송을 걸고 탈퇴한 중국인 멤버 한경 역시 슈퍼주니어 이름을 바탕으로 연기 등을 시작해 지금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연 그가 처음부터 혼자 활동했다면 지금처럼 수월하게 이름을 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 하나의 선택으로 상처받을 동료들과 팬들을 한 번쯤 더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으리으리'하지 않지만 아이돌에게도 '의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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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ssent@tf.co.kr

크리스의 소송제기 이후 엑소 멤버들은 SNS 언팔로우와 크리스를 겨냥한듯한 글을 올렸다. / 타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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